출발부터 삐그덕…갈 길 먼 3기 신도시

김이현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4 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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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주민 설명회 모두 파행…'지정철회'할 때까지 집회 예고
광역교통 구상안 내놓자 "이미 10년 전 선거공약…첫삽 뜨고 말하라"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강남이 좋습니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반문에는 3기 신도시의 '청사진'이 담겨있다. 강남권 수요를 흡수하는 지역이 부족해 보인다는 질문이 나오자 김 장관이 강조한 것은 '주거만족도'. 특정 지역이나 수도권뿐 아니라 어디에 살더라도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국토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지정 배경에는 이러한 지향점이 작용했을 터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3기 신도시 택지지구가 추가 발표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 집값을 잡는데 애먼 수도권 주민이 왜 피해를 보느냐는 식이다. 인천 계양·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과천 등 3기 신도시 설명회는 주민 반발에 무산됐다. 서울 수요 분산을 위해 내놓은 3기 신도시 추진이 첫발조차 못 떼고 표류하고 있다. 

'주거만족도' 위한 대책 내놓은 정부

주거만족도가 높으려면 교통망 확충이 필수다. 공공택지 또는 민간의 도시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서울까지 OO분'이라는 문구가 강조되는 까닭이다. 이번 3기 신도시에 붙은 교통망 대책도 '서울까지 30분'내 이동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직주(직장-주거)근접성을 높여 서울이 아니더라도 출퇴근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자족기능 대책도 내놨다. 창릉 지구에는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지원센터'가 지어질 예정이다.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크기는 판교제1테크노밸리의 2.7배다. 부천시도 지능형로봇, 첨단소재, 항공 드론 등 신산업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원-스톱 지원시스템을 계획 중이다. 이미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도 자족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 지난 14일 인천 계양구 계양구청 대강당에서 3기 신도시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주민비상대책위원들이 설명회 개최에 반발하며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뉴시스]

  
주민들 반응은 싸늘…한 목소리로 "지정철회" 

이러한 계획에도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반대움직임이 확산하면서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댄다. 지난 12일 일산 지역 주민 500여 명은 집회를 열고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18일에는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주민들 6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지정철회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라고 주장했다. 결론은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우려하는 사항은 제각각이었다. 교통망 조기 확충은 차치하더라도, 집값 하락이나 무분별한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이유가 이들을 집회장으로 이끌었다. 한가지 대책으로는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운정과 검단은 '미분양 공포'가 강하다. 2기 신도시 마지막 주자인 이들 지역은 아직도 분양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본격 분양에 들어간 검단은 전체 7만5071가구에서 7개 단지 8675가구를 분양했다. 하지만 약 1700가구가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미분양 비율이 20%를 웃도는 셈이다. 운정도 3지구에 4만 세대 이상의 대규모 주택공급 물량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근거리인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와 부천시 대장지구가 잇따라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미분양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집값 하락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인 일산 지역 주민들은 인구 과밀을 걱정한다.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고양 창릉은 서울과 일산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서울로 가는 길목에 신도시가 생기면 일산 주민의 서울 출퇴근과 통학이 크게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일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일산 신도시가 건설된 지 25년이 됐는데 도시 기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면서 "이 상태에서 창릉 지구까지 합쳐지면 인구가 과밀해져 도시기능은 최악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 환경운동연합, 일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 등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3기 신도시계획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과거 공약 되풀이한 보완책…갈등 심화 예고

주민반발이 확산되자 김현미 장관도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김 장관은 23일 GTX-A노선 개통과 지하철 연장 방안을 포함한 광역교통 대책 구상안을 내놨다. 예비타당성 등 착공 준비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최적의 지하철 노선을 마련해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교통망 확충이 신도시 성공요건의 첫 번째 단추인 만큼 서둘러 추진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이 후속대책을 공개하자마자 기존 신도시 주민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일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김 장관이 발표한 광역교통 대책이 예상한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면서 "과거 10여년 전 선거용 홍보 상품을 되풀이했을 뿐 다른 내용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GTX는 10여년 전에 공론화한 사업이고 인천 2호선 연장방안, 고양선 연장도 오래 전 선거용으로 쓰였던 공약들"이라면서 "하다 못해 첫삽이라도 뜨고 말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릉 지구의 대규모 개발은 기존 신도시의 고사뿐 아니라 인구밀집화 및 비대화로 도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사업 지연될수록 실패확률 높아…약속 이행해야"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역 우선 분양 등 해결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날 발표했던 내용은 재탕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3기 신도시 공청회도 안 하고 밀어붙이는 만큼 갈등은 계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우선분양을 조금 더 늘리고 인접돼 있는 기존 신도시의 교통망을 확충시키면서 재건축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도시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적기에 공급되는데, 사업이 지연되다 보면 보상비용이 늘고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공급할 때 시장 상황도 변화가 오면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기존 2기 신도시 건설 때 약속했던 인프라를 갖추든지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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