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이끄는 작은 물길의 운하

UPI뉴스 / 기사승인 : 2019-05-07 17:08:27
  • -
  • +
  • 인쇄
[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
파나마 파나마시티, 보케테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 파나마 운하 [셔터스톡]


세계 지도를 한번 보자. 북아메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그야말로 다리처럼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부분이 중앙아메리카다. 그 중에서 남아메리카 대륙과 붙어 있는 파나마공화국에는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가 있다. 운하란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원래 땅이었던 곳을 인공으로 파내고 물길을 뚫어 배가 다닐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연의 지형을 바꾸는 엄청난 일이기에 흔히 대역사(大役事)라고 일컫는다. 과거 문명에서는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의 지혜를 거의 신과 맞먹는 수준에서 실현한 ‘한 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현장을 찾는 이유로 설득력을 갖는다.

파나마 운하 지역은 영구 중립 보장


파나마 운하는 수에즈 운하와 함께 세계의 대양을 잇는 운하로, 태평양과 대서양(카리브해)을 연결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한국으로 화물을 배로 보낸다고 하자. 만약 파나마 운하가 없다면 남아메리카 남쪽 끝에 있는 혼 곶(Cape Horn)을 돌아야 하므로 무려 8000해리(약 1만 5000km) 정도를 더 항해해야 한다. 따라서 그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운하가 완성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879년 프랑스가 처음 수로공사를 시작했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1894년에 재개한 뒤 1903년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미국이 운하 건설권과 관리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고 공사를 맡음으로써 마침내 1914년 8월 15일 운하가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과 파나마는 수로지배권을 놓고 수 차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결국 1977년 파나마 운하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가 운하에 대한 전권을 갖게 되었다. 단, 운하 지역은 영구 중립이 보장된다.


운하는 총길이 82km에 갑문이 세 개 설치돼 있다. 태평양 쪽 가툰호는 수위가 26m이고, 태평양 쪽 파나마시티에 있는 미라플로레스호는 16m로 낮아서 그 차이를 갑문으로 해결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을 지나다니는 선박들은 하강과 상승을 거쳐 준설수로로 연결된 뒤 다시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갑문은 길이 320m, 너비 33.5m, 깊이 12.56m이다. 따라서 다닐 수 있는 선박의 크기는 당연히 갑문에 따라 제한된다. 행운업계에서는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크기를 통칭해 파나막스(Panamax)라고 부른다. 2016년 6월에는 길이 427m, 너비 55m, 깊이 18.3m의 갑문이 새로 축조됨으로써 더 큰 배(포스트 파나막스, Post-Panamax)도 지날 수 있게 되었다.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대략 8시간 정도 걸리지만,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24~30시간이 되기도 한다.

세계문화유산, 옛 시가지 카스코 비에호 


파나마공화국(Republica del Panamá)은 한국의 4분의 3정도 크기로 북미와 남미 대륙을 연결하는 그 위치 때문에 세계 교통의 요충지가 되고 있다. 파나마라는 이름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착했을 때 물고기가 많이 있었다는 데서 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해산물이 풍부하고 서쪽 열대 밀림지대에는 나비, 곤충, 새 등 다양한 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파나마는 1501년 스페인 식민지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파나마 운하의 영향으로 해운, 국제 비즈니스, 금융, 물류 중심지로 손꼽히고 있다. 1513년 바스코 누녜스 데 발보아(Vasco Núñez de Balboa)는 직접 힘든 여정을 거쳐 파나마 지협이 큰 바다 두 개를 잇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파나마시티 역시 1519년 8월 15일 설립된 뒤 오늘날까지 항상 유럽인의 남미 정복과 탐험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가 되었고, 약탈한 재물을 유럽으로 보내는 통과지점이 되었다. 처음 조성된 옛 시가지인 카스코 비에호(Casco Viejo) 지역은 다채로운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과거 건물과 함께 유명 레스토랑과 재즈바도 많아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는 분위기를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 파나마시티 해안도로 산타코스테라

 

파나마 운하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미라플로레스로 가야 한다. 갑문이 있는 바로 위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선박이 통과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 거대한 선박이 갑문에 들어가 서서히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장난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갑문을 벗어나 ‘자유’를 찾은 듯 미끄러지는 배를 보면 역시 인간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 작은 물길에 기대고 있는 세계경제의 규모를 생각하면 운하의 효과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고 그 현장의 무게감이 전해져 온다. 이곳에는 박물관과 3D상영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파나마 운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바다에 잇닿아 펼쳐진 파나마시티의 스카이라인은 그 경제적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파나마만 쪽으로 도심의 빌딩들이 번영을 자랑하듯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바다와 어울려 뒤지지 않는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해안도로 산타코스테라를 여유롭게 거닐면서 즐길 수 있다.


멸종위기종 케찰 찾는 트레일 인기


파나마 서쪽, 코스타리카 접경 지역 해발 3475m의 바루 화산이 있는 곳은 열대 밀림지대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2의 도시 다비드에서 보케테로 가는데, 이때 ‘치킨버스’를 탄다. 말 그대로 노란색 닭장 버스다. 마치 병아리를 태우듯 빽빽하게 앉혀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주민들은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누며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 케찰 트레일 표지판


보케테는 산림이 울창하고, 커피를 많이 재배하고 있어 ‘커피계의 나파밸리’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게이샤 품종이 유명한데, 지난 2004년부터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신의 커피’라고 하지만 정작 생산량이 많지 않아 커피 농장 체험에서도 제품만 소개하고 맛은 보여주지 않았다. 원래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였으나 코스타리카를 통해 파나마로 들어온 것을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케찰(Quetzal) 트레일 투어가 가장 인기다. 케찰은 멕시코 남부에서 파나마 서부 산악 지대까지 지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마야 문명과 아스테카 문명에서 신성한 새로 여겼다. 항상 암수가 쌍으로 다니며, 녹색과 적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몸길이는 대략 30cm 남짓한데, 역시 수컷이 더 아름답고 꼬리도 길어 더 크다. 현재 멸종위기종이므로 세계 조류학자들 중에는 이 새를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케찰 투어에 나서면 원주민 가이드가 케찰의 새소리를 흉내 냄으로써 다가오도록 유혹한다. 한두 시간 열심히 열대 우림을 누비면서 탐조에 나서는데, 반드시 새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나타난다고 해도 가까이서 보기는 어렵다. 새 자체가 사람을 두려워하므로 멀리서 날기만 한다. 따라서 사진도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때라야 찍을 수 있다. 새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본 사람들이 자랑하면 금방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만다.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랄 수밖에. 과테말라에서는 케찰이 국조로 화폐 단위도 ‘케찰’을 사용한다. 


▲ 투어 당시 가이드가 촬영한 케찰 [김영진 제공]

색다른 볼거리는 ‘내 정원이 당신의 정원(Mi jardin es su jardin)’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인 소유 정원이다. 주인이 자신의 집 정원을 가꿔 공개하고 있는데 정원사만 해도 10명이나 된다고 한다. 잘 다듬어진 잔디에 울긋불긋 핀 200여 종 꽃들이 내뿜는 향기에 사람들 얼굴에도 잠시 웃음꽃이 핀다. 이처럼 때묻지 않은 원시적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파나마 운하와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인물

+

만평

+

스포츠

+

한국,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서 北과 만난다

한국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 편성 결과가 공개됐다. ​한국은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하우스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및 2023 AFC 아시안컵 통합예선 조추첨에서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이번 월드컵...

호날두의 유벤투스 vs 팀 K리그, KBS2 단독 생중계

월드스타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의 경기를 KBS2가 생중계한다.2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K리그 선수들과 이탈리아 클럽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를 KBS2가 단독으로 생중계한다고17일 오전KBS가밝혔다.이번 경기 입장권은 오픈 2시간 3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축구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크리...

도움 안되는 다저스 불펜, 류현진 승리 또 날렸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후반기 첫등판에서 7이닝동안 호투를 펼치고도구원투수 난조로 시즌 11승을 올리는데 실패했다.​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2실점(8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치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