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답답한 부모와 10대 사이, 오감 자극하는 체험활동으로 소통하라

UPI뉴스 / 기사승인 : 2019-05-10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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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체험학습
▲  체험학습은 '의미'를 살리고 '이야기 거리가 있는 체험'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셔터스톡]

 

요즘 산을 바라보면 이스트로 발효시킨 빵처럼 신록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푸르른 계절이다. 청소년들의 가슴도 풍선처럼 창공을 난다. 밖으로 나가 활동하고픈 시기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가는 이즈음에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동아리체험 등 각종 외부 활동을 실시한다. 중학교에서는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로 진로체험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는 이른 봄부터 온 나라가 미세먼지로 일상생활에 큰 곤란을 겪게 되니 학생들의 체험학습 풍토도 바뀌었다. 학생의 건강을 염려해서 체험학습 장소를 실내로 국한한 교육청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이미 10월까지 방문할 체험 장소 예약이 끝나서 뒤늦게 계획을 세운 학교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 전시관 등 체험 장소가 학생들로 만원이다. 장소가 제한적이다 보니 이미 가본 곳을 또 가게 되는 학생들은 불만이 많다. 그러나 볼 때마다 새롭게 얻는 게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 또한 적지 않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는 진로직업체험이 강조되어 다양한 직업현장을 방문한다. 학생들의 적성과 재능을 자극하는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염색하기, 도자기 굽기, 화장품 만들기, 로봇 제작,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활동 등과 같은 체험을 한다. 드론 체험은 신청자가 많아 늘 정원이 일찍 마감된다고 한다. 신문사에 방문해 직접 기사를 쓰고 신문을 발행해보는 체험은 특히 인기다. 

어떤 학생들은 체험학습을 그저 "공부 안하고 바깥바람 쐬니 부담 없다"고 가볍게 여긴다. 그러나 체험학습은 '의미'를 살리고 ‘이야기 거리가 있는 체험'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동화작가 정채봉은 어렸을 때 새로 피어나는 꽃들에게 말을 걸며 종알종알 이야기하느라 늘 학교에 지각했다고 한다. 고지식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매일 지각하는 그를 나무랐지만 그는 자연체험학습을 스스로 하며 매일 배우는 꼬마작가였던 셈이다. 

몇 년 전 제주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다. 1950년대에 화가 이중섭이 제주에서 살며 그린 그림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가족적인 따스함이 느껴졌다. 미술관 근처에 그가 일 년 정도 살았던 집에 가보았다. 아담한 집이었는데 처음에는 "아름다운 섬이 떠 있는 바다가 보이니 참 목가적인 집이구나!"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좀더 기록을 자세히 보니 온 가족이 그 집 부엌 옆에 있는 1.4평의 방 한 칸에 세 들어 살았다고 한다. 그가 겪었을 가난과 절박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따스하고 행복해 보였던 그림 '파란 게와 어린이', '해변의 가족'이 다시 보였다. 가족애가 애틋했다. 그 후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고 홀로 살아가야 했던 화가의 삶이 아프게 다가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그의 그림에 대한 어떤 도슨트의 설명보다 깊은 감동을 느꼈다. 

체험활동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학습법으로는 최적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원두를 갈 때 느낌만으로도 신선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요리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식재료를 시장에서 사기보다 농장 등을 직접 방문해 재배하는 체험을 한다고 한다. 그 작물이 자라는 모양과 향기와 특성을 살피면서 요리의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천문대에서 목성을 보고 탄성을 질렀던 학생은 과학시간에 태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자녀가 오감을 사용해 사물과 만나고 상상하는 체험으로 진정한 앎을 경험한다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자녀와 소통이 잘 안되어 고민인 부모일수록 색다른 체험을 구상해본다. 자녀들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대체로 부모와 같이 잘 안 다니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의미 있는 체험을 함께 하려 노력해야 한다. 자녀와의 소통이 부모의 노력 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자녀와 체험활동을 계획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미리 생각해 두면 좋다. 

■ 부모가 일방적으로 여행이나 체험활동을 결정하지 않도록 한다. 어떤 체험을 할지 자녀와 미리 의논한다. 이왕이면 몇 가지 계획 중에서 선택하게 한다.
■ 체험활동 중 자녀가 할 일을 정해 부모와 역할을 분담한다. 부모가 운전하고, 준비물은 자녀가 챙기는 식으로 계획한다. 버스나 기차, 비행기표 예약이나 입장권 구입도 자녀에게 맡기면 좋다.
■ 자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존중하고 그 방면으로 활동할 이벤트를 계획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때로는 세 시간이 넘는 영화라 할지라도 함께 본다.
■ 자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알아둔다. 자녀가 좋아하는 노래가사나 운동 경기, 패션 스타일 등을 미리 공부하고 대화에 활용한다.
■ 가족이 함께 하는 체험활동은 즐거워야 한다. 대화 중 공부와 관련된 내용의 화제는 피한다. 그리고 지식만을 습득하는 목적으로 다니지 않도록 주의한다.
■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 줄 때 고마워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바빠서 자신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개는 자신이 부모에게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가끔 자녀를 위해 기꺼이 차를 운전하고 대화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다.
■ 자녀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 있다면 함께 쇼핑하는 일도 좋은 체험이다. 자녀와 동행하기가 귀찮아 돈만 주는 일은 의미가 별로 없다. 함께 물건을 고르고 사는 과정에서 자녀는 "너의 관심과 흥미가 부모인 내게도 무척 중요하다”는 부모의 메시지를 읽는다.
■ 체험활동을 하고 난 후 기회를 만들어 소감을 나눈다. 자녀가 경험한 이야기를 말해보도록 격려한다.

부모의 생각보다 자녀들은 빨리 성장한다. 더 늦기 전에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넣고, 낚시도구를 새로 손질하거나 침낭과 배낭과 나침반을 꺼내 자녀와 함께 할 계획을 짜 볼 일이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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