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과 실리콘밸리 발명왕의 의기투합…"광주를 AI메카로"

류순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06-04 1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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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시장, 김문주 박사 만나 '담대한 꿈' 논의
'뒤처진 도시',광주의 역설…"한국 4차산업혁명 주도"

'역사적 만남'일지 모른다. 6월 4일 오후 4시 광주시장실. 두 사람이 마주했다. 한 명은 방의 주인인 이용섭(68) 시장, 상대는 멀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날아온 김문주(70) 박사다. 이 시장은 "인생도, 역사도 만남"이라며 운을 뗐다. "노무현, 김대중과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이용섭은 없다"면서. 김 박사도 "광주에 빠졌다. 해볼 만하다"고 화답했다. 시작부터 '손발이 척척'이다.


▲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과 실리콘밸리 '발명왕' 김문주 박사가 4일 오후 광주시장실에서 AI(인공지능) 메카를 향한 '광주의 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광주=문재원 기자]

두 살 터울로 동시대를 살았으나 두 사람의 인생 궤적은 판이하다. 이 시장은 문과로 국내파, 김 박사는 이과로 해외파다. 이 시장이 행정고시(14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 경제관료의 길을 걷는 동안 김 박사는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기술혁신가로 살았다.


공통점이 없지 않다. 두 사람 모두 '깊은 내공'과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시장은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을 거쳐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2008년엔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을 재선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당선됐다.


김 박사는 한국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IT 메카',실리콘밸리에선 유명인사다. 1981년 글로벌 기업 IBM에 입사해 '치프 엔지니어'(Chief Engineer·수석 엔지니어)에 올랐고, 마침내 '마스터 인벤터'(Master Inventor·발명왕)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한국계 인사로는 실리콘밸리에 입성해 엔지니어로서 가장 영예로운 지위에 오른 유일한 사람이다. IBM 창립 이후 김 박사가 퇴직한 2009년까지 마스터 인벤터의 지위에 오른 이는 김 박사를 포함해 겨우 한 손에 꼽을 정도다.


▲ 실리콘밸리 '발명왕' 김문주 박사(왼쪽)와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문재원 기자]


그러니까 이날 만남은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두 '고수(高手)'의 만남이었다. 궤적은 판이해도 접점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꿈과 열망이 둘을 연결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광주의 '담대한 꿈'을 말했다. 인공지능(AI)기반 산업생태계 조성을 중심으로 한국 4차 산업혁명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목에서 이 시장은 광주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광주는 자기희생을 통해 역사의 물길을 돌렸다.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또 민주주의 위해 싸웠다. 이젠 무너져내리는 한국경제를 살리라는 소명이 있다"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사 상생의 대타협, '광주형 일자리'도 광주여서 가능했다"고 이 시장은 강조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도 창의력, 상상력, 혁신과 도전이 결합하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라며 "의욕 충만한 광주에 컨텐츠를 채워달라"고 요청했다.


김 박사도 즉각 호응했다. "AI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화답했다. 안그래도 김 박사는 4차 산업혁명기에 한국이 또 다시 뒤처질까 걱정이었고, 그래서 자신의 특허기술로 고국에 기여하고픈 마음이 간절한 터였다.


또 뒤처질 것인가, 이 번엔 앞서갈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되려면 "외국 원천기술에 코 꿰는 상황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김 박사는 신념이다. 작년 가을 잠시 귀국해 언론에 '특허기술 무상제공' 의사를 밝힌 이유다. "원천기술을 제공할 테니 어떤 기업이든 그냥 쓸 수 있게 공유 특허기술로 만들라"는 '담대한 제안'이었다.


"해당 특허기술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트,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무인자동차, 드론, 슈퍼컴퓨터 등 4차 산업혁명 전반에 쓰일 필수적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김 박사는 말했다.


▲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과 실리콘밸리 '발명왕' 김문주 박사가 4일 오후 광주시장실에서 기술고문 위촉 및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광주=문재원 기자]


'뒤처진 도시'의 역설…'AI메카' 꿈꾸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는 세계 IT산업의 메카다. 거대자본, 우수두뇌, 연구개발 인프라가 축적된 곳이다. 그런 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흐름은 자연스럽고, 또 당연하다.


그에 비할 것도 없이, 광주는 초라하다. 한국의 산업지도에서 광주의 위상과 처지가 그렇다. 광주는 산업화 시대에 다른 대도시에 비해 산업 성장의 흐름에서 뒤처졌다. '정의로운 역사'를 갖고 있지만 오랜 세월 정부지원의 차별과 소외로 발전이 더뎠다.


그런 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니, 꿈이 참 야무지다. 그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김 박사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소외돼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것이 혁신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도시, 광주의 역설이다. 김 박사가 굳이 수도권을 벗어나 멀리 광주까지 내려와 힘을 보태려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광주는 뜨겁다. 열정이 넘친다. 김 박사는 그 열정을 느낀다고 했다. 김 박사가 "광주에 빠졌다"고 한 이유다. 이 시장은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4차산업 기반의 경제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광주는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소수의 대기업이 있을 뿐이지만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중소벤처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기에는 오히려 우호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탄'도 확보했다. 지난 1월 광주의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4000여억 원의 예산이 확보됐고, 광주시 행보엔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광주테크노파크 김성진 원장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광주 첨단3지구에 1조원을 투입해 데이터 센터와 컴퓨팅파워, AI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창업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로 내년부터 5년간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주력산업인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등 AI 중심 집적단지를 조성한다. 이어 2단계로 2025년부터 29년까지 기조성된 연구기반과 산업연계를 확장하고 사회서비스 분야로 확대해 AI 선도도시로 우뚝 선다는 구상이다.

 

"국내 어느 도시보다 먼저 실리콘밸리 일원 될 것"


광주의 담대한 꿈은 '국내 경쟁용'이 아니다. 4차산업의 본질은 혁신이고 혁신은 글로벌 차원에서 첨단 AI기술의 진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 4차 산업혁명 전사들'의 컨센서스다. 광주의 AI기반 4차산업혁신은 처음부터 글로벌 비전을 가지고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실리콘밸리와의 협업은 불가피한 것이다. 광주테크노파크 최전 기업지원단장은 "우선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빠른 시일안에 협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IBM근무 당시인 2005∼2008년 김 박사는 중국 공학한림원 (Academy of Science)과 슈퍼컴퓨터 개발 최고전문가로서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중국 전문가들은 낡은 가방을 들고 40달러 짜리 모텔을 전전하더라"고 김 박사는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 중국은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했을 뿐 아니라 이제 미국 기술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폭풍 성장했다. 김 박사는 "슈퍼컴퓨터는 중국이 미국을 눌렀다고 본다"고 평했다.


광주시는 이 같은 김 박사의 기술협력 경험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광주과 실리콘밸리를 잇는 다리를 놓고, 양쪽 산업생태계를 하나로 묶어달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특허 기술 제공과 함께 실리콘밸리와의 협업 모델 구축으로 '광주의 꿈'을 실현하는데 힘을 보탤 작정이다. 김 박사는 "혼자는 못한다. 협업을 하면 쉽고 빨리 갈 수 있다"면서 "그 게 실리콘밸리"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실리콘밸리와 광주의 연결 고리가 마련됐다"면서 "한국에서는 광주가 어느 도시보다 먼저 실리콘밸리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김 박사를 광주시 기술고문으로 위촉했다.


김 박사의 특허기술,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은 무엇?


김 박사는 실리콘밸리 발명왕 타이틀에 걸맞게 수많은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IBM에 기여한 특허는 약 250개에 달하며 은퇴 후 자기 명의의 특허도 50여개나 된다고 한다. 미국 슈퍼컴퓨터 개발을 주도했고, 의료용 AI인 '왓슨'도 그의 작품이다. 한때 손가락 하나로 조종했던 IBM 컴퓨터 중앙의 빨강 스위치, '트랙포인트 키보드 장치'도 그의 즉석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특허기술이다.


이중 핵심은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 바로 이 원천 특허기술로 4차 산업혁명기 한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를 '길목 특허'라고 부른다. "한국이 인텔칩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멀티코어칩, 즉 시스템온칩(SoC) 기술에선 길목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하드웨어 혁신'으로 본다.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은 빅데이터 등을 이용할 슈퍼컴퓨터와 같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 혁신을 전제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가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낸 이유다. 김 박사는 "결국 4차 산업혁명의 경쟁은 이를 가능케 하는 SoC의 기술적 이슈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한국이 김 박사의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면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멀티코어칩'이란 용어부터 문외한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4일 광주행 열차에서 김 박사에게 물었다.


▲ 실리콘밸리 '발명왕' 김문주 박사가 광주행 열차에 올라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광주=문재원 기자]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이 무엇인가.
" CPU와 GPU, FPGA(설계가능 논리 소자와 프로그래밍 가능 내부선이 포함된 반도체 소자) 등을 칩 하나에 넣어 작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온칩(SoC) 기술이다. 2013년 특허를 냈다. 이미 글로벌 IT기업들도 이후 하이브리드 멀티코어칩으로 가고 있다. 때가 온 것이다. 이 기술로 4차 산업혁명기 한국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 박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퀄컴(미국 무선통신 연구·개발기업) 등에 해마다 내는 로열티(특허사용료)가 대략 20억달러(2조원)에 달하는 걸로 안다"면서 "언제까지 외국 원천기술에 매여 살 것인가"라고 말했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란 컴퓨터 정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로,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며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3D그래픽 연산 전용 프로세서로 CPU를 돕는 장치다.

―멀티칩은 이전에도 있던 것 아닌가.
"칩과 칩을 연결한 멀티칩이나 칩 안에 한 종류의 코어를 연결한 멀티칩은 있었다. 내 특허기술은 한 개의 칩 안에서 CPU와 GPU, FPGA 등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코어들을 연결해 작동케 하는 기술이다. 이로써 속도 등 기능이 6∼7배 향상된다. 비용 절감은 물론이다."


김 박사의 멀티코어칩은 '광주의 꿈'을 실현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손경종 광주시 전략산업국장은 "김 박사의 '멀티코어 AI칩' 특허기술을 활용해 광주를 혁신적 AI칩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UPI뉴스 / 광주=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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