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은 왜 금융위 표적이 됐나

류순열 기자 / 기사승인 : 2019-01-14 11: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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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vs 금감원, 혼연2체 2라운드

금융감독원은 요즘 인사 문제로 진통중이다. 연말 윤석헌 원장이 부원장보 9명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갈등이다. 일부 부원장보는 사표 제출을 거부하며 저항중이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부처인 금융위와 민간기구인 금감원은 건건이 충돌했다. 작금 인사 갈등은 그 연장선상이다.  [셔터스톡]

 

금감원 인사 갈등이 금감원만의 일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물밑의 전선이 있다. 금감원을 지휘·감독하는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인 금융위와 민간기구인 금감원은 건건이 충돌했다. 작금 인사 갈등은 그 연장선이다.  

 

양 기관 갈등의 핵심은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다. 금융위 관료들에게 원 부원장은 ‘눈엣가시’다. 차제에 그를 갈아치우고 싶어 한다. 여권 핵심인사에 따르면 실제 윤 원장이 부원장보 후보를 정해 인사검증을 요청하자 금융위는 역으로 원 부원장 경질을 제의했다고 한다.

 

▲ 요즘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위에 ‘눈엣가시’다. 반대로 금감원에선 금감원 정체성 회복의 상징이다. 2018년 4월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원 부원장 [뉴시스]

 

갈등의 시작, ‘삼바 분식회계’


지난해 양 기관이 부닥치는 이슈의 최전선엔 늘 원 부원장이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금감원장의 사법경찰관리 추천권한 부여를 위한 법개정 등 금융위와 충돌하고 갈등하는 이슈는 거의 원 부원장이 주도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눈엣가시라는 표현은 지나치다”면서도 “아무래도 좋아할 수는 없죠”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감리는 갈등의 시작이었다. 작년 5월 ‘삼바 분식회계’ 감리 결과가 나온 이후 양 기관은 마찰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징계안을 삼성바이오에 통보한 사실을 금감원이 공개한 것 부터 문제가 됐다. 원 부원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인데, 금융위는 시장혼란 등 파장과 절차적 문제 등을 지적하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수정안 요청을 금감원이 사실상 거부하고, 급기야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증선위의 엄중한 명령”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원 부원장은 작년 11월 금감원 직원을 사법경찰관리로 지명할 때 금융위원장 이외에 금감원장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박용진 의원 대표발의)을 놓고 국회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이를 반대하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김용범 부위원장은 “금감원장이 금감원 직원을 직접 특사경(특별사법경찰)으로 추천할 경우 금감원 본원 직원을 검찰이 직접 지휘하게 되어 현행 증선위를 중심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관련 행정체계가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중요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 민간인이 민간인을 특사경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권리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원 부원장은 “지금 특사경(을 도입한 기관)이 한 42개 기관이고, 그 지명권은 다 (해당)기관장이 행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특사경 지명에 따라 신분과 직무 변경이 되는)인사권의 문제와 (특사경의)탄력적 적용 문제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금감원에 변호사가 한 120명, 회계사가 한 400명 되는데 이런 인력을 효과적으로 하고(활용해) 사전에 불공정행위를 조기 차단하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보물선’같은 사례의 경우를 보면 저희가 좀 더 수사권한이 있다고 하면 조기에 판단할 수 있었을 것”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조기에 차단해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려면 금감원장이 특사경 지명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은 ‘혼연일체’를 외치던 박근혜 정부 시절엔 볼 수 없던 광경이다. 두 사례 말고도 금융위·금감원 갈등전선은 여럿이다.

 

▲ 금융위원회 [뉴시스]

 

엇갈리는 평가


금융위엔 눈엣가시겠지만 금감원에선 반대다. 한 국장급 인사는 “원 부원장 생각은 금감원이 해야 할 일들은 금감원이 중심을 잡고 하자는 것”이라며 “금감원으로선 고무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도 “금융위 지휘·감독 아래서 점점 잃어가던 금감원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원 부원장 경질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윤 원장과 원 부원장은 지금 금감원을 이끌고 있는 실질적 거버넌스(의사결정 주체, 지배력)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요 업무는 원장님이 주로 원 부원장과 상의해 결정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 원장과 원 부원장은 모두 진보·개혁적 성향으로, 교수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엔 원 부원장 말고도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부원장(유광열)과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권인원), 보험·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이상제) 3명이 더 있다. 원 부원장은 자본시장·회계 담당인데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 관료 출신인 유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유 수석부원장은 “운명이려니 한다”는 말로 편치 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우려도 없지는 않다. 한 관계자는 “어찌됐든 법상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게 되어 있는데 지금 금융위와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라면서 “그런 상황이 지속되는 게 과연 금감원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면 기획재정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묶어 관리하려는 것을 금융위가 내버려둘 수도 있다”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 나면 금감원의 자율성, 독립성은 더욱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원장보 인사도 갈등


원 부원장만이 아니다. 윤 원장이 부원장보 후보로 올린 인사들도 상당수가 금융위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이들이다.

 

김동성 기획조정국장(91년 입사), 이진석 은행감독국장(93년 입사),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88년 입사), 이창욱 보험감독국장(93년 입사),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86년 입사) 5명이 후보인데, 과반이 금융위와 충돌하거나 갈등을 겪은 전력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모 국장은 금융위가 2019년 금감원 예산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충돌해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금융위에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란 험담이 흘러나왔다. 

 

후보가 못마땅해도 원칙적으로 금융위가 부원장보 인사를 막을 수는 없다. 금융위원회법상 금감원 부원장 네자리는 금감원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지만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이 바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부원장보 인사를 모두 금감원장이 전권을 갖고 행사해온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차피 후보 인사검증은 금융위를 통해 하기 때문에 통상 부원장보 인사도 금융위와 협의하고 금융위 의견이 반영도 되는데 이 번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체가 예상되는 일부 부원장보의 반발은 완강하다. 공직자윤리법상 임원은 업무연관성이 있는 유관기관에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임기 3년중 1년밖에 안된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니 반발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원장이 부원장보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인사 숨통을 트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이 많다. 윤 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임원들의)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나 인사적체가 심각한 조직의 입장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인사적체로) 아우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vs 윤석헌
작금 금융위·금감원 갈등은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금융권 관계자는 “둘 다”라고 말했다. 현행 금융감독시스템은 수직적 이원화 구조다.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액셀)과 금융감독정책(브레이크)을 모두 쥐고 금융감독 업무를 집행하는 금감원을 지도·감독한다.


성격상 충돌하는 두 정책을 한 곳에 모아놓다보니 견제와 균형이 깨지기 십상이다. 금감원 정체성 혼란의 뿌리는 이 같은 모순적 금융감독 구조라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출범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을 분리하고 금융위에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몰아놓은 결과다.  

 

금융위 사람들은 “액셀과 브레이크는 한 곳에 있는 게 효율적”이라고 하지만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분리’를 주장해왔다. 그래야 금융감독원이 워치독(watchdog)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작금의 문제는 모순된 시스템 위에서 금융감독에 대한 철학이 완전히 다른 인사가 양측 수장으로 앉은 결과”라고 말했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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