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서울 안의 또 다른 도시, 디지털미디어시티

UPI뉴스 / 기사승인 : 2019-02-20 08: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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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산책

▲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문화광장과 MBC신사옥 [문재원 기자]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도시공항철도, 6호선 지하철, 경의중앙선. 이렇게 세 개의 노선이 교차한다. 교통이 편리하지만 걷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곳은 아니다. 영화를 보러 몇 번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 간 적이 있다. 첸카이거 감독의 단편 영화와 구로사와 아키라 ‘라쇼몽’은 생각나는데 거리 풍경은 기억에 없다. 

 

상암동은 크게 구도심과 신도심 그리고 녹지공간으로 나뉜다. 팬택 상암사옥 뒤편 먹자골목이 구도심이라면 스타파크를 중심으로 몰려있는 MBC, SBS, YTN, CJ E&M, JTBC 등 방송국이 있는 곳을 새로 개발된 도심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디지털미디어시티’라고 하면 방송국들의 거리를 말한다. ‘시티’에서 한강 쪽으로 10여 분 걸어가면 월드컵 공원과 하늘공원이 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9번 출구로 나와서 먹자골목을 가로질러 걸었다. 옛 건물을 허물고 신축한 곳도 있지만 기와지붕의 집도 남아 있다. 술집과 고깃집들은 저녁 장사만 하는지 아니면 시간이 이른 탓인지 가게 문이 닫혀 있는 곳이 많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골목을 빠져나와 매봉산로를 가로질러 횡단보도를 건넜다. DMC홍보관과 DDMC 건물 사이 계단을 올라가니 방송국 건물이 빙 둘러섰다. 비로소 미디어 시티에 들어선 것이다. 건물 사이로 검정 패딩 차림의 무리들이 걸어온다. 11시 40분. 구도심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지나온 광장 의자에서도 누군가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 상암 문화광장 [문재원 기자]


상암에서 가장 큰 건물인 누리꿈스퀘어와 반원의 특이한 건물 MBC몰을 지나면 이곳이 왜 미디어시티인지 실감할 수 있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광장은 갑자기 북적였다. 방금 지나온 구도심과는 대조적이었다. 제 자리에 서서 한 바퀴만 돌면 유명 커피 체인점 브랜드를 다 볼 수 있다. 식당 간판도 빽빽하다. 작은 길 하나를 건넜다. 이번에 좀 더 넓은 광장이 나왔다. DMC의 랜드마크인 MBC 앞 스타시티 광장이다. 거대한 인간 모형 철골 두 개가 빨간 사각형을 사이에 두고 서 있다. 둘은 서로 한 손을 맞잡으려는 순간이다. 미디어를 통한 소통, 제목은 ‘스퀘어 M, 커뮤니케이션’이다. DMC 이미지를 검색하면 맨 먼저 나오는 조형물이다. 이곳에서 바닥을 잘 보고 걸으면 영화배우들의 청동 손프린팅을 볼 수 있다. 


방송국 건물 벽에 걸린 대형 LED 모니터에는 방송됐던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광장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까, 밖을 더 돌아다닐까. MBC몰로 들어가면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밖을 더 돌아다닐 수는 없을 게 뻔했다. 비가 오거나 아주 춥거나 아주 더운 날을 위해 몰 산책은 남겨두기로 했다.

 

▲ 한국영상자료원 [문재원 기자]


한국영상자료원 안에 있는 시네마테크로 내려갔다. 요즘엔 어떤 기획 상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상영관 앞 카페에는 상영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모두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었다. 오렌지필름 기획전, 독립영화 감독전, 시네마테크가 주목한 2018년 한국영화, 이렇게 세 영역으로 나뉜 프로그램이 2월 동안 돌아가며 상영되는 모양이었다. 모두 무료상영이다. 차 한 잔 마시며 지도앱을 열어 다음 목적지를 고민했다. 월드컵 공원과 하늘공원은 봄 햇살을 받으며 걷기로 하고 문화비축기지를 목적지로 정했다. 그곳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면 적당한 산책 코스가 될 것 같았다.

 

▲ 문화비축기지 [문재원 기자]


월드컵경기장 서문 맞은 편에 산 아래 보이는 탱크들이 문화비축기지다. 매봉산 자락에 석유비축 기지가 조성된 것은 1978년 1차 석유파동 이후이다. 지름 13~38m, 높이 15m 탱크 다섯 개를 지어 석유 6907만 L를 보관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석유비축기지는 위험 시설로 분류되어 2000년 12월 시설을 폐쇄하였다. 2013년에 와서야 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전 당선작 ‘땅으로부터 읽어 낸 시간’을 바탕으로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석유비축기지로 사용되었던 5개 탱크는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신축한 탱크 1개는 커뮤니티센터로 거듭났다. 석유비축기지가 이제는 문화비축기지가 되었다. 

 

▲ 문화비축기지 [문재원 기자]


커뮤니티센터 탱크는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 소문난 공간이다. 탱크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빛의 무늬 때문이다. 1층 카페에서 계단을 올라 나선형 길을 따라가면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저절로 빛의 매력에 빠진다. 유리 너머로 위층 강의실이, 좁은 통로 사이로 회의하는 사람들 모습이 반쯤 보였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저곳은 어떤 공간일까, 저절로 궁금증이 일었다. 


전철역으로 돌아가는데 머지않아 상암동을 다시 찾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건물 1층의 이색 카페들과 누리꿈스퀘어, 방송국 브랜드 스토어, 오픈 라디오 스튜디오, 한국영화박물관, 북카페, 그리고 문화비축기지의 다른 탱크들까지. 둘러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았다. 하긴 서울 안의 또 다른 ‘시티’를 하루 만에 다 둘러본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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