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해야 뜬다?…브레이크 없는 '막말 정치'

남궁소정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1 11: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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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 재봉틀'에서 '달창'까지, 비난 여론 불구 갈수록 맹위
"정치 혐오 심화시켜 정치권 악영향…국민 극단적으로 분열"

'사이코패스'와 '한센병 환자' 등 여의도 정치권에서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과 '세월호 망언'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달창'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 '달빛기사단'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에 여야 4당은 물론 인터넷과 각종 SNS에서 '막말 정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문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13일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는 "막말과 혐오는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막말은 성행 중이다. 최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사이코패스'로 규정했다. 그러자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문 대통령을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한센병 환자'에 비유했다가 사과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선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막말의 역사를 짚어보며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막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와 우리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5월 1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망언 규탄 및 사퇴촉구 집회를 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입을 재봉틀로…' '귀태의 후손' 등 논란

우리 정치사에서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을 향한 막말 정치의 역사는 20년을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막말 정치'는 '탈권위주의'의 상징이자, 야당이 정부여당을 흠집 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최초로 여야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막말을 했다. 1998년 당시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 재봉틀로 입을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부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한 풍경이었다. '탈권위'가 진전된 참여정부에서도 막말은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개구리' '노가리' '개잡놈' 심지어 '무뇌'라 불렀다.

이후 정권이 교체되자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막말을 쏟아냈다. 당시 천정배 의원(현 민주평화당)은 '이명박 독재 심판 결의 대회'에서 "(대통령을)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던 홍익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언급했다.

시간이 지나며 막말은 더 맹위를 떨쳤다. 최근엔 여야 할 것 없이 막말 대상이 사회적 약자로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권에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발언으로 장애인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최고위원은 5·18유공자들을 '괴물집단'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쳐 먹는다(해 처먹는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논란이 일자 고개를 숙였다.

‘노이즈 마케팅’의 유튜브 문화도 한몫

당에 이로울 리 없는 막말이 욕먹어도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정치인 개인에게는 '몸값 상승'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높이고 이념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의 지지를 결집시킬 수 있다. 일례로 김순례 의원은 '5·18 망언'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앞서 세월호 참사를 "시체 장사"로 표현한 글을 공유한 뒤 지난 총선에서 비례의원으로 공천을 받았다.

최근 막말에 환호하는 유튜브 문화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관심에 목마른 전·현직 정치인들은 기꺼이 대중이 원하는 막말을 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벌인다. 유튜브는 정치인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의 뜻을 언제 어디서나 표명하기에 유용하다.

지난 3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씀'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보좌관' 발언을 비난하며 '나베'라고 일컬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망언'에 대해 유튜브 '김문수TV'에 출연해 "좌빨언론 한겨레, jtbc가 차명진이 막말했다고 난리가 났는데, 저 혼자 외로우니까 지켜달라"라고 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유튜브 막말현상에 대해 "정치판에서는 영향력이 큰 사람이 '갑'이다"라며 "'센 발언'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구독자를 늘려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방식 역시 '막말 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들의 발언에서 자극적인 부분만 빼내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자 정치인들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막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막말 정치'는 상대 당을 깎아내려야 반사이익을 얻는 양당제의 병폐라는 관점도 있다. 양당제 하에서는 상대방이 하는 모든 일을 폄하하고 발목을 잡아 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이 아닌 자극적인 막말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 ‘5·18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자유한국당 김진태(왼쪽), 김순례 의원은 당 윤리위로부터 각각 '경고', '당원 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지지층 결집하려는 유혹에 빠져 막말 경쟁" 비판 거세


막말을 하면 일시적 관심은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지지율도 오른다. 하지만 핵심 지지층 외 다른 유권자들에겐 외면 받는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민의 정치 혐오, 정치 불신을 심화시켜 전체 정치권엔 악영향을 준다.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연초 토론회에서 "정치권의 막말과 자극적 발언이 쏟아지면서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며 "품격 있는 국회가 돼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자성한 이유다.

김형준 교수(명지대 인문교양학부·계량정치학 박사)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막말 논란이 재연되는 현 상황에 대해 "민생 우선의 정치를 해야겠다고 하는 의지가 없고, 자신들의 지지층을 집결하겠다는 유혹에 빠질 때 막말 경쟁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여당이 야당에게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주고, 야당과 막말경쟁이 아닌 정책적인 사안에 대해 논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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