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 넘치는 열정에 탱고의 우수 스민 '남미의 파리'

UPI뉴스 / 기사승인 : 2019-09-07 14: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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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①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도를 예고하는 기사가 다시 나왔다.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대통령의 개혁정책 실패로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의 중대 현안이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잠깐 머문 여행자 입장에서는 다소 무심한 표현이라 해도 “아르헨티나는 낭만과 열정이 가득한 매력적인 곳이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사실이 그러했으니까. 


▲ 라 보카의 카미니토 거리와 탱고를 추는 댄서들의 모습. [셔터스톡]


아르헨티나(Argentina)도 중남미 다른 국가들처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1516년에 스페인의 후안 디아스 데 솔리스(Juan Dias de Solis)가 현재의 라플라타 강을 발견한 이래 1776년 부왕령이 되면서 유럽과 남미를 잇는 중개지로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얻는다. 두 차례 세계대전 과정에서 물자공급으로 번영을 누리지만 상류계급의 사치 탓에 빈부 격차가 심해지자 군부를 이끄는 후안 페론(Juan Perón)이 1943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1946년 대통령에 오른 페론은 부인 에바 페론(Eva Perón)과 함께 서민층 지지를 얻기 위해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을 펼쳤다. 이들의 ‘페론주의’는 오늘날까지 아르헨티나의 정치와 경제정책을 규정짓는 개념이 되어 있다.


‘아르헨티나’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브라질에 이어 둘째로 크다. 나라 이름은 라틴어로 ‘은(銀)’을 지칭하며, 도심을 흐르는 강 이름 라플라타(La Plata)도 스페인어로 같은 뜻이다. 유럽인 혼혈을 포함해 백인 비율이 97%로 남미에서 가장 높다.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좋은 공기’를 뜻함)는 ‘남미의 파리’라고 부를 만큼 유럽풍 도시 분위기와 함께 세련된 문화를 지니고 있어 여느 남미 도시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7월 9일 대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거리


중요 관광 명소들은 대부분 도심인 몬세라트(Monserat) 와 산니콜라스(San Nicolas) 지구에 몰려 있다. 지역별로 잘 묶으면 걸어서 다닐 수도 있고, 숩테(Subte)라고 부르는 지하철을 타면 거리가 떨어진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중심가에 길게 뻗은 ‘7월 9일 대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거리라고 하는데, 정말 신호등 한 번에 길을 다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넓어 중간에 쉬어야 한다. 그 중앙 교차점에는 독립의 상징인 오벨리스크가 서 있어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이동할 때 길 안내 역할을 하고 있다. 


대통령궁은 관공서답지 않게 카사 로사다(Casa Rosada) 라는 이름처럼 분홍빛 건물로 대통령 집무실과 박물관이 있다. 그 앞에 있는 5월 광장(Plaza de Mayo)은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해 다양한 집회, 모임이 자주 열리며 1810년 5월 25일 독립선언을 기념하는 곳이다. 혁명 1주년을 기념해 세운 5월의 탑에는 전국의 흙을 모아서 넣었다고 한다. 또한 군부 정권 시절 실종된 가족을 찾는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이 1977년 4월 이래 매주 목요일 오후 3시에 하얀 수건을 쓰고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독립영웅으로 아르헨티나의 국기를 만든 마누엘 벨그라노 장군의 기마상도 서 있다. 5월 광장 서쪽에는 식민지배 시절 스페인의 총독부로 사용했던 하얀색 건물 카빌도(Cabildo)가 있는데, 2층은 ‘5월 혁명 박물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다시 광장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거대한 기둥 12개가 전면의 삼각형 부조물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대성당이 눈길을 끈다. 얼핏 보기에는 보통의 성당과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데, 12개 기둥은 12제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내부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독립시킨 산 마르틴(San Martin) 장군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


이제 5월 광장을 떠나 ‘5월 대로’의 서쪽으로 내려가면 국회의사당이 나타난다. 높이가 96m 되는 녹색의 돔을 가진 이 건물은 이탈리아 건축가가 1863년에 유럽의 자재를 이용해 완공한 그레코로만 양식의 석조 건축물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군정 때는 폐쇄되었다가 1983년 민정을 회복한 뒤 다시 의사당으로 쓰고 있다. 그 앞 광장에는 국회 기념비가 서 있고, 분수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복제품 등이 있다.


또 1889년에 착공해 1908년에 개관한 오페라하우스인 콜론 극장은 3명의 건축가가 이어서 건설했다고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세계 3대극장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장식예술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10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이 낡아 2006년에 보수 공사를 시작해 개관 100주년인 2008년에 다시 열 계획이었으나 공사가 늦어져 2010년 5월 25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재개관했다.

일요일마다 열리는 산텔모 예술품시장 가볼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은 산텔모(San Telmo) 지구이다. 이곳은 원래 노동자들이 자리를 잡고 각종 공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부를 형성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다 1871년 황열병의 발생으로 중산층이 떠나면서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스페인풍 분위기를 지닌 규모가 큰 건물들에는 골동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 과거 생활용품들이 무더기로 나와 있어 여건만 허락하면 사고 싶은 물건이 꽤 눈에 띄기도 했다. 정작 중요한 볼거리는 일요일마다 도레고 광장에서 열리는 예술품 시장이다. 길거리에 빼곡하게 들어찬 노점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물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장인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살피며 걷다 보면 선물로 적당한 멋진 물품을 건질 수도 있다. 다만 예술가들의 자부심 때문인지 여간해서 가격을 깎아주지는 않는다.


▲ 산텔모 예술품 시장.


누구나 그렇듯이 구경에 팔렸다가도 배가 출출해지면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때쯤이면 곳곳에서 소고기에 소금만 뿌려 구워먹는 아사도(Asado) 식당들이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를 피워 올려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웃거리게 만든다. 거리에 즐비한 다른 식당과 카페, 바들도 모두 다양한 요리를 내놓고 있어 취향에 따라 먹고 마시며 쉴 수 있다. 음악 연주, 꼭두각시놀이 등 거리 공연도 끊이지 않아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중남미를 말할 때 음악과 춤을 빠뜨릴 수 있을까. 살사, 메렝게, 맘보, 룸바, 탱고 등 강렬한 리듬과 동작은 번갈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아르헨티나는 그중에서도 ‘탱고(Tango)’의 발생지로 유명하다. 남녀 한 쌍이 4분의 2박자 리듬에 맞춰 다양한 움직임으로 정열적인 동작에도 왠지 모를 슬픔을 담고 있어 삶의 애환을 표현한다고 일컫는다. 1880년 무렵 처음 생겼으며,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그러나 탄생 초기에는 경쾌한 스텝의 춤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우수의 정서가 스며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탱고는 젊은이들보다는 조금은 나이를 먹어 연륜이 느껴지는 무용수들이 출 때 얼굴 표정과 함께 춤에 담긴 고즈넉한 슬픔을 더 잘 전해주는 것 같다.

탱고의 기운 고스란히 지닌 ‘라 보카’ 지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의 기운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라 보카(La Boca)’로 간다. ‘입’이라는 뜻의 라 보카는 마을의 입구부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거리에 깔린 돌도 판판한 아스팔트와 달리 울퉁불퉁 닳고 도드라져 그 길을 밟고 지나간 서민들의 자취를 담고 있는 듯하다. 20세기 초까지 탱고의 발생지로 가난한 이민 노동자들이 일상의 고단함을 술과 춤으로 풀어내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유명 관광지로서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카미니토(Caminito) 거리를 중심으로 울긋불긋 색칠한 작은 집들이 이어지고 원색의 그림들이 나부끼는 등 색깔의 향연이 눈을 부시게 한다. 식탁을 거리에 내놓은 식당이 많지만 굳이 자리에 앉지 않아도 된다.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탱고 춤꾼들의 모습을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탱고의 맛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은 40대 중반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으나 여전히 전 국민이 사랑하는 최고의 탱고 가수로 2003년 그가 살던 집이 박물관으로 만들어졌다. 여행에 나설 때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기에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잠깐 탱고의 선율에 맞춰 발을 움직여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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