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택의 연예비사] 부탁해요~ 이덕화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19-04-23 1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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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연예인 DNA…낚시로 연기 영감 얻어

부탁해요. 무엇을 부탁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부탁한단다. 예전에 한창 유행했다. 아니다. 지금도 유행한다. 유행은 시기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 '부탁해요'는 이런 속설을 깨뜨렸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입가에 맴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덕화다. 부탁해요를 처음 내뱉은 MC다. TV 쇼프로그램 진행자로 명성을 얻을 때 유행시켰다. 부탁해요는 아무나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 이덕화의 부탁해요는 맛이 다르다. 이덕화만의 개성이 들어가 있다. 부탁해요는 이덕화다. 이덕화는 부탁해요다. 사실 이덕화는 부탁해요를 안 하려 했다. PD들이 계속하라고 했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워낙 좋아서. 프로그램의 얼굴이 됐다.

어찌 보면 인생사와 같다.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듯. 이덕화의 부탁해요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바꿔 놨다. 이덕화는 배우다. 배우가 잠시 MC를 맡으며 유행시켰다. 연기자가 짧은 멘트 하나로 오래 사랑을 받기는 힘들다. 서영춘의 '가갈갈갈갈' 이후 처음일 것 같다. 그만큼 이덕화의 부탁해요는 울림이 크다. 

 

▲ 이덕화 [뉴시스]


이덕화는 타고난 연기자다. 뼛속까지 연기자의 혼이 흐르고 있다. 배우의 DNA를 타고 태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집안이 모두 배우다. 가계도를 알아보자. 아버지 이예춘. 이모 김보애. 이모부 김진규. 조카 김진아. 범상치 않다. 화려하다. 이들만 모아도 대작을 만들 만하다. 


한국에는 많은 연예인 가족이 있다. 흑백영화 시절 스크린을 주름잡았던 명배우들의 2세가 많다. 박노식-박준규. 황해-전영록. 독고성-독고영재. 허장강-허준호. 최무룡-최민수 등 모두 내로라하는 연기자 집안이다. 어찌 보면 아버지들의 명성이 더 뛰어날 수도 있다. 물론 2세들도 훌륭하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맞는다. 이덕화는 이런 2세 연기자들의 대부다. 부친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2세들의 단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덕화는 예의가 바르다. 보기와 다르다. 외모와 행동을 보면 거칠어 보인다. 실제로는 안 그렇다. 몇 년 전 이덕화가 전화했다. 대뜸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필자가 방송에서 이예춘 씨 칭찬을 한 적이 있다. 그 장면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께 효도 못했다고 울먹거렸다. 당황스러웠다. 기분도 좋았다. 이덕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효심도 느낄 수 있었다. 


이덕화는 낚시광이다. 바다낚시만 한다. 요즘 낚시 프로그램에 나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덕화에게 낚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삶의 버팀목이다. 연기 생활의 일부다. 낚시하며 영감을 얻는다. 고기를 잡는 것보다 명상에 빠진다. 세월을 낚는다. 강태공의 여유를 즐긴다. 촬영이 없으면 훌쩍 떠난다. 바람처럼 홀로 사라진다. 어느 가을날 양양으로 취재를 하러 갔다. 낙산해수욕장을 걷다 갯바위에 서 있는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 이덕화였다. 반가움에 손을 잡았다. 슬쩍 물어봤다. 매일 낚시하러 간다면 부인이 의심하지 않느냐고.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러려면 진작 못살았다고. 이덕화는 낚시 때문에 괜한 오해를 샀다. 짠돌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워낙 낚시를 좋아하다 보니 연락이 안 됐다. 자연히 모임에 빠지게 됐다. 경조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통신 시설이 좋았으면 안 받아도 될 오해였다. 짠돌이는 낚시사랑이 준 불명예 계급장이다. 


이덕화의 가족애는 대단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조카 김진아의 얘기다. 김진아는 정말 매력적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 김진규·김보애의 우월한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김진아가 배우가 되겠다고 미국에서 돌아왔다. 이덕화는 김진아의 성공을 위해 큰 노력을 했다.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김진아를 소개했다. 필자에게도 찾아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김진아는 배우로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 김진아는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불치병으로 배우의 꽃을 피우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덕화의 남자다움을 엿볼 일이 있었다. 김진아가 워낙 빼어난 외모를 갖고 있어 생긴 일이다.


하루는 김진아가 식구들과 걷고 있었다. 이때 한 남자가 김진아와 한 번 만날 수 없겠냐고 다가왔다. 식구들은 기겁해 거절했다. 얘기를 들은 이덕화의 반응은 달랐다. 그 놈 남자답다고. 패기 있다고. 왜 못 만나게 했냐고 투덜거렸다. 상대방 입장도 생각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덕화의 통 큰맘을 엿볼 수 있다. 


이덕화는 연예인 2세 중에 가장 성공했다. 유난히 돋보인다. 본인의 노력이 대단했다. 개성도 뛰어나다. 연기의 맛을 낼 줄 안다. 맡은 배역을 110% 해낸다. 약간 오버액션도 한다. 스스로 알아서 연기한다. 연출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당연히 연출자들이 잔소리를 안 한다.


어떤 연출자는 말한다. 연기를 여우같이 해낸다고. 이덕화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다른 연기자에게 없는 아우라가 있다고 칭찬한다. 이덕화는 아직 원로 배우 소리를 듣기에는 젊은 나이다. 단지 연기는 원로급이다. 연출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덕화의 나이도 이제 68살이다. 곧 칠순을 바라본다. 이제는 뒤돌아볼 나이다. 지나온 삶과 연기 생활을. 지금도 연기와 예능프로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반갑고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하길 바란다. 더는 욕심 부리면 안 된다. 덧붙여 바람이 있다. 어쩌면 이덕화가 꼭 가야 할 길이다. 후배양성을 했으면 한다. 아주 적극적으로. 이덕화의 나이와 경력, 건강 모두가 후배양성에 적합하다. 받았으면 돌려줘야 한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재능.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 선후배 동료에게서 받은 도움. 이제는 모두 갚아야 한다. 한국 연예계의 발전을 위해. 그 길이 후배양성이 아닐까 한다.


UPI뉴스 / 정리=김병윤 기자 bykim7161@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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