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잘 활용한 '경쟁심', '경쟁력' 있는 아이 만든다

UPI뉴스 / 기사승인 : 2019-06-12 16: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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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밤새 온 문자 한 마디, 카톡 하나에 마음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 '누구네 집 자식은 어디에 합격했다더라.', '무슨 상을 받았다더라.',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다더라.' 등등. 이런 소식을 대하면 축하해주면서도 일면 '내 자녀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내가 너무 태평하게 있지는 않은가' 하는 조바심이 인다. 자녀가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경쟁을 즐긴다면 모르지만 도무지 승부근성이 안 보이면 슬그머니 걱정되기 마련이다. 사람은 자신이 비교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 때문에 속상한 일은 별로 없다. 바로 옆집 사람, 혹은 친구 딸, 친구 아들 때문에 불안해진다.

경쟁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심에 얽매이면 마음에 평화를 잃거나 긴장감에 아토피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까지 생길 수 있다. 자녀가 경쟁심이라는 감정을 잘 소화시킬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즐겁게 '파이팅'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이 필요하다.
 

▲ '경쟁심'이라는 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픽사베이]


자녀가 경쟁에서 뒤지는 모습을 웃어넘기기에는 부모 마음이 초조하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경쟁에서 지면 결과는 쓰라리다. 모임에 나가면 오가는 미소 가운데 학부모의 신경을 건드리는 대화가 많다.

"우리 집 아이는 뭐든지 하다 말아요. 좀 힘든 일이다 싶으면 그만두고 친구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거면 더 뒷걸음쳐서 걱정돼요."

"아니, 그런데 그 집 아이는 성격이 좋잖아요. 우리 집 큰 애는 무슨 일이든 이겨야만 직성이 풀려하니 스트레스가 말도 못해요. 머리를 쥐어뜯으며 꼬박 날밤을 새곤 하죠."

"어머, 지금 자랑하시는 거죠? 난 애가 성격이 유별나더라도 그렇게 일에 끈질기게 집착해봤으면 좋겠네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 성공하는 거 아닌가요? 내 아들은 너무 순해서…" 

"무슨 말씀이세요? 그건 아니죠. 어차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요. 그렇게 출세해서 행복할까요? 아군이 없을 듯한데. 요즘은 협조 잘하는 이가 성공한다는데요."

 
흔히 이런 대화가 오간 후 각자 집에 가면 부모들은 자신의 감정이 덜 정리된 채로 자녀에게 색안경을 쓰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아유, 넌 어쩜 친구들보다 뒤지는데도 맘이 그리 편하냐. 분하지도 않아?"/ "그래도 오늘 과학 점수는 잘 맞았어요."

"그래? 다른 애들은? 시험이 쉬웠나?"/"엄만 내가 뭐 좀 하면 그렇게 쉬워 보여요?"

"네가 남보다 잘 되기 바라서지."/"친구랑 적이 된 것처럼 살벌한 분위기가 싫어요. 그런 공부가 별 의미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후회할거다. 네가 잘못되면 지금 친구들이 너 상대나 해 줄 것 같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부모들은 이미 안다. 세상을 살다 보면 한 때의 패배가 훗날 살아가는 데 좋은 약이 되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일찍 대입시에 실패하고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했거나 진학 대신 생업에 종사 한 동창들이 후일 자기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곤 한다. 알면서도 지금 당장 자식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나 걱정한다. 어느 분야든 남과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이니 그렇다.

경쟁의식도 양면성이 있다. 조상들은 경쟁심을 '자강불식(自强不息)'이라는 말로 승화시켜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집중했다. '스스로 마음을 굳세게 다지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경쟁심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네가 실력을 충분히 갖추면 경쟁대상이 달라진다. 이전의 비교 대상은 이미 경쟁상대가 안 된다는 점을 알게 될 거야. 한번 도전해 봐. 그리고 얼마간 힘을 축적할 동안에는 신경을 끄고 오로지 너의 내면에 집중해 봐.'라고 이야기해본다. 
 

중요한 점은 자녀를 경쟁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경쟁심보다는 사회성과 설득력을 지닌 협동적인 인물이 전투와 같은 생존경쟁에서 더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고 했다. 남을 이기기 위해 경쟁심을 불태우는 사람이 가장 우위에 설듯하나 많은 경우 온화한 포용력과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실에는 '수능등급이 올라가면 배우자가 달라진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다.', '쟤 깨워라', '스스로 깨면 병아리, 남이 깨면 후라이' 등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세태를 반영하는 급훈이 걸려 있다. 가장 영민하고 순수한 청소년기에 대학입학을 향해 막무가내로 달린다.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대상만 달라질 뿐 경쟁은 끝이 없다. 결국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일이 가장 두렵고 중요한 일이다. 경쟁심에 매몰되지 않고 그 때 그 때 자신을 잘 독려하고 또 여유롭게 대처하는 태도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 내면의 힘을 키우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태도가 경쟁에서 이기는 비결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잘 집중해서 사용하는 힘이 중요하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으로 자기를 인식한다. 부모가 자녀를 믿어줄 때 잘 해 낸다.

■ 자기가 잘 하는 일은 경쟁 자체가 즐거워진다. 못하는 일을 잘 하게 하려하기보다 잘 하는 부분을 계속 추구하도록 한다. 세계적인 골프선수 필 미켈슨은 어려움에 처할 때 더 경쟁의식에 불타서 경기를 잘 한다고 한다. 무섭게 연습한다고 한다. 그만큼 골프를 좋아해서다. 경쟁심을 긍정적인 면으로 잘 활용한 예다. 어려운 도전이 다가올수록 승부욕을 스스로 불태운다면 상대방을 적대시하지 않고 과제에 긍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 21세기는 공감과 협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함께 돕고 함께 걸어갈 친구가 더 중요하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중학교에만 들어가면 입시전쟁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좋은 학원, 좋은 책 등의 정보를 남과 공유하지 않는다. 특히 자녀의 경쟁상대라고 여겨지면 더 예민하게 대한다. 이익이 될 만한 친구와는 가까이 지내라고 하고 자녀의 시간을 뺏거나 도움이 안 될 성 싶은 친구는 일부러 멀리 하라고 하지는 않는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 자녀가 경쟁 자체를 회피하고 두려워하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자존감이 부족한 자녀는 자신이 우수한 결과를 얻어 주목 받는 일을 오히려 두려워한다. 드러내지 않으려 일부러 경쟁에서 빠지려고 한다. 그런 아이는 '내가 잘 되면 친구 관계가 나빠질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자녀는 매사에 흠뻑 칭찬하고 존중해준다.

■ 경쟁심이 적대감으로 비약하지 않게끔 절제하는 면을 키운다. 젊은이다운 승부욕도 중요하지만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우를 줄 아는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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