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호만 '영웅', 대접은 '머슴'…소방관, 이대로 안된다

황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19-04-15 11:34:59
  • -
  • +
  • 인쇄
인력 2만여명 부족·평균수명 58.9세…국가직 전환 시급

이달 초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화재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산불의 규모와 진화 과정을 보면 그렇다. 이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은 소방관들의 헌신이다. 어느 나라든 소방관은 신뢰받는 직업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방관에 대한 처우는 아니다. 장비와 인력 부족, 미진한 예산 편성, 살인적인 근무교대 등은 소방관에게 붙은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 소방관들은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의 평균수명은 58.9세에 불과하다. [셔터스톡]


부상자 5년새 437명 늘어

소방관들은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의 평균수명은 58.9세에 불과하다. 한국인 평균수명 82.7세와 20년 이상이 차이난다. 화재 진압 등 소방 공무 중 입은 부상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UPI뉴스+〉가 소방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공상현황'에 따르면 2013년 291명이었던 공상자(부상자)는 2018년 728명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3~2018년 공상자 2770명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다 부상했는가를 분류해보면 구급활동(642명 23.1%)과 화재진압(573명·20.6%) 중 부상이 많았고, 구조활동(269명·9.7%), 생활안전(37명·1.3%), 훈련 등 기타 1249명(45%)이었다.

하지만 소방관의 만성적 인력 및 장비 부족 등 열악한 처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방관들은 적은 인력 탓에 격무에 시달리고, 부실한 장비 탓에 부상위험도 크다.

소방관들의 업무량은 갈수록 늘어가는 실정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5년 63만9948건이던 구조·구급·소방대원 출동 건수는 지난해엔 72만5733건으로 약 8만5000건 증가했다. 문제는 부족한 인력이다. 소방청의 '2017년 소방공무원 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의 소방공무원의 인력 부족률은 31.1%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5만 8000명의 소방공무원이 필요하지만 현장 인력은 4만 명에 불과하다.

재정이 넉넉한 대도시의 경우도 소방관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법정 기준이 6508명이지만 현장 인력은 5817명으로 부족률이 10.6%다. 부산도 법정기준 3151명에 현장인력정원이 2567명으로 부족률은 18.5% 수준이었다. 대구(18.3%), 광주(17.2%), 대전(17%) 등 대부분 광역시도 10%대로 나타났다.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도 단위의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심지어 40%의 인력이 부족한 곳도 있다. 충북의 경우 법정 기준은 2596명인데 비해 현장인력은 1483명에 그쳐 부족률은 42.9%를 기록했다. 충남 역시 법정 기준은 4126명인데 현장인력은 2322명에 불과해 부족률이 43.7%에 달했다. 경북 지역도 부족률이 41.2%로 나타났다. 강원 소방본부의 경우에도 기준 정원은 4132명이지만 재정부족으로 인해 현재 인력은 2540명으로 정원보다 1592명이 부족해 부족률이 38.5%에 달했다.

일선 소방관 A(38)씨는 "지방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이다"라며 "지방의 소방관들은 인력 충원이 쉽지 않아 구조대까지 화재진압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화재진압도 하고 환자 구조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장비 역시 열악하다. 특히 산불 진화용 소방 헬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화재가 반복되는 강원 지역의 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구조용 소형헬기 2대뿐이다. 전국적으로 산불진화에 쓸 수 있는 헬기는 산림청 소속 47대와 지자체가 민간으로부터 임차한 66대를 포함해 모두 157대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정비에 들어가 화재 진화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번 강원지역 화재처럼 해가 진 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수 있는 헬기는 사실상 전무하다. 

 

▲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번진 지난 5일 오후 소방대원들이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가직 전환 목소리 높아져…청와대 국민 청원 20만 명 돌파

이에 따라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의 핵심은 국가차원에서 책임성을 강화해 지역 간 예산 편차를 줄이고 소방인력과 장비 격차를 해소하는데 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했다. 리얼미터가 10일 전국 성인남녀 504명을 조사한 결과,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찬성 의견은 78.7%, 반대 의견은 15.6%로 나타났다. 국민 5명 중 4명 가량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핵심은 국가직·지방직으로 나뉘어 있는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되, 인사권·지휘권은 현행대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남기는 것이다. 국가직 공무원은 소방청과 중앙소방학교, 중앙 119구조본부에, 지방직 공무원은 각 시·도소방본부에 소속돼 있다. 수는 지방직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총 5만 170명의 소방공무원 가운데 국가직은 631명(1.3%)에 불과하고, 지방직은 4만9539명(98.7%)에 달한다.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이미 정치권이 5년 전에 합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돼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방관을 국가직화하려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지난 3월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로 인해 법 개정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국가직 전환을 시행하려던 소방청 계획도 불투명한 상태다.

소방청 국가직 TF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의 가장 큰 목적은 시도별 소방 예산 편차를 해소하고, 국가적 단위의 재정 지원을 강화해 인력이나 장비 등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이는 균등한 소방안전 서비스의 제공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안전을 보다 잘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소방관의 국가직화에 힘을 실었다. 이 총리는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강원도 산불 관계장관회의에서 "소방직의 국가직화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이미 필요한 법제가 다 준비돼 국회에 가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화재의 조기 진압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U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인물

+

만평

+

스포츠

+

토트넘, 브라이튼에 1-0 승리…리그 3위 수성

토트넘 홋스퍼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에 1-0으로 승리해 리그 3위를 지켰다.24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에서 토트넘은 브라이튼을 상대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골에 힘입어 1-0 신승을 거뒀다.이날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토트넘은...

류현진, 호투에도 불구하고 패전투수 '멍에'

LA다저스의 류현진이 부상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며5⅔이닝 2실점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패전투수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류현진은 21일 위스콘신주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0번째 선발투수로 등판했다.지난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사타구니 부상으로 강판한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6 피안타 1볼넷 9탈삼...

정해성 감독. 베트남 V리그 단독선두 질주

정해성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의 호치민시티 FC가 리그 단독선드를 질주하고 있다.호치민시티FC는 지난 20일(한국시간) 호치민시 통 나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비에텔과의 홈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호치민시티는 올시즌 6경기에서 5승1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비에텔의 사령탑은 이흥실 감독이다.호치민시티FC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