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인보사' 심사 결과 번복? '공범' 의혹…제2의 황우석 사태

남경식 기자 / 기사승인 : 2019-05-13 1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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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결과 불충분' 심사 결과, 두 달 만에 번복
"2차 회의에 유전자치료제 친화적 위원 불러"
식약처 "특정 위원 부른 것 아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성분 변경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인보사 게이트'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인보사를 철저한 검증 없이 허가한 수준을 넘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졸속 허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7년 인보사 심사를 위해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 결과가 두 달 만에 뒤바뀐 점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2017년 4월 열린 식약처의 1차 중앙약심은 인보사를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 7명 중 6명의 의견은 한 곳으로 수렴됐다. 위원들은 인보사가 질환 요건과 임상시험 요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머지 한 명은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했고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1차 중앙약심은 주요 미충족 사유로 △ 세포치료제와 같은 유사계열 의약품과 직접비교 임상 필요 △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 개선을 위해서는 골관절염 구조개선 입증 필요 △ 골관절염 증상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해가 더 크다는 점을 거론했다.
 

▲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제2의 황우석 사태' 인보사케이주 엉터리 허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제공]


그런데 두 달 뒤 2017년 6월 열린 2차 중앙약심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2차 중앙약심에는 1차 중앙약심 참석 위원 중 3명이 빠졌고, 2013년 7월 인보사의 임상3상 승인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 5명이 추가로 참석했다.

식약처는 위원 구성을 변경한 이유로 1차 중앙약심에서 제기된 미충족 사유가 임상3상 승인 때 이미 소명됐다는 점을 들었다. 2차 중앙약심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추가 제출한 자료에 근거한 추가 검토를 통해 세 가지 미충족 사유가 모두 충족된 것으로 의결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식약처가 2차 회의에 유전자치료제에 노골적으로 친화적인 위원들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전자치료제 허가는 영리병원 허용 문제와 같다"며 "하나를 허가해야 다른 치료제에도 기회가 오기 때문에, 위원들은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려 인보사를 허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차 중앙약심에서는 유전자치료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표출됐다. "막연히 잠재적 위험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공포에 기반을 두고 규정을 만든다면 신약을 개발할 수 없다"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2차 중앙약심 참여 위원 중 김선영, 강창율 교수의 이름도 눈에 띈다. 두 교수는 각각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前 바이로메드)와 셀리드의 창업자이자 대표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오는 3분기 마무리하고 4분기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김선영 대표는 20여년 동안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힘써왔다. 김 대표는 헬릭스미스 지분 10.26%를 보유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10일 기준 시가총액이 3조6491억 원으로 코스닥 4위에 달한다.

셀리드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지난 2월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셀리드는 자궁경부암 적응증 BVAC-C 임상 2상과 위암·유방암 적응증 BVAC-B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강창율 대표는 셀리드 지분 19.35%를 보유하고 있다. 강 대표의 셀리드 지분 가치는 약 800억 원에 육박한다.

2차 중앙약심에 배석한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의 허가를 적극 주장하기도 했다.

직접비교 임상이 필요하다는 첫 번째 미충족 사유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 요건에 대해 식약처 측은 "관련 규정은 2000년 도입됐으며 당시는 연구개발 초기로 유전자치료제의 무분별한 연구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지, 직접 비교임상만을 요구한 규정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두 번째 미충족 사유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구조개선이 없는 경우에도 허가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위해가 크다는 세 번째 미충족 사유에 대해서는 "이상반응 평가가 임상시험 때 이뤄졌고 가장 문제가 됐던 아나필락틱쇼크 1건은 환자가 세포가 아닌 부형제에 과민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아나필락틱쇼크는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뜻하며, 호흡 곤란과 혈압 저하를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이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식품의약안전처를 직무유기,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정 사무처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니라 '산업처'"라며 "식약처가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3월 22일 인지했으면서도 29일에 발표한 것도 첨단바이오법 통과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7일 동안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가 더 발생했다"며 "식약처는 안전관리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성분의 변경 가능성을 보고받은 3월 22일부터 식약처의 제조·판매 중지 요청이 이뤄진 같은 달 31일까지 인보사는 총 72건이 처방됐다.

2차 중앙약심에서 소수의견을 낸 한 위원은 "높은 기대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유전자치료제를 허가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허가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유전자치료제는 국가가 전략을 가지고 지원하는 약물임을 고려해 엄격하게 더 획기적인 것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인보사의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고가의 제품을 식약처가 무리하게 통과시켜줬다"며 "감사원에서 식약처를 조사해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백번 양보해 이런 절차가 문제가 없었더라도, 최소한 세포 검증을 하지 않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만으로 모든 허가를 내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인보사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 뿐만 아니라 식약처도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약심 결과가 뒤바뀐 과정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느 중앙약심이나 참석하는 위원이 매번 같은 것은 아니다"며 "식약처가 특정 위원을 부르는 게 아니라 일정이 가능한 위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문기 전 식약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안전과 직결된 의약품 허가를 정부가 찍어내리기식으로 내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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