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출퇴근길…성범죄 온상된 지하철 9호선

김이현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6 09: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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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혼잡도 원인…5년 새 성범죄 10배 급증
"행정절차 오래 걸려 증편 어려운 게 현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인파에 떠밀리다 보면 옴짝달싹 못 한 채 전동차 안에 갇힌다. 행여나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이 아닐 경우에는 없는 틈을 비집고 헤쳐나가야 한다. 눈치를 보다 자리를 잡기 위해 움직이면, 돌아오는 건 찌푸린 시선과 짜증 섞인 목소리다.

 

▲ 6일 오전 8시 여의도역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김이현 기자]


지하철 9호선은 '저승철'을 넘어 '지옥철'로 불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9호선이 평균 혼잡도 175%로 가장 붐볐다. 출근시간 혼잡도 순서는 △염창역 179% △노량진역 177% △당산역 162%다. 혼잡도 179%면 한 칸 정원 160명인 지하철에 286명이 타고 있다는 의미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노선은 염창~당산으로 201%에 육박한다. 320명이 넘는 인원이 딱 붙어서 서로에게 의지해 이동하는 셈이다. 기존 4량이었던 급행열차를 지난해 12월부터 6량으로 일부 늘렸지만 붐비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7월 개통한 9호선은 일평균 이용객 21만여명에서 꾸준히 늘어나 2018년 현재 일평균 수송인원이 50만명에 이른다.  

 

▲ 지난해 11월 정기교통량 조사 결과 [서울교통공사 제공]


당산역에서 봉은사역까지 출·퇴근하는 A(32·여)씨는 "사람들과 부대낀 채로 출퇴근하는 건 매일 겪는 일이지만 갈수록 더 심해지는 듯하다"면서 "이제는 해탈했기 때문에 몸에 힘을 빼고 실려 다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1일에는 '3단계 구간 개통'에 따라 종합운동장역~보훈병원역 등 8개역이 추가로 개통된다. 전체 운행 구간이 지금보다 약 8.9km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기존 구간(개화역~종합운동장역)을 오가는 열차 횟수는 줄고, 배차 간격은 더 벌어진다. 9호선이 더 혼잡해지는 것이다.

 

▲ 2013~2017 서울지하철 성범죄 발생 현황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혼잡도만큼 9호선 내 성범죄(불법촬영과 추행 등)도 빈발한다. 경찰청 집계 결과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총 1811건으로 지난 2013년(1026건)과 비교해 76% 증가했다. 그런데 9호선은 지난 2013년 43건에서 지난해 471건으로 10.9배 급증했다.  

 
성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3·7·9호선이 겹치는 고속터미널역이었다. 무엇보다 역내 혼잡을 틈탄 성추행 범죄 발생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불법촬영 범행은 12건이지만 성추행은 53건으로 4배 이상이다. 2016년에는 전체 성범죄 131건 중 103건이 성추행이었다. 

 

▲ 지난 4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불법촬영 근절 홍보물이 서있다 [정병혁 기자]


염창역에서 고속터미널역을 오가는 B(23·여)씨는 "급행열차가 서는 역은 사람들이 쓰나미 같이 몰려들다 빠져나가는데, 불쾌한 접촉을 느낄 때가 많다"며 "다들 밀착돼 있어서 고의로 만졌다고 말하기도, 신고하기도 애매해 그냥 참는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지난 2014년 7월, 지하철 범죄예방 차원에서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시행한 바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CCTV 설치율은 30%를 밑돈다. 9호선은 198량 중 54량(27.3%)에만 설치돼 있다. 노후 열차를 교체할 때만 의무설치를 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설치된 CCTV도 범죄 예방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 지난 2013년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조사결과 성범죄 발생의 62.8%가 출·퇴근 시간에 일어나는데, 이 시간대는 사람이 붐벼 전동차 앞뒤 천장에 설치된 CCTV로는 승객의 머리 윗부분만 확인할 수 있어 범죄 예방 효과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9호선 내 지하철 경찰대는 6개 역사에 자리잡고 있다(여의도·선정릉·고속터미널·당산·가양·김포공항). 이곳 근무자는 총 30명 남짓이다. 9호선 전체 역사는 30개다.

 

▲ 지난 4일 9호선 국회의사당역 [정병혁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철도역사 내 범죄 건수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경찰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용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도경찰관을 더욱 증원하여 단속을 강화하고 범죄를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9호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4량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혼잡도가 높다 보니 신체접촉이 많아지고, 미필적 고의로 인한 접촉 등을 포함해 신고 접수가 많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철 경찰대 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모순이다. 9호선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다른 병력을 9호선에만 투입하면 9호선만 단속건수가 확 늘어난다. 올해 같은 경우 지하철 운영사와 협조해 현장 예방활동을 많이 강화했고, 작년보다 지하철범죄 수가 줄었다"면서 "9호선 차량을 늘려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4량에서 신규 2대를 구매하면 기존 4량에 붙여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완성필증, 철도안전체계변경 승인 등 행정절차만 해도 몇 달이 소요된다"며 "한 번에 작업할 수 있는 물량이 정해져 있고 단계적으로 하다 보니 빠르게 증편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 증가와 출퇴근 시간 혼잡도 등 불편은 6량 열차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과 이후 열차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 외에 획기적인 대책은 없다"면서 "9호선은 올해까지 급행열차를 6량으로 늘리고, 내년까지는 전부 6량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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