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전용극장 세우려 시행사 회장 됐죠"

이성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2-15 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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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호 뮤지컬 프로듀서 설도윤 열정 인터뷰
부산 드림씨어터 4월 개관…초연작은 ‘라이언 킹’

▲ 설도윤 뮤지컬 프로듀서 [뉴시스]

 

“이 땅에서도 뮤지컬이 ‘산업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행복합니다.”

 

뮤지컬 ‘라이언 킹’의 설도윤 프로듀서의 말이다. 뮤지컬 프로듀서를 떼어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에게 한동안 새로운 명함이 보태졌다. 그는 현재 뮤지컬 전용 극장을 건립한 시행사 회장이다. 뮤지컬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나서는 그를 지난 13일 오후 강남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어떤 직함으로 불러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프로듀서’라고 말한다. 그는 이미 저서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를 통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그는 2004년 미국 공연 인명사전인 ‘플레이 빌’에 한국인 최초로 뮤지컬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설앤컴퍼니 대표이사를 비롯해 대경대 뮤지컬 학과 교수,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초대 공동 집행위원장(2006),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2013~2014) 등 그의 이력은 실로 다채롭다. 


그는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프로듀서를 맡아 국내 뮤지컬 제작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뮤지컬을 ‘산업’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당사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뮤지컬 프로듀서 이력은 화려하다. ‘캣츠’ 내한공연(2003~2004)과 월드투어(2007) 그리고 한국어 공연(2008), ‘위키드’(2013~2014), ‘프로듀서스’(2006), ‘미녀와 야수’(2004),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04, 2015),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2005, 2012-2013, 2014) 등이 그가 그동안 프로듀서로 내놓은 세계 유명 뮤지컬이다. 


인터뷰 중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쉰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2003년은 자신에게 악몽 같은 한해였다며. 당시 뮤지컬 ‘캣츠’ 월드투어를 국내에 들여와 천막극장 형식으로 공연에 나섰는데, ‘빅탑시어터’라 불리는 천막극장을 호주에서 직접 공수했다.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해 9월 역대 최악의 태풍 ‘매미’가 부산에 상륙했다. 부산 벡스코에 설치한 빅탑시어터는 매미의 공습으로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피해액만 120억원에 달했다. 작품에만 매달리던 예술가를 궁지에 몰기 충분했다. “보험도 들었지만, 감가상각액이 너무 커 보험금만으로는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부산시가 세제 혜택 등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 부산 문현금융단지내 ‘국제금융센터 부산’ 안에 세워지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의 조감도 [설앤컴퍼니]

그러나 ‘태풍 매미의 공습’은 아이러니하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당시 태풍 피해가 계기가 돼 부산시와 현재 진행 중인 드림씨어터에 대한 건립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부산시와 열린 사고로 전용 극장건립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010년은 뮤지컬 전용 극장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을 수 있었고 2011년에는 본 계약까지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애초 계획과 달리 투자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로 인해 이미 집행된 설계비 등 100억원대의 자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결국 그는 우여곡절 끝에 외부 투자를 성사시켜 2015년에는 극장 건립에 나설 수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한동안 말을 잊고 먼 발치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이내 그는 당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동생인 설도권 대표가 큰 힘이 됐다며 말문을 연다. “사실 당시 동생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지금도 라이언 킹이나 극장 드림씨어터 운영도 신명을 가지고 도맡아 운영하고 있어 언제나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말을 이어갔다.

 

▲ 드림씨어터 개관작으로 막 오르는 ‘라이언 킹’ [Disney]

‘국제금융센터(IFC) 부산’ 내에 건립되는 드림씨어터는 1727석 규모다. 부산 지역으로는 최초의 초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이며 상설 가용좌석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건축물은 이미 지난해 11월에 준공됐다. 설 프로듀서는 드림씨어터 개관기념으로 라이언 킹을 오는 4월 11일~5월 19일까지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이 부산 지역 내 공연의 산업화 공론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뮤지컬이 한 달 이상 공연을 이어가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 프로듀서가 설명하는 라이언 킹의 부산공연의 ‘또 다른 의미’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2003년 대구에서 뮤지컬 ‘캣츠’가 한 달 이상 공연되었다”며 “이를 계기로 시장이 한층 커져 뮤지컬과 일반 공연 시장이 함께 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부산 공연도 대구처럼 하나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은 한 작품에 100억원대 이상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작품의 수입과 지출 뿐만 아니라 제작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론도 폈다. 회계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말로 티켓 발권 전산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 “대체로 뮤지컬은 제작비의 약 30% 정도가 지방 공연에서 충당한다”며 “대구는 이 가운데 25%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만일 부산이 대구 정도의 규모로 성장한다면 국내 뮤지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용 극장을 갖는 것은 모든 제작자의 꿈이다. 그가 지난 수년 간 천직인 프로듀서를 뒤로 하고 시행사 회장으로 전국을 누빈 이유다. “한편에서는 시행사 회장이라니까 사기꾼처럼 매도하는 때도 많아 맘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며 “하지만 언젠가 극장을 세워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생각을 하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며 웃음 지었다. 


사실 국내 여건상 개인이 뮤지컬 전용 극장을 건립하거나 운영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꿈이자 숙명’이라고 단언했다. “본의 아니게 시행이라는 것을 했다. 지나 보니 공연 프로듀서나 시행사업이나 다를 바 없었다”며 “망하면 사기꾼 소리 듣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과정이나 운영도 비슷하다”며 소년처럼 웃었다.


인터뷰 중 그는 뮤지컬의 산업화 필요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도시 전체를 성장시킨 미국 라스베이거스 신화를 우리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산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다른 도시에도 이런 모델을 적용해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그는 서슴없이 ‘문화 집객시설을 토대로 한 개발사업’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상업예술은 ‘흥행’이라는 코드로 존재해야 하고 그 ‘흥행’을 담을 수 있는 시설물이야말로 향후 자신의 화두라는 설명이다.


그는 드림씨어터의 초연작인 ‘라이언 킹’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뮤지컬 라이언 킹은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3만여 장이 팔려나가며 기염을 토했다. 그는 올해 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도 드림시어터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산 뮤지컬 팬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후진들에 대해서도 “프로듀서는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다”며 “자유스럽게 의견을 개진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다만 성공을 거두더라도 처음처럼 낮은 자세로 끝까지 자기 일에 임하기 바란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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