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K리그가 답이다"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6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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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올림픽 독일 격파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축구붐… K리그 활성화로 이어가야”

 

▲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문재원 기자]

 

한국축구가 살아났다. 암울한 터널을 지나왔다. 팬들의 외면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사랑을 받고 있다. 다행이다. 축구인 모두 수고했다. 모두 힘들었을 게다. 팬들의 욕을 참아줘 고맙다. 지나간 세월은 모두 잊자. 그래도 반성은 하고 가자. 한국인은 원래 축구를 좋아했다. 민족성에 축구가 딱 맞다. 축구는 역동적이다. 진취적이다. 도전적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단결력이 생명이다. 우리 민족의 기질이다. 너무도 잘 어울린다.

우리는 암울한 역사를 뚫고 왔다. 무엇으로 뚫었을까. 축구도 큰 몫을 했다. 식민지 설움을 축구로 달랬다. 축구장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축구장에서 소리 질렀다.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그 함성의 의미는 무얼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지금도 한일 축구전은 지면 안 된다.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하다. 그런데도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 선수들은 더 하다. 죽기 살기로 한다.

이토록 사랑을 받았던 축구가 멀어져 갔다. 팬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축구장은 조용했다. 팬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팬들의 무관심은 오래 갔다. 축구인들은 무서웠다. 한국축구가 이대로 죽는가 하고. 축구인들은 노력했다. 반성도 했다. 그동안 사건이 많았다. 승부 조작. 월드컵에서 부진. 협회 비리. 여러 이유가 있었다. 잘못을 시인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사고를 쳤다. 세계 1위 독일을 눌렀다. 예선탈락은 중요하지 않았다. 열심히 뛴 선수들 모습에 팬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실타래가 풀렸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우승했다.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막 터진 꽃봉오리가 활짝 피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취임한 대표팀은 꽃길을 걷고 있다. 4차례 평가전에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대표팀은 길을 찾았다. 문제는 프로축구다. K리그가 사랑받아야 한다. K리그 발전이 한국축구의 원동력이다. 한마디로 K리그가 답이다. 스타플레이어에서 행정가로 변신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이끄는 허정무 부총재를 만나 K리그 발전방안을 들어 본다. 

 


-국가대표팀 경기가 아이돌 공연수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축구인으로서 느끼는 감회는
"정말 바람직하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났다. 9회 연속 출전이었다. 비록 예선탈락 했지만, 독일전 승리는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독일전 이후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올림픽팀을 맡았던 독일의 크라머 감독께서 한 말이 있다. 아시아에서 세계축구에 가장 근접할 나라는 한국이라고. 2002년에 우리 국민이 보여준 열정 등을 보면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축구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팬들이 등을 돌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축구가 저평가돼 있다. 팬 여러분께서 인내를 갖고 사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대표팀 관심도보다 K리그 인기는 답보 상태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태생부터 비정상적이었다. 프로스포츠는 지역 연고가 확실해야 한다. 그래야 응원할 팀이 생기게 된다. 프로스포츠는 국가대표팀 경기하고 틀리다. 프로축구는 태생부터 유랑극단처럼 연고지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녀 초기정착에 실패했다. 나중에 급히 연고지 정착을 했지만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초기에는 연고지보다 기업의 이미지가 강해 지역주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 그리고 프로축구 출범할 때 서울 등 대도시를 떠나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서울에 일화. SK가 연고지로 돼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화는 천안. SK는 부천으로 가게 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지만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 축구단을 운영하는 구단들의 경영마인드도 부족했다. 마케팅에서부터 팬 서비스 등 모든 게 부족했다. 사실 초기에는 팬들이 많이 오셨다.

팬들이 오늘인데 그냥 좋아서 오는 거로 생각하고 신경을 안 썼다.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실책을 범했다. 더 큰 문제는 2014년 심판 매수 사건 등 악재에다 대표팀의 부진이 겹친 거였다. 연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시기였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맹은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연맹의 노력으로 점차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한번은 침체기가 있었는데 그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K리그는 이제 밑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중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K리그 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있다면
"팬들이 즐기는 축구를 하려고 기술적으로 매우 신경 쓴다. 경기중단을 최대한 막고 빠른 진행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심판 매수 사건을 계기로 판정의 공정성과 승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철저히 운영하고 있다. 매주 경기가 끝나면 이틀 동안 분석 요원들이 전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심판에 의해 승부가 뒤바뀌는 일이 없어 팬들의 핀잔을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팬 확보를 위해서도 각 구단과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

 

지난 4차례 대표팀 평가전서 봤지만 여성 팬들의 폭발적 증가에 연맹이나 구단 모두 희망을 품고 있다. 연맹에 서는 여성 팬 우대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먹거리와 볼거리 제공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류 판매이다. 인천에서 캔맥주를 심판에게 던진 사건이 있었다. 이런 행동은 살인 행위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FC서울은 컵 라운지가 양쪽에 만들어져 있다. 거기에서는 자연스럽게 맥주도 마시고 대화하며 즐긴다. 앞으로 다른 구단들도 그런 시설을 갖춰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리라 예상한다."

 


-대한축구협회 산하에 프로축구연맹이 소속돼 있는 상태이다. 독립성 필요성은

"연맹과 협회는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한국은 FIFA에서 얘기하는 1국 1협회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협회와의 관계가 얘기되고 있다. 유럽은 프로 쪽에서 협회를 도와주고 있다. 우리는 협회가 더 활성화돼 있어 프로가 밑에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표팀 문제이다. 대표팀운영이 프로연맹에 있다면 반대의 현상이 된다.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프로구단 소속이다. 유럽은 이런 현상을 인정하고 프로연맹이 힘을 쏟는다. 아시아가 축구 후진국으로 취급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과거에 축구협회와 연맹의 갈등이 많았다. 지금은 협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내신 분이라 한 집안으로 보면 된다. 프로가 없다면 대표팀이 어떻게 구성되겠는가. 앞으로는 축구협회가 프로선수들을 소집할 때 소속 구단에도 보상을 해줘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팬들이 방송에서 축구 중계를 보기 어렵다 한다. 대비책이 있는가.

사실 프로축구는 경기 대부분을 중계하고 있다. 단지 채널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을 뿐이다. 프로축구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전문 인력을 투입해 연구하고 있다.

행정 처리 전문 인력도 영입해 놨다. 프로축구가 팬들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연맹이 직접 중계를 안 하다 보니 전문 인력이 없었다. 전문 인력도 영입해서 그 방면으로 심도 있게 연구하려 한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중계권 문제이다.

한국의 중계권이 세계에서 아마 가장 싼 나라일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말레이시아만 해도 140억 원이다. 우리는 얼마인 줄 아나. 60억 원이다. 연맹과 방송국 사이의 관계 때문에 더 이상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걸 이해 바란다. 앞으로 중계 활성화와 질 높은 중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 주기 바란다."

-아산 무궁화 경찰청 축구단이 해체된다. 대비책은
"정말 답답하다. 연맹으로서는 읍소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도 안 통한다. 계약대로 팀을 유지만 해도 방법을 찾겠는데 시간이 너무 없다. 당장 내년부터 팀에 남게 되는 14명 선수의 앞길이 걱정이다. 이 선수들은 K리그 규정상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정부의 병력감축에 따른 결정이니 따를 수밖에 없는 건 인정한다. 이미 해체가 결정됐으니 내년부터 군 복무를 해야 할 선수들의 진로도 걱정해야 한다. 우선은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며 K3 리그에 출전할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 문제도 쉬운 거는 아니다. 방위산업체 확보 등 여러 문제가 따를 것이다." 

 


-K리그 행정책임자로 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팬 여러분이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고비도 많았다. 여러 가지 사건도 많았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진통이 따른다.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못하는 게 있으면 혹독히 꾸짖어 주시길 바란다. 사랑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축구발전으로 보답하겠다. K리그가 국민의 귀요미가 되도록 만들겠다."

 

U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upinews.kr 

사진=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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