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중국을 맛보고 싶다면, 대림동

UPI뉴스 / 기사승인 : 2018-12-06 19: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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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차이나타운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S와 저녁 6시에 만났다. 대림동으로 산책을 간다고 했을 때 모일간지 기자인 S가 기꺼이 동행해 주겠다고 했다. 그곳이 담당구역이라 익숙하다며 안내를 자청했다.


▲ 대림 차이나타운 먹자골목 [문재원 기자]

 

12번 출구에서 나와서 도림로 38길로 접어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대림 차이나타운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 골목 어귀 식당 찜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문재원 기자]

 

“아, 중국 냄새.”
유라시아 탐사단을 취재하러 중국 내륙을 가로질러 여행한 적이 있는 S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대림 차이나타운은 분명 다른 곳과는 다른 향이 난다. 냄새만 낯선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들도 낯설다. S가 중국 냄새라고 했지만 여기서는 코로 맡아지는 냄새만을 말한 게 아니었다. 빽빽한 중국어 간판이 번쩍이고,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늘어놓은 물건들도 낯선 것들 투성이다. 연변에 갔다 온 사람들은 흡사 연변 풍경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을 ‘중국 냄새’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는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배가 불러야 느긋한 ‘산책’이 가능한 건 당연하다. 


마라탕, 꿔바로우, 지삼선.
S는 제법 익숙하게 메뉴를 골랐다. 마라탕과 꿔바로우는 뭔지 알겠는데 지삼선은 뭐지? 땅에서 나는 세 신선? 얼마나 맛있으면 신선까지 끌어들여 이름을 붙였을까 싶었다. 그런데 일단 먹어보면 설명이 필요없다. 어쩌다 가지, 피망, 감자가 신선의 경지에 올랐는지 지삼선을 먹어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 대림중앙시장 풍경 [문재원 기자]

식당에서 나와 우린 천천히 걸었다. 배는 부른데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에 자꾸만 눈이 갔다. 중국식 호떡, 찐 옥수수, 고구마, 오징어 구이, 연변 냉면, 중국식 순대, 닭발까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대림중앙시장에 접어 들자 또 중국 냄새가 짙어졌다. 기어이 중국 호떡과 꽈배기를 샀다. 다음 날 아침 식사로 먹을 생각이었다. 거무스름하고 작은 중국무, 우리 양파보다 훨씬 작은 중국양파, 고추씨를 빼지 않고 빻은 중국식 고춧가루, 우리의 쫄면처럼 보이는 연변 냉면, 중국식 순대, 중국 가재…… 비슷하지만 한국의 것과 조금 다른 것들에 우리는 ‘중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돌아다녔다. 

 

대림초등학교쯤 왔을 때 시끄러운 음악이 들렸다. 중국 동포들이 ‘다사랑 어린이 공원’에 모여서 춤을 추고 있다. 음악에 맞춰 익숙하게 몸을 움직였다. 한 곡이 끝나자 다음 곡이 이어진다. 벤치에 앉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대열에 합류해서 춤을 춘다. 광장에 모여 춤을 추는 건 중국 사람들의 문화라고 S는 말한다. 하얼빈 광장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핸드폰으로 찾아 보여준다. 광장의 크기와 참여한 사람들의 규모만 다를 뿐 대림의 작은 공원과 하얼빈 광장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동네에 모여 얘기도 하고, 춤도 추고, 정보교환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시간처럼 보였다. 

 

S와 헤어지며 조만간 다시 대림에서 만나 만두와 도삭면을 먹기로 했다. 이틀 후, 다시 대림에서 S를 만났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쯤 일찍 도착해서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두 번째라서 골목 분위기가 아주 낯설지 않았고 한층 여유가 생겼다. 여러 종류의 차를 파는 노점에서 연변 아주머니랑 얘기를 나눴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 때문에 경상도 사람인 줄 았았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경상도 출신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봤던 음식 중 이름 모르는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 석쇠 위에서 양꼬치가 노릇노릇 익어간다. [문재원 기자]


오징어채 무침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쇠힘줄 무침’이었다. 방석만한 빵은 ‘총유병’이라고 불렀다. 시럽 범벅한 과일 꼬치는 ‘탕후루’, 쑥갓 비슷하게 생긴 채소는 ‘영채’, 중국의 작은 양파는 ‘샬롯’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마음대로 ‘중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것들도 나름의 고유한 이름이 있었다. 관심없이 지나쳤으면 영영 제대로 된 이름은 모르고 대충 ‘중국’이라는 일반적인 수식어를 붙이고 말 뻔했다. 

 

대림(大林)이라는 지명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모르겠다. 한자 풀이를 하면 이곳에 큰 숲이 있었어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이곳은 대림천 주변 습지로 풀들이 우거져 있었을 뿐이었다. 1980년대부터 주거지로 개발되었고 단독 택지가 헐리면서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이 되었다. 중국 동포들이 가리봉동에서 대림동으로 거주지를 확장하면서 대림은 서울 속의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하였다. 지금도 대림동은 중국동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점점 활기찬 동네로 바뀌고 있다. 기존의 문방구, 잡화점, 분식집 등이 빠르게 중국식당이나 환전소, 중국 여행사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 대림 차이나타운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중국이 펼쳐진다. [문재원 기자]


대림을 다녀와서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빅 포레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실의에 빠진 신동엽에게 식당 주인이 ‘지삼선’을 주는 장면이 있다. ‘땅에 사는 세 신선인 감자, 피망, 가지는 바닥에서 난 싼 재료지만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바닥이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라고 신동엽을 위로한다. 지삼선의 이런 의미를 몰라도 된다. ‘지삼선’은 그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조용한 위안이 필요할 때 산책을 핑계로 다시 대림에 가고 싶다. ‘지삼선’의 가지 튀김을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김과 함께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밀려든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대림 먹방 산책을 강추한다. 

 
대림에서 천천히 걸으며 가게를 기웃거리면 누군가 중국어로 말을 걸어올 것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중국이 펼쳐진다. 이 글은 대림역 근처 카페 ‘애니타임’에서 중국 화차를 마시며 쓰고 있다.

 

UPI뉴스 / 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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