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기업의 미래는 '중간관리자'에게 달렸다

UPI뉴스 / 기사승인 : 2018-12-31 16: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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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헌신·경험의 노하우를 창조적으로 차입해야

▲ 이창준 구루피플스(주)아그막 대표
나는 줄곧 대기업의 중간관리자를 가까이서 만나왔다. 매일 그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들은 자부심과 함께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자부심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역량과 그간에 이룬 성취다. 무력감은 새로운 세대의 저항과 경영자의 끊임없는 변화 요구로 연유했다. 10년에서 20년 이상 근속기록은 회사에 대한 충정과 애착의 증거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휩싸여 있다.


이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과단성, 유연성에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미래를 관통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변화를 선도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느낀다. 중간관리자들이 죽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그들의 언어패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없다. 회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말이 단순한 투정이 아니고 진실을 품고 있다면 회사는 당장 결과를 위해 이들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간관리자는 리더가 아니라 성과를 낳는 기계이며 충직한 수족으로 전럭했다. 경영자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영자의 리더 육성법은 단순하다. 대단위 인원을 대상으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능을, 그것도 단박에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을 이른바 ‘효율성(efficiency)의 패러다임’이라 부른다. 이들은 장기간이 필요한 육성과 개발에도 단기적 성취를 요구한다. 오동나무를 보고 춤을 추라는 식이다. 온갖 비법과 기능으로 무장된 리더에 의해 중간관리자는 체제를 개혁하는 주체가 아니라 체제에 적응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고도성장이 사라진 오늘날, 새로운 기술혁신이 주는 불확실성 앞에 이런 리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상을 선도할 혁신성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들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들의 두 번째 언어패턴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윗사람이, 회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이다. 자신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아니라는 고백. 스스로 대안 없는 이류라는 선언이다. 이런 무력감과 체념은 우리 사회 중간관리자의 일반적 초상이다. 중간관리자도 일종의 기득권자가 되어 자신을 개혁할 동력을 잃었다.


이들은 자기 것을 지키는 일에 매달린다. 이런 조직 환경이 큰 위협 없이 반복되었다면 이들은 또다시 말한다. “어쩔 수 없다.” “월급쟁이가 별수 있나?”


눈과 귀를 닫고 생존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현실에 맞설 담대한 이상은 사라졌다. 위험을 감수할 용기도 없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으려는 불안감이 자신을 고분고분한 순종자로 만들었다. 적당한 처세술을 가진 기회주의자로 만들었다. 이런 조직에 희망을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미친 짓이다.


중간관리자의 이런 행동 양식은 대개 기업 관행에서 기인한다. 기업은 암묵적으로 성과를 리더십의 주요 덕목이라 부추겼다. 서바이벌 테스트(Selection)라는 핑계로 생존경쟁에 떠밀었고 미래보다는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했다. 성과급만으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안주했다. 그간 대기업의 실험과 변신의 실패는 기술의 빈곤, 전략의 부재가 아니다.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이 사라진데 기인한다.


이들은 사실 변화의 주체다. 변화의 성공은 이들의 효능감에서 나온다. 경영진은 이제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 즉, 열정과 헌신, 경험에서 비롯된 현실감각과 노하우를 창조적으로 레버리징(Leveraging, 차입)해야 한다.


이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경영자의 진솔한 성찰과 자복이 필요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조직은 사명을 구현하려는,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다. 이윤 창출이라는 단순하고 천박한 철학은 조직원의 영혼을 파괴한다. 직장이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원의 마음을 고무시켜야 한다.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어떻게 구성원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경영관여)를 높이고 고객과 소통했는지 이제 한국기업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둘째, 근시안적 욕망에서 벗어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토양을 만드는데 투자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대박은 없다. 이를 위해 중간관리자에게 권한과 자율권을 주어(Empower)야 한다. 이들이 조직 내 새로운 동력원이 되게 해야 한다.


셋째, 효율이 아니라 진정성에 기초해야 한다. 개발과 육성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전통적인 학습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래가 도래했다. 사람들의 진솔한 꿈과 열망, 그리고 사명과 비전을 찾는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g)이 필요하다.


고도성장기에는 전통적인 리더십이 분란을 없애고 힘을 결집해 큰 성과를 냈다. 반면 조직원을 순한 양으로 길들였다. 이런 병폐는 창의와 혁신성을 살해한다. 선택은 자명하다. 길을 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깊은 존중과 격려, 과감한 임파워먼트(Empowerment, 리더가 업무수행에 필요한 책임과 권한, 자원에 대한 통제력 등을 부하에게 배분 또는 공유하는 과정)가 필요하다. 이제 한국기업도 혁신적이고도 체계적인 중간관리자에 대한 리더십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창준 구루피플스(주)아그막 대표

 

구루피플스(주)아그막 대표이며, 이화여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리더십패스파인더’라는 독창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 사회 리더의 진정성을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주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서울시 인사혁신 자문 위원 역임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아주대학교 경영학 박사(인사조직-리더십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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