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애경, 모르쇠에서 떠넘기기?…검찰·환경부, 전방위 수사 '주목'

남경식 기자 / 기사승인 : 2019-02-10 16: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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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놓인 SK케미칼·애경·이마트 '전전긍긍'
피해자모임 "애경 가습기 피해자 18만명…애경 단독사용 사망자 15명"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재수사되고 있는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에 이어 핵심 '가해기업'으로 꼽히는 애경산업이 일언반구 없는 태도를 바꿀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애경산업 및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이마트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 제품으로 지목된 '가습기 메이트' 관련 조사를 위해서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도 처벌을 피한 이들 기업에 대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전담수사팀까지 꾸렸다. 서울중앙지검의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에는 식품·의료 범죄를 담당하는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 소속 검사 전원이 투입됐으며, 다른 부서와 일선 청에서도 파견 검사가 보강됐다. 환경부도 담당 공무원을 수시로 중앙지검에 보내 수사를 돕고 있다.

 

지난 2016년 조사와 달리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나오면서 검찰의 칼날도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제품이다. 애경산업은 이 제품을 이마트 PB상품으로도 공급했다.
 
▲ SK케미칼이 제조,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 유해성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환경부가 최근 제출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제품 판매량이 많은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였다. 옥시는 3개 제품 545만개를 판매해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뒤이은 2위는 애경산업이었다. 애경산업은 2개 제품 172만개를 판매해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받은 옥시는 특별구제분담금 674억원과 함께 개별 피해자 배상금 1450억원 등 2100억여원을 지출했다.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고통받고 계신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애경산업은 정부가 지정한 피해구제 분담금 92억7000만원을 납부했을 뿐, 어떠한 사과나 보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하면서 위험성을 축소했다며 지난해 3월 83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이에 항소했다. 법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애경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같은 애경산업의 '모르쇠' 태도에는 정부의 늑장대응도 한몫했다.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는 옥시 제품과 달리 CMIT, MIT 원료가 사용됐다. 2012년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동물실험을 통해 옥시 제품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은 입증했지만, CMIT와 MIT 원료의 유해성은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애경산업은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CMIT와 MIT가 알레르기 반응, 호흡곤란, 천식 등을 유발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해외 의학 학술지에 실렸다는 지적이 이어졌음에도 정부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은 2017년 12월 AK플라자 구로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구매자의 36.5%가 애경 제품을 사용했다"며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후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피해자가 11만명에서 18만명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폐손상 피해자 2196명을 판정했는데 이중 609명이 애경 제품을 사용했다"며 "애경 제품만을 단독으로 사용한 사망자만 15명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호소가 이어졌음에도 애경산업은 8년 가까이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검에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환경부가 CMIT와 MIT의 유해성에 관한 보고서를 연이어 제출하면서, 뒤늦게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집중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환경부의 태도가 바뀐 건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환경부는 SK와 애경이 제조·판매한 CMIT/MIT 함유 제품 단독 사용자에게서도 옥시 제품에 쓰인 독성물질로 인한 피해자와 동일한 질환이 나타났기 때문에 해당 기업 제품 사용으로 인한 폐손상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피해를 공식 인정한 만큼 SK와 애경도 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CMIT와 MIT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국내 연구 결과도 최근 연이어 발표된 데 따른 결과다.

 

대구가톨릭대 GLP센터 박영철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독성실험을 통해 CMIT와MIT의 독성 유발 확인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에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질환을 앓은 쌍둥이 자매의 병증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이들 자매의 증상이 전형적인 가습기 살균제 폐질환과 같다고 결론 내렸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이 드러난 2011년 8월 31일 이후로 2695일만의 수사로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증거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를 통해 증거의 조작 또는 인멸 등이 확인된다면, 그에 대해서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며 "철저하고 강도 높게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에 신청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46명, 이 중 사망자는 1375명이다. 피해자 중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만 사용한 피해자는 360여명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에서 제조한 제품이며 브랜드 상표권도 SK케미칼이 갖고 있다"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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