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짠한 남자, 유열…'음악앨범'서 꺼낸 라디오 인생

김현민·김혜란 기자 / 기사승인 : 2019-09-11 17: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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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이 말하는 사람과 사랑, 그 짠한 이야기

유열은 인터뷰 내내 축복, 선물, 기적, 감사함을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회복을 통해 얻은 것이라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수 유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예전에 비해 다소 날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몇 달 전 감기 끝에 앓은 폐렴으로 입원해 고생한 탓인지 체중이 4~5kg 정도 줄었다.


▲ 가수 유열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회복

다행히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그는 바빠도 즐거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2년 만에 신곡 '내 하나뿐인 그대'를 발표했고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흥행으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유열이 13년 동안 DJ를 맡았던 라디오 프로그램과 동명인 멜로 영화다. 아쉽게도(?) 주인공은 아니지만 자신이 직접 출연도 한다. 영화는 한국 멜로 영화 사전 예매량 신기록을 세우고 개봉 2주 차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라디오 출연 일정을 마치고 곧장 달려온 유열은 인터뷰 현장에서 시민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반가워하자 미소를 머금은 인사로 화답했다. 여전히 여유롭고 차분한 인상이다.

예상치 못한 폭우를 뚫고 카페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하는 기자에게 유열은 "괜찮다"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닥이 예쁘더라. 바닥이 살짝 젖는 걸 오랜만에 봤다"는 감성적인 대답으로 배려했다.

그러면서 이날 화두로 제시한 회복을 얘기했다. 그는 "이게 크게 아파봐야 보이는 것들이다. 쉽게 얘기해서 아파보니 정신이 든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짠함

최근 유열은 자신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DJ로 발굴한 담당 PD와 재회했다. 그는 PD에게 USB 하나를 받았다. 거기엔 1994년 모델 이소라와 공동 DJ로 진행한 공개방송을 비롯해 015B, 윤종신 등이 출연한 크리스마스 콘서트 영상 등 예전 자료가 담겨 있었다.

과거의 자신과 대면한 유열은 "좀 더 톤이 낮고 저돌적인 청년 유열의 목소리가 있더라"며 "되게 싱그러웠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짠했다"고 말했다.

유열이 짠하다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소중함, 벅참, 위대함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들어 짠함을 느낄 일이 많다고 한다.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DJ 당시 함께한 PD들과 한 자리에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함께 관람한 것도 그중 하나다.

유열은 "13년 동안 열한 명의 PD와 함께했는데 총 일곱 분이 왔다. 한 분은 하늘나라로 갔다. 멀리 있어서 못 온 분, 영화를 미리 봐서 못 온 분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게 벅차더라. 그 시간과 지금이 연결돼 있다. 우리 모두의 시간이 위대했다.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함께 나눈 시간이 위대했다. 그리고 지금도 위대한 시간이다"라며 감격을 표했다.

목련꽃 사연

'유열의 음악앨범'이 마지막 전파를 탔던 2007년 4월 15일까지 13년여간 수많은 청취자가 사연을 공유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엽서, 팩스, 이메일로 형식은 바뀌었지만 유열을 통해 그들이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었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DJ 시절 청취자의 수많은 사연을 소개한 유열은 아련한 사연에 특히 정이 많이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의 첫 PD를 만나 얘기를 듣고 기억이 났다는 '목련꽃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남녀가 연인이었는데 엇갈렸다. 남자는 고시공부를 하러 산으로 들어갔고 여자는 부모님이 아팠는지 간병을 하러 지방으로 가면서 소식이 끊겼다. 2~3년간 연락이 끊겼는데 '음악앨범'에 이 사연을 보내준 거다. 제가 그걸 소중하게 소개했고 마침 그걸 당사자가 들었다. 둘이 다시 연락했고 만나서 목련꽃 필 무렵에 결혼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송이 메신저가 될 수 있다는 걸 진하게 보여준 사연이다. 그때 그 커플이 방송국에 찾아왔다. 그런 커플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 가수 유열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해온 운동법을 선보이고 있다. [권라영 기자]


50대의 꿈이자 희망

아내와의 인연은 교회에서 시작됐다. 어느 교회 음악회에 초청받았고 거기서 오케스트라 단원이던 여성을 알게 됐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

유열은 아내와의 만남을 선물이라고 했다. 갖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맺어진 것 역시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기다려줄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힘들 땐 그 사람이, 그 사람이 힘들 땐 내가 기다렸다. 될듯 안 될듯 하다가 됐다. 누가 나한테 그러더라. 5학년의 꿈이라나. 50대의 희망이라나"라며 웃어보였다.

목소리

"유열에게 목소리란"이라는 질문에 유열은 "신의 선물"이라고 답했다. 유열의 목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두고 "많은 분과의 소통의 통로"라고 정의하기도 하며 "노래, 방송으로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할 수 있는 것은 진짜 기적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 귀한 것을 갈고 닦고 귀하게 여기는 시간이 좀 더 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미 지난 시간이고 앞으로의 시간을 꼭 그렇게 나누고 싶다. 좋은 자리에서 많이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목소리가 중요한 자산인 그는 목이나 폐에 좋은 음식을 평소 많이 추천받는다고 했다. 하루에 복숭아 한 개를 먹으려 하고 산수유차나 보리수청 같은 음료를 꾸준히 마신단다.

좋은 음악

후배 가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유열은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뮤지션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자기 이야기를 음악으로 잘 표현해서 부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루시드폴의 음악이 좋다. 진솔한 음악이다. 시간을 넘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하는 가수다. 노래와 삶이 연관되는 음악이다. 이적 씨 음악도 좋아한다"고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폴킴을 언급하자 유열은 "폴킴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고 표현한 게 있다. '우연이 만들어낸 음악같은 사랑 이야기'라는 한 줄로 표현했다"며 공감을 표했다.
 

▲ 가수 유열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마삼(馬三) 트리오

'마삼 트리오'라는 별칭이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가수 이문세, 유열 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중 막내인 유열은 "수만 형님, 문세 형님 그리고 박상원 형님하고 1년에 한두 번 모여서 식사를 한다"며 친분을 보여줬다.

아울러 "물론 이수만 회장님이 너무 바빠서 스케줄을 잘 맞춰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오늘 수만 형님한테 전화가 왔다. 영화가 잘되고 있어서 좋다더라. 한 달 안에 모이자고 했는데 약속 잘 지킬 거다"며 웃어 보였다.

유희열

유열은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유희열에 관한 얘기도 듣곤 한다. 그는 "유열을 되게 낯설어하는 분들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정확히 둘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울러 이번 영화에 삽입된 토이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를 칭찬했다.

유희열과 종종 연락하는 사이라는 유열은 "적절한 장면에 정말 좋은 음악이 나와서 제가 유희열 씨한테 꼭 봐야 한다고 문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희열 씨와 친한 루시드폴 노래도 나온다"며 "이 영화 시나리오에는 루시드폴 음악만 적혀 있다"는 비화도 전했다.

좋은 공연, 꿈

활동 계획을 묻는 말에 유열은 "무리하지 않을 거다"며 "좋은 곡들 녹음 잘하고 내년쯤에 음반이 나오면 좋은 공연도 해보고 싶다. 내게 좋은 공연이란 자랑하는 공연이 아니라 '같이 참 잘 나눴다', '따뜻했다', '위로가 됐다'고 기억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 덕에 20대도 관심을 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비치며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에겐 다들 그런 꿈이 있을 거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같이 와서 볼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것 말이다. 생각만 해도 좋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노래를 하는 게 영광이지만 그게 욕심이라면 안 해도 된다. 그런 마음이다"고 전했다.

 


UPI뉴스 / 김현민·김혜란 기자 khm@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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