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싸움 어른싸움된 ‘대학살의 신’

이성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2-04 16: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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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다시 뭉쳤다.
가면 안에 가려져 있던 인간의 민낯을 보다
토니상, 올리비에 어워즈 수상에 국내도 휩쓸어

“그 멤버 그대로 출연한다면 꼭 다시 하고 싶다”는 네 배우의 바람이 2년 만에 이루어졌다. 

 

영화, 뮤지컬, 연극을 넘나든 중량급 배우들이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커져 가는 가운데 가면 안에 가리져 있던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고 풍자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 다시 뭉쳤다. 

 

신시컴퍼니는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 주연의 연극 <대학살의 신>을 오는 16일부터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 2017년에 이어 연극<대학살의 신>으로 관객들을 다시 만나는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신시컴퍼니 제공]


알랭 역의 남경주는 “지난 시즌 네 캐릭터 모두 자기 몫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 멤버로 다시 공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회가 와서 설렌다” 며 소감을 전했다. 

 

‘송일국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받은 미셸 역의 송일국은 “그 시간 동안 연기에 대한 갈망이 매우 컸는데 이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그 동안 쌓여온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를 것이다” 며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아네뜨 역의 최정원은 “정말 순식간에 끝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특수효과 때문에 매회 긴장을 했는데 이번 시즌은 노하우를 잘 살려서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는 “다른 분들에 비해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다. 이번 시즌엔 좀 더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보여드리겠다” 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연출을 맡은 김태훈은 “이 작품은 웃기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그 웃음 뒤에 진한 페이소스가 있다. 

 

이번 시즌은 좀 더 디테일하게 각 인물을 명확하게 보여드리며 이 작품의 본질을 이야기 하고 싶다” 말하며 “배우와 스태프 모두 지난 시즌을 통해 이미 이 작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며 자신감을 보였다.

등·퇴장 없는 90분, 미묘한 신경전부터 육탄전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완성된다. 이 연극의 무대는 매우 단순하다. 중산층 가정의 거실, 무대 전환도 배우들의 등·퇴장도 거의 없다. 

 

철저히 주고받는 대사로 가득하지만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한 치의 기울어짐 없는 팽팽한 긴장감의 설전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전까지.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은 90분의 공연을 오로지 연기 호흡으로 채워나간다.  

 

▲ 알랭역의 남경주와 아네뜨역에 최정원[신시컴퍼니 제공]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몸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 두 개가 부러졌다. 연극은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베로니끄와 미셸의 집을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는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되었던 그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된다. 

 

그들의 설전은 가해자 부부와 피해자 부부의 대립에서 엉뚱하게도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종국에는 서로 삿대질과 막말을 내뱉고 물건을 내던지는, 눈물로 뒤섞인 격렬한 육탄전으로 치닫게 된다.

변호사이지만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편에 서는 알랭, 고상한척 하지만 중압감에 못 이겨 남의 집 거실에 구토를 하는 아네뜨, 평화주의자로 보이지만 아홉살 딸의 애완동물인 햄스터를 길거리에 몰래 내다버린 미셸, 아프리카의 모든 만행과 살육에 대해서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꿈꾸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타인을 억누르고 조율하려 들어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 베로니끄까지.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모순과 이중성으로 가득하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버린 두 부부의 에피소드 그리고 대화를 거듭할수록 본인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폭소와 함께 바라보던 관객들은 어느덧 무대 위 두 부부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가려져 있었던, 인간이라면 모두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치함, 폭력성, 위선과 가식 등을 말이다. 

 

▲ 베로니끄역의 이지하와 미셸역의 송일국[신시컴퍼니 제공]


이 작품은 인물들의 심리, 인물 간의 관계, 집단(부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고 위트 있는 코미디로 풀어냈다. 

 

이렇듯 완벽하게 짜인 현실적인 텍스트는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핑퐁처럼 이어지는 대사들은 배우들의 입을 통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설전이 된다. 

 

순간순간 동반되는 배우들의 살아 숨 쉬는 표정과 몸짓들은 극적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몰입을 만들어낸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섬세하고도 신랄한 연기를 통해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 연극에서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는 대화를 거듭할수록 숨겨두었던 본색을 드러내고, 끝내 ‘대학살의 신’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처참한 형국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고상한 지성인인 척 교양과 예절이라는 가식으로 스스로를 포장했던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목을 통해 인간의 위선을 조롱하고 있다.

또한 ‘대학살’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등 우리 사회의 전반을 넘어 삶의 가까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으며, ‘대학살의 신’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이기심과 폭력성 같은 파괴적인 욕망으로부터 자라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 이 연극은 무대전환이나 배우들의 등·퇴장도 없이 단순하게 진행된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보여주었듯  지성과 허식으로 가득찬 인간의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의 연극이다.[신시컴퍼니 제공]


이 연극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는 우리에게 연극 <아트>로 친숙한 작가다. 그녀는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 부유함, 고학력, 충만한 자신감, 품위, 고급스러움으로 포장된 중산층과 지성인의 이중성에 대하여 전작 <아트>보다 더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고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2008년 3월 25일 런던 웨스트엔드의 윈드햄극장에서 초연된 이 연극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 코미디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이 작품은 1000석 규모의 버나드 B.제이콥스 극장에서 450회가 넘는 공연을 지속하며 2010년 6월까지 약 1년 간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를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0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된 <대학살의 신>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 네 배우의 앙상블이 격렬한 대결 심리를 잘 드러냈다’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2010년 대한민국 대표 시상식 대한민국 연극대상(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여우주연상) 등 최고 권위의 연극상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이 연극은 그 다음해인 2011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앵콜 공연되었다. 2017년 6년 만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재공연된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는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최고의 배우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캐스팅되었다. 

 

연극 <레드>의 연출로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김태훈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아 한층 젊어지고 참신한 무대를 선보였다.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객석점유율 96%를 기록해 그해 최고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새롭게 돌아온 <대학살의 신>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오는 26일부터 3월 24일까지 공연한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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