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환골탈태 꿈꾸다

이성봉 기자 / 기사승인 : 2018-12-05 11: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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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위기를 기회로 변화와 혁신 도모
노동문제와 시위의 파고 넘어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극장 만든다

서울 도심에서 광화문 광장을 마주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지난해는 촛불시위의 메카로 24시간 시위하는 시민을 위한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공연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지난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안팎으로 크고 작은 시위와 현수막으로 열띤 사회적 요구를 주장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문을 연 이래 1999년에는 재단법인으로 체제를 바꾸는 과정을 거쳐 서울시와 한국 공연문화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개관 40주년을 맞아 여느 때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두 달 전에는 김성규 회계사가 새로 사장을 맡아 환골탈태의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김 사장의 취임을 두고는 ‘회계사 예술기관장’이라는 사실이 더 큰 화제였다. 하지만 김 사장 자신은 정작 오랫동안 예술기관이나 단체와 교류를 해온 터라 생소함은 없었다고 한다. 일 때문에 좀 더 바빠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예술단체와 내부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외부에서도 그의 행보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이 세종문화회관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객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성규 사장. [세종문화회관]

 

- 취임을 결정한 뒤 제일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면?


예술단체나 기술 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살아남기 위해 조직은 변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저항감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가장 큰 걱정으로 여기고 있다. 기술 스태프들의 불만이 많다. 근무제도 문제는 난항이다. 주당 52시간을 적용해 직원들을 추가 채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다. 노조의 이야기를 충실히 들어보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다. 조직이란 짜여 있는 틀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고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 예술단체의 노동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예술단원들 경우는 단순히 기량뿐 아니라 나이와 체력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평가 체계는 너무 획일적이다. 단원 정년만 봐도 연주단체와 나머지 공연단체가 공히 60세로 돼 있다. 일부 단원들이 현재 문화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로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본인들이 여태껏 쌓은 경험에 대해 다르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 공연계에서는 청탁금지법으로 타격을 많이 입었다고 하는데?


장르별로 편차가 있다. 청탁금지법은 과거 좋지 않았던 관행을 없애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과거 인간관계 탓에 거절하지 못했던 일이 이제는 시스템에 따라 처리된다. 기업은 그 법에 기대 핑계를 찾는다. 결국 기업의 니즈에 맞는 것은 진행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 세종문화회관은 자주 집회 장소로 사용되다 보니 주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우선 내년에는 그동안 시위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계단을 바꾸려 한다. 엄연히 세종문화회관 내 공간인데 각종 시위단체가 무단으로 점거해서 사용했다. 세종은 건물부터 내외부 공간까지 모두가 큰 폭에서 하나의 무대다. 축제 등 공연 행사도 이 공간에서 해왔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동안 시위 때면 화장실 개방 등 시민 편의를 위해 기여해 왔다. 앞으로는 계단을 비롯해 공간은 고유공간임을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 취임 후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진행한 부분은?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려 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공공 재원과 외부 재원 전담 기구를 만들어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제작이나 전문가들에게 권한과 재량을 많이 줌으로써 조직의 활기를 북돋우려 한다. 


공공부문 재원을 위해서는 전담자도 정하고 민간부문을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 


과거 인맥이나 사적 관계에 따른 지원은 위축된 반면 기회는 오히려 많아졌다.

- 내부 조직 중 예술단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재단으로 독립 운영하는 예술 단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극장 조직 안에 있을 때보다 활동도 많이 하고 발전하는 것 같다. 국립극단이나 국립발레단도 국립극장 내부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지원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할 당시 단원제에 변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시즌제 운영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다양한 캐스팅이 필요한데 내부 단원으로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합창, 국악, 오케스트라 등은 오히려 앙상블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정 단원제가 더 나을 수 있다.

- 극단이나 뮤지컬단 등 일부에서는 우수한 단원들이 바깥 활동을 위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책은 없나? 


이번에 개관한 세종S씨어터가 그에 대한 대답이 될 것 같다. 그동안 대극장과 M씨어터는 전체 단원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밖에 할 수 없었는데, S씨어터는 실험적인 소규모 작품을 소화할 수 있다.

 

▲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지난달 개관한 S씨어터 개관 기념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이종덕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 김광보 서울시극단장 등도 자리했다. [세종문화회관]

-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공연 작품에 대해서는 예술단체와 전문가에게 다 맡기겠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부분은 확실히 안다. 모든 판단이나 결정도 내가 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처리할 것이다. 뒤에서 도와주고 지원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경험에 비춰 현재 내부 예술단체를 평가한다면?


예술단체들이 문제가 많을 것으로 여기는데 오히려 희망적이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한다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 아닌가. 그동안 컨설팅을 하면서도 예술단체 입장에서 많이 생각했다. 


예술단원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일부 단원들은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런 분들과 조금씩 작업하다 보면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평가도 관련 시스템만 만들 뿐이다.

- 컨설팅한 단체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서울예술단과 서울시향이다. 서울시향은 예술감독과 경영감독을 분리한 유일한 경우다. 잘 운영하면 굉장히 좋은 사례인데, 자칫 정명훈과 박현정 사태처럼 최악의 경우를 낳기도 한다. 서로 영역에 대한 균형을 지키지 못해 그런 것 같다. 다 사람이 문제다.

- 외국에는 예술감독이나 극장장이 종신직처럼 오래 근무하는 전통이 있는데? 


고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나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 등은 오래 근무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해 아쉬웠다. 상징적으로 오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아직은 기관장 선임에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

- 예술기관으로서 세종문화회관의 색깔은?


예술 쪽 방향성은 두 가지다. 예술성과 작품성이 뒷받침되는 고품격 작품을 만드는 거고, 또 하나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이다. 이 모두가 예술 생태계에 필요하다. 전시나 S씨어터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들에 좀 더 가까이 갈 것이고, 대극장은 고품격으로 가는 이원화를 해야 한다. 앞으로 생활예술은 비중을 줄이려고 한다. 유사한 행사들이 문화재단 등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굳이 할 사업이 아니다.


변화와 혁신은 양날의 칼이다. 조직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상처를 떼어내야 하는 아픔도 있다. 전문가 집단과 예술단체장에게 많은 부분을 위임하겠다는 것은 권한도 주고, 성과도 확실히 한다는 뜻이다. 외부에서 강제하는 변화와 혁신은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 같으나 결국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자율에 의해 내부 변화 모티브를 찾아가고, 혁신하길 바라고 있다. 회계사로서 숫자에 민감하다기보다 큰 흐름을 잡아가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주력할 것임을 힘주어 말했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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