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심'의 광폭행보, 민주당의 '양정철 딜레마'

김광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3 14: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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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취임 이후 거침없는 행보
국정원장과 비공개 회동부터 정관계 인사까지 두루 접촉
야권, '총선보고서' 논란까지 터지자 양원장에 십자포화
여권 내부에서도 옹호속 비판론도 대두…"어쨌든 부적절"

최근 '친문 핵심' 인사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일 갈등이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취지로 민주연구원이 최근 작성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가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 보고서에서 사용된 데이터가 비공개 자료였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다.

지난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한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만큼 그간 행보에 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따라왔으며, 야당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 앞서 서훈 국정원장, 지자체장들과의 만남으로 '관권 선거' 비판을 받아온 양 원장이 이번 보고서 파문으로 인해 야권의 집중포화는 물론 당내의 비판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이 그의 행보를 예의 주시해 왔는데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총선전략을 연계한 보고서가 기폭제가 된 셈이다.


▲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열린 정책 연구 네트워크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슈메이커' 양정철의 광폭행보에 야당은 '부글부글'…여권은 조마조마

사실 몇 명의 현역의원들이 원장을 맡았던 때도 민주연구원장은 연구소 성격상 크게 부각되는 자리는 아니었다. 민주연구원장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것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원장이 임명되면서부터다.


양 원장은 취임하면서 연구원의 '총선 승리를 위한 병참기지화'와 '인재영입 및 전략 수립'를 공언한 뒤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문희상 국회의장 단독 면담을 시작으로 서훈 국정원장 심야 회동,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잇따라 만났다.


이 중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비공개 회동에 대해 야권은 "밀회", "공작회동", "정보 관권선거"라며 공세를 퍼부었고, 특히 자유한국당은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이러한 야권의 비판과 견제에도 불구하고 양 원장은 중국, 미국 등 싱크탱크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해외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이후 그는 4대 기업(삼성·SK·현대차·LG) 산하 연구소를 포함해 국내 주요 민간 경제연구원 7곳과 릴레이 '경청(傾聽) 간담회'를 가졌다. 이처럼 정관계 인사에 기업인들까지 만나는 양 원장의 당대표급 행보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생겨났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민주연구원 발(發) '총선보고서 파장'은 양 원장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7월 30일 당내 소속 의원 128명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해당 보고서는 6월26~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조사한 7월 정례 여론조사 결과로, 보고서 내용 중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와 이에 따른 강경한 대응이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이는 한일 갈등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여서 즉각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에 민주연구원은 7월31일 해명자료를 통해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 역시 "최근 과중한 업무 속에서 미처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보고서 생성과 공유 절차에 좀더 유의해 신중을 기하도록 직원들을 관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양 원장이 연달아 논란의 중심에 서자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으며, 민주당 내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 보고서 파문과 관련해 "양 원장이 안일했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관리 부분에서 더 신경을 써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양 원장에 대해 "역대 민주연구원장과 비교해보면 다소 튀는 행보를 하고 있기는 하다"며 "자신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만큼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신중하지 못하다는 여론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양 원장의 튀는 행보가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꽤 들린다"면서 "그러나 양 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종훈 "대통령의 신뢰 큰 만큼 양정철의 입지에 큰 변화 없을 것"

반면 당의 주류, 친문세력들은 여전히 양 원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며 '킹메이커'로서 활약한 양 원장이야말로 민주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정책 연구 조직과의 네트워킹을 확장하는 등 창의적으로 잘해나가고 있다고 본다"며 양 원장을 옹호했다. 또 다른 친문계 중진 의원도 "야권이 양 원장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그만큼 총선에서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양 원장이 잇따라 구설에 올랐지만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큰 만큼 양 원장의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선거와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전적으로 양 원장의 뜻을 존중해주는 관계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관계를 잘 아는 민주당 지도부가 양 원장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오히려 양 원장의 광폭행보에 비문계와 비주류 의원들이 위협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양 원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 중심으로 물갈이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불만을 가진 이들도 대놓고 드러낼 수 없어 당 내부에선 양 원장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내년 총선 전까지 양 원장은 지금과 같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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