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변신하는 '공중전화 부스'

장기현 기자 / 기사승인 : 2019-01-11 11: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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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급으로 '공중전화' 애물단지 전락
영국서 변화 시작…2014년 '솔라박스'로 개조
휴대폰 충전소에서 미세먼지 측정기까지 다양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화재로 새삼 '공중전화'가 주목을 받았다. 휴대전화가 되지 않아 공중전화를 찾은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중전화를 많이 사용했던 세대의 눈에는 급격하게 그 숫자가 줄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휴대전화가 익숙한 10대와 20대에게는 오히려 공중전화의 존재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공중전화 2대가 설치돼 있다. [장기현 기자]


KT링커스에 따르면 공중전화 대수는 1999년 15만3000대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단계적으로 철거하면서 2010년 8만8000대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8년 말 기준 전국 공중전화는 5만1000대 정도로, 신규 제작은 2009년에 중단됐다. 향후 약 4만대 수준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공중전화부스가 보이지 않는 것은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공중전화 이용량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말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6500만명을 넘었고, 매년 200만명 이상의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현재 가장 많은 공중전화 사용량을 보이는 군대에서도 올해부터 일과 후에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되면서 공중전화 무용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전화의 급증에 따른 공중전화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KT 화재와 같은 비상시와 더불어 개인이동통신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외국인 및 휴가 나온 군인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공중전화는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변화 '솔라박스'

이처럼 애매한 위치에 선 '공중전화 부스'에 다양한 변주가 시도되고 있다. 이 바람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2008년부터 BT(British Telecommunications)는 수익성 악화로 적자가 누적되던 공중전화 부스를 시민들에게 1파운드에 팔았다.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빨간 공중전화 부스는 시민들의 힘으로 도서관, 카페, 현금지급기 등으로 탈바꿈했다.

 

▲ 2014년 영국에서 최초로 시도된 '솔라박스'는 기존 공중전화부스를 태양광을 이용한 휴대전화 충전소로 바꿨다.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제공]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학생이던 해럴드 크라스턴과 커스티 케니는 기존 공중전화부스를 태양광을 이용한 휴대전화 충전소로 바꾸는 방식을 제안했다. 2014년 10월 탄생한 '솔라박스(Solar Box)'는 친환경을 뜻하는 녹색으로 칠해지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휴대전화 충전에 이용하는 동시에 충전 장치 앞에 광고가 재생되는 태블릿 PC를 설치하는 사업 모델이 개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뉴욕시를 중심으로 공중전화 부스를 '와이파이 키오스크'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현재 뉴욕 전 지역에 1700개 이상의 키오스크가 설치됐고, 브루클린과 브롱스 등 인근 지역에서도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한 와이파이 키오스크를 통해 무료로 와이파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000개 이상의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한 '전기자동차 충전소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서도 여러 생활편의 시설로 탈바꿈

국내에서도 공중전화부스는 다양한 생활편의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800개의 '멀티부스'다. 멀티부스는 공중전화뿐만 아니라 현금지급기(ATM), 자동심장제세동기(AED) 등을 구비해 활용성을 높였다. 적색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잠기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방식의 '안전지대'가 되기도 한다.

전국 공중전화를 운영하는 KT링커스 관계자는 "멀티부스 뿐만 아니라 안심부스 13대, 전기자동차 충전소부스 15실, 기가 와이파이 5대 등도 운영하고 있다"며 "공중전화를 약 4만대 수준으로 줄여나가면서 남는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공공성과 공익성에 부합하고 주변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공성과 공익성에 부합하는 활용 목적에 따라 부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도서관 부스의 경우 지자체 등에 기증을 하고, 공기질 측정을 위한 장소로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구리도시공사는 2017년 11월 구리토평 가족캠핑장에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한 '열린도서관'을 설치했다. [뉴시스]

일부 지자체들은 KT링커스로부터 공중전화 부스를 기증받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경우 북가좌2동에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한 '태양광 휴대폰 무료충전소'를 운영 중에 있다. 또 경기도 구리시는 구리토평 가족캠핑장에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열린도서관'을 설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18년 상반기 구글 검색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와 관련된 전화부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KT와 케이웨더는 공중전화 부스 위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미세먼지 측정기는 전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1000여개의 공중전화부스 위에 설치됐다.

KT 관계자는 "대부분의 미세먼지 측정기가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이유는 사람이 숨쉬는 높이에 가까운 3m 위치에 설치가 가능하고, 많이 줄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부스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통화량이 많은 중요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측정기와 측정망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앞 공중전화부스 위에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돼 있다. [장기현 기자]

이처럼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국내·외, 민·관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공중전화 부스의 변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U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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