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민낯 드러낸 천혜절경 차귀도

임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7 14: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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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 빠르고 어종 풍부해 월척 낚시는 ‘덤’…밤 등대 등 볼거리 풍성

▲  제주도에서 본 차귀도 전경 [동인투어 제공]

 

무인도. 천혜절경. 전설이 많은 섬. 낚시천국. 식물의 보고. 노을이 아름다운 섬. 천연기념물 제422호 등. 차귀도를 찾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에 따라 이 섬에 대한 정의를 각자 다르게 내린다.

차귀도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서쪽에 자리 잡은 면적 0.16㎢의 작지 않은 무인도다. 차귀도는 죽도, 와도. 지실이 섬 등 3개의 섬과 작은 암초들로 구성돼 있다. 제주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죽도가 본섬이고 나머지는 부속섬이다. 조선시대에는 죽도라 했다.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대섬이라고도 불렀다.

차귀도는 고산리 해안 자구내 포구에서 2km 가량 떨어져 있다. 배를 타면 10분 정도 걸린다. 선착장에서 불과 20m 정도만 올라가도 차귀도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배에서 내리면 곧바로 트래킹이 시작된다. 시원한 바다와 온갖 야생식물을 동시에 보며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연생태계 보고로 변신
1970년대 말까지 차귀도에는 7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살았지만, 북한 간첩단의 침투로 주민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1974년 추자도에 북한 간첩단이 침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차귀도 주민의 안전을 위해 모두 이주시켰다. 덕분에 주민이 떠난 섬 차귀도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변신했다. 이 섬에는 들가시나무, 갯쑥부쟁이 등 총 82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수심이 깊은 바다는 돌돔, 참돔을 비롯한 각종 어종이 풍부하다.

차귀도는 2000년 7월18일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돼 국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던 차귀도는 2011년 고사목을 제거하고 부대시설을 정비해 무려 30년 만에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했다. 예로부터 낚시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차귀도가 다시 낚시명소의 영광을 되찾게 된 것이었다. 차귀도가 낚시 명소로 우뚝 선 것은 육지와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바닷가의 시원한 바람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차귀도에 도착한다.

낚시꾼에게 최고의 명소는 무엇보다도 짜릿한 손맛일 게다. 차귀도는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빨라 물고기의 질이 다르다. 돔 낚시의 참맛을 느끼려면 차귀도로 가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자구내포구에서는 어선을 타고 선상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차귀도의 물살이 겁나는 여성들에게 권해 볼만하다.

차귀도의 매력이 낚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번거로움을 말끔히 씻어 주는 천혜절경의 아름다움이 또다른 매력포인트다. 떠오르는 태양보다 지는 해 가 더 붉다는 말처럼 차귀도의 석양은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차마 그 풍경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미약함을 탓할 수밖에 없어 아쉬울 뿐이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차귀도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자연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장대함이 숨어있다. 깎아지른 절벽, 넘실대는 하얀 파도. 검붉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미약한 인간에겐 모두가 두려움의 대상이다. 자연스럽게 겸손을 배우게 되는 곳이 바로 차귀도다.

밤분위기 살려주는 낭만의 등대
해가 지면 차귀도의 밤은 어둠 그 자체의 매력이 묻어난다. 어둠속에 타오르는 작은 불꽃이 더욱 빛나고 값진 존재로 느껴진다. 차귀도에는 어둠의 매력과 함께 밤바다를 밝혀주는 낭만의 등대가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새하얀 무인등대는 차귀도 북쪽 봉우리에 우뚝 솟아 있다. 주민들이 모두 떠난 차귀도에 홀로 외로이 서 있다. 어둠이 깔리면 자동으로 불을 밝혀 밤바다의 길라잡이가 된다. 무인 하얀 등대는 차귀도의 문화유산이다. 우리의 삶도 등 대처럼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듯했다.

차귀도에는 거친 땅을 개간하고 흙길을 만들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던 옛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두 개의 집터가 흘러간 세월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덩그러니 서있는 장독과 맷돌은 정겨움과 함께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나게 한다. 그 옛날 빗물이 튀긴 장독을 정성스레 닦으시던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리워진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있어서 오히려 정다운 섬. 사람의 손이 덜 닿았기에 더 깨끗한 섬. 사람의 삶이 아직 남아 있어서 더 애틋한 섬. 떠나가는 늦가을에 차귀도를 한 번쯤 찾아보면 어떨까.

 

▲  [동인투어 제공]


UPI뉴스 / 윤재영 여행작가 jeju44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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