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에 농락당한 한국축구…올스타전 존폐론까지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19-08-09 19: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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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있다. 호날두가 이날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경기는 3-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정병혁 기자]
2019년 7월 26일. 한국축구가 농락당했다. 빗속을 뚫고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모인 6만5000여 명 관중들이 분노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의 꿈도 짓밟혔다. 수많은 시청자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모든 축구팬이 허탈해했다. 한국축구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불명예의 멍에도 뒤집어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결론부터 내리자. 인성이 제로인 호날두에게 당했다. 승부조작의 대명사인 추악한 구단 유벤투스는 공동주연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7월 26일 K리그 올스타전을 치렀다.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주최사가 연맹이 아니었다. 마케팅 회사인 더페스타였다. 더페스타는 지난 5월 유벤투스와의 계약서를 들고 연맹을 찾아왔다. 유벤투스 관계자도 동행했다. 유벤투스는 모든 사항을 계약서대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호날두가 45분 이상 뛴다는 조건이 있었다. 팬 사인회도 하도록 돼 있었다. 양측은 성공적 대회개최를 자신했다. 

연맹은 고민했다. 2019 프로축구 올스타전은 원래 대구에서 열기로 했었다. 대구 팬들의 뜨거운 축구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이동국 팀, 조현우 팀으로 나누기로 했었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호날두의 수준 높은 기량을 팬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연맹은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위약금 조항도 넣었다. 홍보에도 적극 협조했다. 팬들은 호날두의 방한 소식에 흥분했다. 6만5000장의 표가 2시간 만에 매진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유벤투스는 대회 당일에 예정시간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이후 모든 스케줄은 파행을 거듭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호날두의 행동도 예상 밖이었다.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팬 사인회도 안 했다.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팬들은 환호했다. 호날두는 팬들의 환호에 무표정으로 대했다. 몸도 안 풀었다.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엄연한 계약위반이었다. 호날두에게 한국 팬들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팬들은 호날두 대신 메시를 외쳐댔다. 

유벤투스 역시 최악의 매너를 선보였다.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 킥오프 시간도 못 맞췄다. 축구의 기본도 무시하는 억지를 부렸다. 경기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휴식시간도 줄이자고 했다. 경기취소 협박도 했다. 역시 유벤투스다운 행동이었다. 승부조작을 밥 먹듯 했는데 그깟 계약 정도야 하는 인식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유벤투스는 2005년과 2006년 세리에A 리그에서 희대의 승부조작을 벌였다. 심판은 물론 경찰, 회계사 등 여러 분야 관계자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했다.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아주 저질이고 치졸한 행동이었다. 세계 축구계는 할 말을 잃었다. 결국 2번의 우승이 취소되고 세리에B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유벤투스는 한마디로 저질구단이다. 과연 유벤투스가 프로구단으로 존재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호날두 농락으로 축구계 후폭풍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올스타전의 존폐여부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연맹은 사실 그동안 매년 올스타전을 치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대회 구성과 선수 선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이 이벤트성 대회로 인식돼 최고의 기량을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올스타전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양대 리그가 정착된 야구, 농구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선발돼 기량을 뽐냈다. 미국의 올스타전은 리그의 명예를 걸고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반면에 축구는 올스타전을 치르는 나라가 거의 없다. 축구선진국인 유럽은 올스타전을 하지 않는다. 

J리그도 올스타전이 없다. 대신에 자선경기 형태로 불규칙하게 이뤄진다. 유니세프 행사나 재난발생시 기금을 모으기 위해 열리게 된다. 유명선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치러지기도 한다. 

단지 미국프로축구(MLS)는 양대 리그로 진행돼 올스타전을 치른다. 미국프로축구는 동부와 서부 리그로 치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각 나라의 프로축구는 단일리그로 진행된다. 승강제가 적용돼 선발하는 팀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선수들을 인위적으로 구성하기도 어렵다. 축구올스타전이 열리지 않는 주된 이유다. 

프로축구연맹은 올스타전의 존폐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K리그 발전위원회에서도 올스타전이 주요의제로 떠올랐다. 허정무 부총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위원들의 절반 이상이 올스타전 무용론을 주장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올스타전의 코믹이벤트 대회 전락이다. 경기보다는 재미 위주로 열리고 있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없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살아 있어야 한다. 올스타전이 스포츠 정신의 기본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스타전은 기량향상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축구인들은 올스타전 기간 동안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정규리그 경기가 올스타전 이상의 관심을 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좋은 경기력이 팬들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라는 뜻이다. 

반대의견도 있다. 아직까지는 K리그 발전을 위해 올스타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K리그 흥행이 제자리를 못 잡은 현실에서 올스타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다. 

호날두 노쇼 사태도 이런 계기로 발생했다. 프로축구연맹은 2019 K리그 흥행에 고무되어 있다. 평균관중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K리그1의 경우 24라운드 기준으로 평균관중이 2018년보다 51% 증가한 8052명이다. K리그2도 22라운드 기준으로 72% 늘어난 2648명이다. 오랜만에 경기장이 들썩이고 있다. 축구열기로 한여름의 무더위를 씻어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를 승인했다. 메시와 함께 세계축구 최고스타인 호날두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연맹으로서는 좋은 일 하려다 뺨 맞은 꼴이 됐다. 물론 연맹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 관리 감독을 철저히 못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과거는 흘러갔다. 지금부터 성난 팬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씻어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심판 판정에 대한 잡음도 없애야 한다. 이제부터는 멀리 봐야 한다. 형식과 관습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의미 없는 올스타전이라 결론 나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 지난 포항 지진과 강원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할 때 자선경기를 펼치는 게 필요하다. 연맹과 선수와 구단이 힘을 모아 이재민과 팬들에게 용기를 줄 때 올스타전의 진정성이 빛을 발하게 된다.

 

U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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