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티는 끝났나?

오다인 기자 / 기사승인 : 2019-01-11 21: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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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찍고 내리막길”…‘어닝쇼크’로 위기감 커져
‘먹구름’ 전망 줄줄이 발표, 일각선 “하반기 회복”
▲[셔터스톡]

 

‘살찐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한다.’ 1996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 그림 한 장이 걸렸다. 뚱뚱한 고양이 위에 ‘X’자가 그어진 그림이었다. 이윤우 당시 반도체총괄 사장이 직접 그렸다. 한국 반도체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그는 반도체 붐이 일던 때 ‘자만하지 말자’는 의미로 이 그림을 걸어놓았다고 한다.


살찐 고양이 교훈을 뒤집어보면 반도체가 그만큼 호황을 누렸다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이 눈 앞의 이익을 경계하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도 반도체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는 1977년 수출액이 3억달러에 그쳤지만 1985년 10억달러, 1994년 100억달러, 2000년 200억 달러, 2010년 5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경제 성장을 실제로 견인해 왔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국내 총수출액의 약 21%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수출액은 6054억7000만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이 1267억1000만달러였다. 전년 대비 29.4% 성장했고 단일 부품으론 세계 최초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런 성장세는 최근 3년간 더욱 탄력을 받았다. ‘IDC (Internet Data Center)’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IDC는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서버를 한 군데에 모아 운용해주는 시설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생산에 주력해 왔는데 IDC 서버의 필수 제품이 D램이다.


IDC의 증가는 데이터 수요의 증가와 맞물린다. 2015년부터 아마존·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은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를 증설, IDC를 확대 구축했다. 이전까지 반도체 수요는 PC와 모바일에 한정돼 있었지만, IDC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다시 한번 뛴 것이다. 여기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을 주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으면서 반도체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글로벌 IT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4767억달러로 전년(4204억달러)보다 13.4% 증가했다. 이 중 메모리 매출은 34.8%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5100억원, 영업이익은 58조89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11조4167억원, 영업이익은 6조4724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처음으로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기업 세계 1위에 오른 뒤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2위는 인텔, 3위는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분기보다 38.5%나 줄어


그러나 반도체 초호황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고점론’이 번번이 언급됐다. 경기 주기로 봤을 때 반도체 호황이 정점에 달했으며 곧 불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실적을 보면 반도체 고점론이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어닝쇼크’라는 시장의 반응처럼 실적이 처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삼성전자도 4분기만 놓고 보면 암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의 잠정실적을 올렸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분기인 2018년 3분기 65조4600억원 대비 9.87% 줄었고, 전년동기인 2017년 4분기 65조9800억원 대비 10.58% 감소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였던 전분기 17조5700억원보다 38.53%, 전년동기 15조1500억원보다 28.71%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5.2%, 출하량은 16.3% 감소했다. 이처럼 생산이 주는 건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수요 감소는 대형 IT 기업들이 IDC 구축을 사실상 거의 완료했고, 미·중 무역전쟁 이후 투자가 위축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 측에선 생산설비 확장이나 추가 투자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종류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내려갔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 하락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내내 5~15%가량 가격이 더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하락세는 중국 기업들이 올해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15%에서 2025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아직 뒤처져 있지만, 수년 내 선두 기업을 바짝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는 중이다. 관세청의 수출입 동향을 보면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매월 11~6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일부는 30~40%에 달하는 증가율을 띠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증가율은 3.5%라는 한 자릿수 성적에 그쳤다.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가 휘청했다는 우려가 커지자 국무총리까지 나서 반도체 기업 수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반도체 1위라는 국민 자부심이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로 위기론 돌파”


일각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과장됐다고 보기도 한다. 지난 4분기 실적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며 향후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기대의 핵심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가 있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를 구현할 기술이다. 자율주행차는 반도체 소모가 매우 크고 대량생산되기 때문에 상용화 속도가 앞당겨질수록 반도체 수요도 동반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반도체 위기론을 돌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서버의 도입 활성화도 반도체 수요를 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 서버는 IDC의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츰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공지능 서버는 8%에 불과했지만 2025년 50%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많은 D램이 소모된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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