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인류는 얼마나 오만한가?

김들풀 / 기사승인 : 2019-01-23 11: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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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 속에서 보잘 것 없는 인류는 끝없이 탐욕을 추구"

“우리 DNA 안에 있는 질소, 우리 치아의 칼슘, 핏속의 철, 애플파이 안에 있는 탄소는 모두 붕괴하는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고,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

-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에 진입한 보이저 2호 [NASA]

 

호기심이 많은 인류는 오랫동안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과학이라는 현대 인류 보편의 방법으로 우리의 기원을 찾기 위해 우주의 시작점인 빅뱅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138억년을 탐험 중이다.

1977년 ‘보이저(Voyager, 여행자)’ 1호가 발사돼 2012년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에 진입했다. 또 16일 먼저 발사된 보이저 2호가 2018년 12월 41년의 비행 끝에 두 번째로 성간우주에 진입했다.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란 태양계의 끝 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즉,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자기력선이 미치는 공간을 뜻하는 태양권 밖의 별과 별 사이의 우주를 가리킨다. 거리로는 태양에서 약 190억km 떨어진 곳이다.

보이저 2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많은 발견과 성과를 이루어냈다. 화성을 제외한 소위 목성형 행성이라 불리는 모든 외행성에 접근해 엄청난 수확을 올렸다. 특히 천왕성과 해왕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정보는 이 보이저 2호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수많은 매체나 과학 교과서 등에서 본 천왕성과 해왕성의 고화질 사진들은 전부 보이저 2호가 찍은 것들이다. 현재까지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방문한 유일한 탐사선이다.

한편 보이저 1호는 2호보다 16일 늦게 발사됐지만, 빠른 속도 덕분에 보이저 2호보다 6년 앞서 성간우주에 도달했다. 그러나 플라즈마 관측장치(PLS)가 1980년에 고장나 사실상 임무 수행은 멈춘 상태다.

반면 보이저 2호의 플라즈마 관측장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지금까지 수많은 정보를 보내주고 있다. 현재 보이저 2호가 전송한 정보는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1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 ‘보이저 2호’에 실린 인류의 메시지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 [NASA]

 

현재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2대의 보이저호에는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골든 레코드판이 실려 있다. 이는 혹시라도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가 보이저를 발견할 경우 인류 문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레코드판은 지구의 각종 정보와 메시지를 담은 LP 디스크다. 12인치짜리 구리 디스크의 표면에 금박을 입혀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라 불린다. 또한 알루미늄 보호 케이스에 재생기와 함께 보관되어 있다.

레코드를 동봉하자는 것은 칼 세이건이 제안한 아이디어이다. 디스크에 실린 정보 역시 칼 세이건의 주도로 약 6개월간 자료를 수집해 기록했다. 각 레코드판에는 우리 행성과 인간과 문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 116장과 55개의 여러 민족 언어로 된 인사말, 천둥이나 빗소리와 같은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한 자연의 소리 19개, 우리가 쓰는 기호들과 과학이론들, 인류가 만든 음악들 27곡, 당시 UN사무총장, 미국 국무장관, 미국 국무장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환영 인사말이 실려 있다. 지구상 언어 중 55개 인사말 중에는 고대어인 수메르어와 히타이트어뿐 아니라 심지어 고래의 인사말도 있다. 한국어는 신순희씨의 “안녕하세요?”가 담겼다.

 

▲ 보이저 1호가 찍은 태양광선 속의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NASA]

  

1990년 2월 14일, 칼 세이건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인 해왕성 궤도를 지날 때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을 찍을 수 있었으며, 촬영한 사진을 인류에게 전송했다. 이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화소에 불과한 작은 점으로만 보인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고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가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 칼 세이건의 책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중에서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미국 우주 계획의 시작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는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과학 서적 중 가장 널리 읽힌 책이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이 우리가 이토록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세상을 이루고 있는 원자의 99.999%는 빈 공간이다. 물리학자 말콤 롱에어는 “원자 크기가 축구 경기장만 한다면 원자핵 크기는 축구공 크기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의 대부분이 허상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 인류가 얼마나 오만하게 살아왔는가를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새해다.


UPI뉴스 / 김들풀 전문기자 itnew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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