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둔 이주열

류순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06-12 17: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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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변화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금리인하 시사?
한은 관계자,"가능성 열어둔 것일 뿐 금리인하 신호 아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창립기념사를 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한국은행 창립 69주년인 12일 이주열 총재 기념사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자극했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이 같은 발언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신호를 준 것일까.

한은 내부에선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통화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고위 인사 A씨도, 국장급 인사 B씨도 그렇게 말했다. B씨는 "통화정책의 여력이 별로 없다"면서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나"라고 말했다.

금리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려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의심되고,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여력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한국(1.75%)보다 0.5∼0.75%포인트 높다. 기축통화와의 금리 역전은 자본유출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총재도 기념사에서 여전히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경계감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자본유출입과 같은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모두 금리인하와는 거리가 있는 얘기들이다.

그렇다고 이 총재의 발언이 이전과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총재 발언 흐름에서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란 표현은 새로운 것이다. 최근까지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4월 1일),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5월 31일)라며 금리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의 달라진 표현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리인하 시그널(신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기상황에 따라 내릴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발언 배경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를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되느냐,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언제 어느정도로 회복되느냐가 올해 우리 경제 흐름을 좌우할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둘은 상당히 연결된 문제인데, 두 가지 대외 요인이 우리 예상보다는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반도체 경기는 예상보다 회복 시기가 지연될 것 같고, 미중 무역분쟁도 4월까지만 하더라도 다들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5월 들어 틀어졌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6월 정상회담도 있고 하니 변수가 있지만 데일리로 파악해보면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총재의 발언 흐름이 바뀐 것은 경기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애초 이 총재는 "하반기부터는 (주요국의) 수요가 살아나며 반도체 경기도 개선할 것"으로 지난 4월 전망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예상된다. 4분기 중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17일과 11월 29일이다.

기념사후 이 총재는 해당 발언이 향후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화정책방향 관련 메시지는 기념사 문안 그대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화완화 기조 진전으로 이해했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촌편에 대해선 "(통화정책은) 지금도 완화적이라고 했었고 부총리께서 말한 것에 대해 코멘트할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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