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에 쐐기 박은 이주열, 왜?

류순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0 21: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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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한 적도, 추진계획도 없다"...수면 아래로 내려간 화폐단위변경
국회서 '애드벌룬' 띄웠다가 엉뚱한 논란으로 번지자 논의에 재차 '쐐기'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지난 3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며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에 불 붙이더니 논란이 거세지자 "추진계획 없다"며 재차 쐐기를 박았다. [정병혁 기자]


화폐 단위 변경, 리디노미네이션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관련 논의에 다시 쐐기를 박았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3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며 불지피더니 논란이 거세지자 "원론적 차원에서 말한 것일 뿐 추진 계획이 전혀 없다"고 진화한 데 이어 다시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 총재는 "(일부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기대효과,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모아지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경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 국민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리디노미네이션을 둘러싸고 논란이 진행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지난 3월 업무보고 당시만 해도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이 총재가 정치권과 교감을 갖고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적잖았다. 이 총재 답변 이후 국회에선 즉각 정책토론회 준비로 장단을 맞췄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 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은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의원들은 이미 시장에서 1000원을 1원으로 낮춘 '셀프 리디노미네이션'이 활발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규모와 위상 등을 감안해 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OECD 가입국 중에서 1달러 당 환율이 네 자리 이상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심기준 의원도 "아이들이 성장하면 성장에 큰 옷으로 갈아 입듯이 경제규모가 변화하면 화폐제도가 괴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도 "예산심리시 '0 '을 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활 속 불편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모두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였다.


그러나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번졌다.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운 극우 보수 세력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좌파 정책'으로 매도하며 마치 재산상의 손실이라도 야기하는 것 처럼 위기감을 조장했다.

 

주무기관의 장인 이 총재가 추진계획 없다며 쐐기를 박은 것은 이 같은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그래도 인플레 가능성 등 당장의 충격이 걱정스러운데 정치적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게 부담스러웠을 법 하다.


그럼에도 리디노미네이션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노무현 정부 한은 총재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던 경제석학 박승은 "언젠가는 해야 하고, 물가가 안정된 지금이 적기"라고 말한다. "현재 인플레이션 걱정과 비용 걱정을 안해도 되고, 일자리 창출 등 경기 부양효과도 있다"는 게 박 전 총재의 주장이다.


박 전 총재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다. 이걸 해내는 대통령은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원해 보인다.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여전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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