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바다에 씨를 뿌린 섬, 추자도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19-02-01 15: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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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에 넘치는 해양 자원
환상의 ‘나바론하늘길’ 올레 코스는 ‘덤’
▲ 추자등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의 다도해 [제주관광공사]

 

흩어져 있어 아름다운 섬. 조화를 이루고 있어 어여쁜 섬. 추자도다. 섬 이름이 왜 추자도일까. 섬 전체가 추자나무 씨앗을 바다에 흩뿌려 놓은 것 같다 해서 추자도라 부른다. 추자나무가 생소한가. 가래나무라 하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제주도 북부의 추자도는 42개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유인도 4개. 무인도 38개로 형성됐다. 추자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로 나눠져 있다. 1000여 가구 1800여 명이 듬성듬성 떨어져 여유 있게 살아간다.


추자도는 바다낚시로 유명하다. 낚시꾼들은 추자도를 바다낚시의 성지라 부른다. 왜 그럴까.


어족이 풍부하다. 어족이 다양하다. 손맛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추자도는 물살이 세다. 고기들도 센 물살에 맞서느라 힘이 좋다. 힘 좋은 고기를 낚아올리는 스릴이 있다. 낚시꾼들은 말한다. 추자도에서 낚시하고 나면 다른 데서 못한다고. 그만큼 추자도의 낚시는 매력적이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꾼들이 모여든다.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다. 새벽 2~3시면 배들이 불을 밝히고 출항한다. 좋은 포인트를 먼저 잡으려고. 조금만 늦으면 좋은 자리가 없다. 추자도에서는 이런 자리 싸움이 끊임없이 생긴다. 추자도 낚시의 이런 모습은 왜 생길까. 1년 내내 추자도에는 제철 고기가 춤을 춘다. 추자도의 제철 고기는 무엇이 있을까. 

 

▲ 추자도에서는 돌돔이 거의 1년 내내 잡히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추자도의 1월 바다는 의외로 낚을 것이 흘러넘친다. 기름이 반질반질한 방어와 벵에돔이 낚시꾼을 유혹한다. 추자도의 방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많아 겨울철 횟감으로 인기가 좋다. 거친 물살을 견디며 살아온 대방어는 어부들에게 풍요를 준다.


2월에는 성질 급한 삼치가 낚시꾼들의 손맛을 짜릿하게 만든다. 차가운 물 속에서 살을 통통하게 찌운 삼치는 고소함이 있다. 삼치회는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선물이다.  


3월의 추자도에서는 바다의 여신 볼락을 만날 수 있다. 오징어, 낙지를 비롯해 인조 미끼로 고기를 잡는 루어낚시의 계절이 이때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4월에는 돔들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옥돔이 우아한 선홍빛 자태를 뽐내며 추자도 앞바다를 휘젖는다. 때맞춰 봉우리를 터뜨리는 연분홍 벚꽃과 경쟁이라도 하듯이. 옥돔은 봄의 대물이다. 70~80㎝의 옥돔을 낚아채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5월의 추자도에는 밤낚시가 성황을 이룬다. 물때를 맞춰 농어를 잡기 위해서다. 이 시기에는 농어 외에 황돔, 흑돔 등이 잘 잡힌다. 


추자도의 6월은 낚시에서 잠시 벗어난다. 그나마 성게가 절정을 이루지만 낚시와는 거리가 멀다. 성게는 겨우내 낚시꾼들의 미끼로도 쓰인다. 

 

▲ 짜릿한 손맛 바다낚시를 즐기는 가족낚시체험 [제주관광공사]


7~8월에는 원정조업을 나온 어선들이 추자도 앞바다에 진을 친다. 여름 대표 생선인 갈치와 한치 전갱이가 주로 잡힌다. 추자도의 9월은 섬 전체가 분주해진다. 참굴비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참굴비는 동중국해에 머물다 9월에 산란을 위해 추자도로 돌아온다. 

 

 

 

추자도는 매년 9~10월 무렵 참굴비 축제를 열어 관광객과 어민들에게 기쁨과 풍요를 주고 있다. 10월에는 돌돔과 참돔이 낚시꾼들을 끌어모은다. 추자도에서는 돌돔이 거의 1년 내내 잡히고 있다. 돔이 안 잡혀 빈손으로 돌아갈 걱정은 하지 마라. 추자도 바다가 학꽁치와 전갱이로 풍요한 선물을 줄 것이다. 학꽁치와 전갱이는 그대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내줄 것이다. 


찬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11월이다. 겨울 낚시의 참맛을 알러가자. 방어가 나온다. 대방어가 낚시꾼들을 불러모은다. 미끼를 물면 긴장해야 한다. 대방어의 강한 힘을 제압하기 쉽지 않다. 생선은 클수록 맛있다. 대방어를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추자도의 11월 방어는 기름기가 많고 살이 토실토실 올라 고소하고 식감이 좋다. 


한 해를 마무리하자. 추자도의 12월은 낚시꾼들이 가장 기다리는 달이다. 멋진 자태의 감성돔이 거친 물결에 맞춰 춤을 춘다. 낚시꾼들은 추자도의 대물 감성돔을 최고로 친다. 낚시꾼들은 추자도를 감성돔 무주공산이라 표현할 정도다. 


추자도는 낚시꾼들만의 천국이 아니다. 시원한 바람. 깨끗한 공기. 4면이 바다로 탁 트인 환상의 올레 코스가 있다. 올레 18 -1코스가 그대들을 넉넉한 품으로 안아줄 것이다. 총 길이 17.7km이다. 온전히 걷는 데 6~8시간이 걸린다. 여유 있게 걸으려면 1박2일 일정으로 가는 게 좋다.


올레 길에는 사연이 많다. 최영 장군의 애민정신이 있다. 어린 자식을 갯바위에 떨궈 놓고 떠난 모정의 안타까움이 가슴을 때린다. 스릴도 느껴진다. 낭만도 있다. 걷다보면 시원함을 느낀다. 맑은 공기에 발맞춰 걸으면 신선의 발걸음을 느낄 수 있다. 

 

▲ 제주에서 가장 높은 올레길 추자올레 18 -1 [제주관광공사]

18 -1코스 올레 길의 시작은 추자면 사무소에서 시작된다. 400미터만 가면 최영 장군 사당이 반겨준다. 추자도민은 최영 장군을 신처럼 추앙한다. 최영 장군은 풍랑을 피해 추자도에 잠시 머물렀다. 머무는 동안 추자도민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쳐 줬다. 낚시대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고기 잡는 법도 가르쳐 줬다. 추자도민들은 그때의 고마움을 간직하기 위해 사당을 짓고 매년 제를 지내고 있다. 여유롭게 걷다보면 18 -1 올레 길의 백미인 ‘나바론하늘길’에 이른다. 

 

▲ 나바론하늘길 [제주관광공사]


나바론하늘길은 영화 ‘나바론 요새’를 연상케 한다. 나바론하늘길은 추자도에 낚시 온 외지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이곳의 절벽이 나바론 요새에 나오는 절벽처럼 험하다 하여 나바론 절벽이라 불렀다. 하늘길은 입구부터 숨이 가빠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신고식을 시킨다. 신고식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기묘한 자연의 예술품이 가쁜 숨을 멈추게 한다. 말머리 형상 바위가 자태를 뽐낸다. 정말 신기하다. 어느 조각가도 이런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발길을 옮기니 깎아지른 절벽이다. 발을 내딛기가 조심스럽다. 최고의 트래킹 코스이다. 2km의 장관이 펼쳐진다.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이어 진다. 정상에 오르면 탄성이 절로 난다. 어떻게 이런 멋진 풍경이 있을까 하고. 주변에서 합창 소리가 들린다. 야~~~.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본다. 모두가 바다다. 멋진 풍경을 못 볼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워 할 필요가 없다. 바다의 시원함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걷는 걸음걸음마다 바다는 멋진 풍경을 아낌없이 내준다.


풍경을 벗 삼아 걷다보니 가슴 아픈 사연이 기다린다. 천주교 111번째 성지인 황경한의 묘가 나타난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황사영과 정난주 부부의 아들 황경한이 묻힌 곳이다. 황사연은 신유박해 때 백서를 만든 것이 발각돼 대역죄인으로 몰려 처형됐다. 부인 정난주는 제주 관노로 팔려 갔다. 귀양길에 오른 정난주는 두 살짜리 황경한을 예조리 갯바위에 내려놓고 떠났다. 아들이 평생 죄인으로 사는 것을 막으려는 지극한 모성애다. 정난주는 정약용의 큰형 정약현의 딸로 어릴 때부터 총기가 뛰어났다. 황경한은 다행히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어부 오 씨에게 발견돼 그 손에서 자랐다. 황경한은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지금도 황경한의 후손들이 하추자도에 살고 있다. 이런 연유로 추자도에서는 황씨와 오씨가 결혼을 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애달픈 사연을 뒤로 하고 걸으면 조용한 어촌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빛 바랜 간판. 아담한 상점 몇 곳. 볕이 가득 내려 앉은 골목길. 모든 게 정겹다. 사람의 자취를 느낄 수 없어 두렵기까지 하다. 마음을 바꾸니 오히려 평안하다. 우리의 옛 생활이 이랬는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 유채꽃길 [제주관광공사]


추자도의 올레 길은 봄에 더 아름답다. 4~5월이면 유채꽃 향연이 벌어진다. 탐스러운 노란색 물결이 사람들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추자교에서 이어지는 5km 꽃길은 신선들의 놀이터 같은 느낌을 준다. 보름달과 어우러지는 노란 꽃물결은 자연의 위대함을 깨우치게 한다. 추자도의 봄 안개는 사람들의 혼을 빼앗아간다. 수십 개의 섬 머리에 봄기운이 내려앉으면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몽롱해진다. 숨마저 멎는다. 

 

▲ 민박 밥상 [제주관광공사]


추자도에는 또 다른 자랑이 있다. 풍부한 먹거리다. 싱싱한 해산물이 흘러넘친다. 추자도의 특산품이 굴비다. 굴비 정식 한 상이면 재벌 회장이 부럽지 않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직접 먹어보면 어떨까. 행복을 느낄 것이다. 굴비만 있는 게 아니다. 입맛이 없을 때 날 잡수시요 하고 젓갈이 나온다. 멸치젓이다. 흰 쌀밥에 짭조름한 멸치젓을 올려 먹으면 식욕부진이라는 말이 없어진다. 생선만 있는 게 아니다. 해초류가 건강을 지켜준다. 밑반찬으로 나온다. 모자반. 미역무침. 파래무침. 이름 모를 해초가 상을 뒤덮는다. 추자도의 미역은 끓일수록 단맛이 난다. 건강식이 따로 없다. 


추자도에는 맛의 명소인 전라도 생활양식이 스며있다. 추자도는 원래 전라남도 소속이었다. 1914년 제주도에 편입됐다. 행정구역은 바뀌었지만 생활 양식까지 편입되지는 않았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이유다. 풍부한 수산물 재료와 다양한 요리 방법이 조화를 이룬다. 솜씨 좋은 아낙네들의 손맛도 더해졌다.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민박집의 인심도 좋다. 부족하면 아낌없이 내준다. 


겨울은 소리 없이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찬바람 속에 아쉬움을 숨긴 채. 미련 없이 떠날 거라고 웃음 짓는다. 곧 꽃 피는 춘삼월이 찾아올 테니 봄맞이 준비하라 일러준다. 추자도에는 봄이 일찍 찾아온다. 세파에 찌든 사람들을 품에 안기 위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추자도의 유혹에 빠지면 어떨까.

 

U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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