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큰 오빠가 재산만 물려받고 엄마를 돌보지 않아요"

UPI뉴스 / 기사승인 : 2018-12-31 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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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터스톡

 

“돌아가신 아버지가 큰 오빠 한 사람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 건 어머니를 잘 모시라는 뜻인데 오빠는 재산만 물려받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돌보지 않아요.”


고인이 된 가장이 생전에 ‘가족 한 사람에게만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상황에 따라 유족 간의 분쟁은 감정대립을 넘어 법정소송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최근 필자가 다뤘던 사건도 비슷한 사례다. 


고인이 된 아버지는 생전에 장남이 홀로 남겨지는 아내를 잘 돌볼 것으로 판단해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하자 장남은 어머니를 잘 부양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나머지 유족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유족은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에는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사후에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례처럼 고인이 생전에 한 명에게만 재산을 유증(유언으로 증여)한 경우 다른 유족과의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다만 민법은 고인이 남긴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사례처럼 고인이 한 사람의 유족에게만 상속권을 주더라도 다른 유족도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지분을 청구할 수 있다. 이것을 유류분이라고 말한다. (민법 제1112조)


필자가 맡은 해당 분쟁은 최근까지 대법원에서 다뤘다. 고인은 교직에 있다가 은퇴했다. 고인은 서울 도심에 집 한 채를 소유했고 시간이 흐르며 가치가 상승했다. 평생을 함께 한 아내가 살아있었지만 고인은 장남을 믿고 전 재산을 장남에게 유증했다. 다른 유족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장례식 때부터 아버지가 남긴 집 한 채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장남을 제외한 유족은 아버지의 집을 어머니 명의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남은 ‘아버지가 생전에 자신에게 유증했다’며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후 고인의 집은 장남 명의로 넘어갔다. 하지만 장남은 어머니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다. 나머지 유족은 장남에게 항의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머지 유족이 어머니 부양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이쯤 되자 유족은 장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필자가 상담한 사실관계라면 장남 측이 패소해야 마땅했지만 장남이 제시한 의외의 항변이 받아들여졌다. 장남은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집을 유증받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빚을 갚은 반대급구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남은 “생전에 아버지의 수십억원대의 빚을 대신 모두 갚았다”며 아버지의 자필 확인서와 관련 서류, 은행 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장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유족은 즉시 항소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1심 판결이 나온 상태라 항소심에서 상황을 뒤집기 어려우리라 판단했다. 필자는 장남이 제출한 은행자료와 추가 금융거래 조회내역 등을 확보, 1심·항소심 증거물 등과 비교 검토했다. 그 결과 장남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실체는 ‘장남이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건네받아 자신의 통장에서 출금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자필 확인서조차 그 내용이나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었다. 특히 문맥을 보면 ‘고인이 장남의 하는 말을 그저 받아 적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때문에 다른 유족은 ‘아버지가 진정한 의사로 장남에게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것이 아니다’고 의심했다. 필자는 재판과정에서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갔다. 


항소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유족의 의심처럼 재판부는 ‘아버지의 자필 확인서가 진정한 의사로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장남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 자료=대법원


이번 유류분 소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장남이 아버지로부터 유증 받을 당시 가족에게 미리 동의를 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인도 생전에 자신의 의지를 다른 가족 중 한 명에게라도 알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유일한 상속자인 장남이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잘 모셨더라면 오랜 시간 가족 간의 골 깊고 피 말리는 법정 다툼은 피할 수 있었다.


법은 분쟁을 해결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모든 분쟁 해결의 필요충분조건도 아니다. 다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법의 효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분쟁은 쌍방 간의 소통 부재나 한편의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분쟁이 생기면 감정을 내려놓고 상식에 맞는 소통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다.

 

UPI뉴스 / 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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