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참에 유보통합해 양질의 교육·보육 제공하자

지원선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6 16: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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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로 촉발된 유치원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 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와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등 정부의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에도 폐원을 신청하거나 원아 모집중지 등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하다 좌초된 유보통합론(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까지 재등장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심사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부정과 관련해 회계시스템의 미비점을 지적한 뒤 "영유아에게 최선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유보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 자리에서 "유보통합 문제는 포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좋은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유치원 파동 이후에 보니 교육부가 유치원 대책 따로,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대책을 따로 발표하는 참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했다.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유치원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관련 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유보통합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돼 왔다. 교육대통령을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이 1995년 발표된 5·31교육개혁안에 포함시켜 추진하다 교육부와 복지부의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겪다 좌초됐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내에 유보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2014년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유보통합추진단까지 꾸렸으나 용두사미로 끝났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7월 유보통합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유보통합은 다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끝장토론까지 해서 결말을 보겠다는 유보통합 논의가 일부 자문위원의 거센 반대로 토론조차 해보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유보통합은 현재 교육부가 맡고 있는 유아교육(유치원)과 보건복지부 관할인 보육(어린이집)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다. 미취학 아동이 유치원(만 3∼5세)에 다니든 어린이집(만 0∼5세)에 다니든 정부에서 제공하는 균등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유보통합은 정부가 사립유치원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성 강화와 직결된다. 게다가 영유아돌봄이 체계적으로 이뤄져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저출산 대책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유보통합은 영유아기가 개인의 최종 지능 80%가 발달되는 지적발달의 결정적 시기라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즉, 이 시기에 인지와 정서, 사회영역 등의 기초능력이 집중 형성된다. 지적 성숙이 최고조에 달하는 17세의 지능을 100으로 할 때 0∼4세는 지능의 약 50%, 4∼8세는 약 30%, 나머지 시기에는 20%가 발달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 결과다. 이는 영유아기의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각 생애단계별로 투자비용을 동일하게 산정할 경우 영유아기의 인적자원 투자 대비 회수비율, 즉 비용 대비 편익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비용 대비 편익 관계를 보면 미국의 경우 유아교육 1달러 투자에 16.14달러의 편익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도 1명의 유아가 유아교육기관에 다니도록 2500파운드를 투자할 경우 가난한 부모의 수입을 약 1만7000파운드를 직접 지원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저소득층 대학생 등록금 지원이 1(투자) 대 1(효과)의 정책효과를 낸다면 초중등 단계 빈곤층 지원은 1 대 3, 유아단계에서는 1 대 8의 정책 효과를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유보통합을 통한 영유아기 양질의 교육과 보육 제공을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일각에서는 현재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다른 교사 양성체계와 교육부-복지부 관할 다툼 때문에 유보통합이 쉽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남북통일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아보육학과, 아동보육학과, 유아교육학과 등으로 돼 있는 학과 명칭을 통합하고, 교사 자격체계가 다른 어린이집(보육교사)과 유치원(정교사)의 교사 양성체계를 일원화하면 된다. 또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기본 급여체계를 통합해 일원화하면 된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의 월 급여 평균이 170만원, 유치원 교사는 25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집 교사 급여를 단계적으로 올려 유치원 교사와 동일하게 하면 된다. 현재 활동 중인 어린이집 교사 21만명의 처우를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매년 약 1700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영유아기의 교육의 질에 따른 비용 대비 편익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재원이 아니다.  

 

유보통합은 부처통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다. 영유아기가 일생에서 지적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이 시기에 양질의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책무라는 점을 정부는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복지부는 유보통합으로 어린이집 보육 관련 업무가 교육부로 넘어갈 경우 조직의 슬림화를 크게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단위에서 하고 있는 보육업무와 다른 국에서 하는 보육업무까지 포함할 경우 120~140명의 인원이 줄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부는 고육지책으로 '예산=복지부, 업무=교육부'라는 협상안을 들고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따로, 업무 따로'라는, 사실상 유보통합을 뭉개기 위한 안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UPI뉴스 / 지원선 기자 president58@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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