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대안대학 만드는 함돈균

이민재 기자 / 기사승인 : 2019-05-07 11: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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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암기 아닌 실전·참여 위주의 현장 교육
삶과 세상을 디자인하는 대학으로 7월 1기 학생 모집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 실리콘 밸리 출신 윤종영 선생 등 참여

이 학교 학생들은 이론을 공부하지 않는다. 수업은 교실 밖 현장에서 이루어지며, 암기 위주의 시험은 보지 않는다. 딱히 정해진 전공은 없다. 대신 학생들은 자신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할 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학교냐고?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 학교가 맞다. 다가오는 7월, 1기 학생을 모집해 첫 발을 내딛는 새로운 모델의 대안대학 '미지행'이 그 곳이다. 설립자 중 한 사람으로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함돈균 문학평론가(46)를 UPI뉴스가 만났다.

 

▲ 미지행 설립자 중 한 사람으로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함돈균 문학평론가가 새로운 형태의 대안대학 설립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혜영 기자]


언제까지 삶과 따로 노는 교육을 할 것인가?

그가 '미지행'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이론과 실천의 분리'를 지적했다. 우리 교육이 이론과 암기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다보니 삶이나 사회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 그는 미디어를 예로 들며 "대학에서 미디어 이론을 배우지만 그 미디어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또 하나는 '수동성'이었다. 그는 대학 생활이 "기존 사회 시스템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나를 적응시키는 형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꽤나 바쁜 삶을 산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학점관리는 기본이요 자격증, 대외활동, 해외연수, 인턴십도 필수가 됐다.


함 디렉터는 교육 현실에 대해 "우리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질문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와 미지행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능동적으로 사회를 디자인하는 학생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미지행, 새로운 사회 디자인할 인재 육성이 목표

함돈균 디렉터는 미지행을 '미래 학교'라고 표현했다. 미지행의 목표는 기성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를 디자인할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비전을 가지고 사회를 기획할 이른바 '사회 디자이너'를 양성하기 위한 미지행에는 여타 대학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1. 전공이 없는 학교

미지행에는 일반 대학처럼 따로 전공이 없다. 대신 인문, 미디어, 도구, 공간, 몸 등 6개의 영역이 나눠져 있다. 학생들은 이 모든 영역을 두루 배운다. 통섭을 위해서다. 함돈균 디렉터는 "사회를 디자인하려면 전체적인 눈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협소한 전공으로는 사회 전체를 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지행은 매 학기 통섭에 기초한 연구 과제를 제출하게 돼있다. 가령, 건축에 인문학을 접목한 연구 혹은 미디어와 IT를 융합한 연구 등이다. 4학년이 되면 그런 연구 과제 8가지가 생긴다.

 

▲ 미지행 교수진이 회의를 열고 첫 학기 시간표를 짜고 있다. [미지행 제공]

2. 학생이 주인공인 학교

미지행의 주인공은 학생들이다. 교수의 강의보다 학생들의 세미나가 수업의 중심이 된다. 서로가 준비해온 것들을 공유하고 함께 깨닫는 방식이다. 물론 교수진의 역할도 있다. 미지행의 교수진 중엔 현장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많다. 현대무용가인 안은미 선생, 실리콘 밸리에서 한국인 벤처 그룹 의장을 지낸 윤종영 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교수진은 현장과 학생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실습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현장이 곧 캠퍼스인 학교

미지행은 움직이는 학교다. 정해진 건물에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실내 강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주로 교실 밖에서 배운다. '현장을 캠퍼스로 삼겠다'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면 이번 학기, 미지행은 서울에 있는 덕수궁, 창덕궁 등 여러 궁들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한다. 일부 수업은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이루어진다. 더불어 서촌 지역의 갤러리나 이상의 집 등을 맵핑해 지역 단위의 연구를 한다. 미지행은 매 학기 지역을 바꿔 공부할 예정이다.


미지행은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진 지역에 대한 연구 및 아이디어 제안을 미디어 혹은 책 형태로 아카이빙 할 계획이다. 학생들과 교수진이 함께 만든 일종의 '세상 설계도'를 축적해나가는 셈이다.

미지행이 기다리는 인재상

미지행은 '공존'·'세계시민'·'생명' 세 가지를 학교 정신으로 삼는다. 모여서 사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확립하고 그 위에서 사회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을 찾고 있냐고 묻자 함 디렉터는, "나와 사회를 디자인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전제 조건으로 그는 '공존'을 꼽았다. 그는 "나만 잘 살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발전도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위에서 가능하다"며 "최첨단 기업이라는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소셜 밸류(사회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식 부족'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함돈균 씨는 "지식은 채워나가면 그만"이라며 "중요한 것은 각 분야의 다양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신의 도전을 기다린다

인터뷰 말미, 함 디렉터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뜻 지원하기에는 두려울 것 같은데요?"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학교인데다가 교육부에 인가를 받은 학교도 아닌 탓에, 일반 대학 대신 미지행을 선택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뜻이었다.

"모험과 실험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는 웃으며 답했다. 그는 "뭐 하나 잘못 선택하면 인생이 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세상에 내 생체 시계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남들이 낸 발자국을 열심히 따라 걸을 생각이라면, 미지행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만의 관점으로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미지행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가 아닐까. 미지행은 '아무도 간 적 없는 새로운 땅에 나만의 발자국을 내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이라고 함 씨는 말했다.

■함돈균 미지행 총괄 디렉터

고려대학교 국문학 박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세교연구소 기획위원 등 역임. 시민행성 대표. 문학평론가 (2006년 문예중앙 통해 등단). 저서로는 비평집 <얼굴 없는 노래>, <예외들>, <사물의 철학>,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등과 역서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등이 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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