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일가와의 약속 지키고 싶다"

오다인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5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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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부부 살았던 '딜쿠샤' 찾아낸 김익상 교수
"달쿠샤 이야기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앨버트와 메리 테일러가 살았던 집 '딜쿠샤'는 김익상(55)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에 의해 역사가 알려졌다. 테일러 부부가 추방된 해가 1942년, 김 교수가 딜쿠샤를 찾아낸 해가 2005년이니 주인 없는 집이 된 지 60여년 만이다.
 

▲ 김익상(55)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지난 10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IBC홀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05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딜쿠샤를 찾아줄 수 있냐고요." 김 교수는 교수 임용 전 영화 제작가로 일했다. 당시 86세의 노인이 된 브루스 테일러는 어린 시절 부모와 살았던 한국의 집 딜쿠샤를 찾아 영화로 남기고자 했다.


브루스는 "아버지가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고, 이를 영화로 제작해줄 한국인을 찾는다"고 영사관에 요청했다. 영사관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로 연락, 김 교수와 테일러 일가의 인연이 시작됐다.

"브루스에게 이메일을 보내니 그가 영문 책을 보내줬습니다. '체인 오브 앰버', 즉 '호박목걸이'였죠. 딜쿠샤에 대한 사료로 참고하라고 보내줬는데 자신이 기억하던 일본식 주소도 함께 알려줬습니다."
 

▲ '딜쿠샤'의 옛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그러나 일본식 주소로는 딜쿠샤를 찾기 어려웠다. 김익상 교수는 '호박목걸이'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메리가 집에서 서대문형무소 근방에 감금된 앨버트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 집이 '페킹 패스 로드'(peking path road)라는 언덕 위에 있었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북경의 55일'이라는 영화를 봐서 '페킹'이 '북경'을 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페킹 패스 로스라는 게 당시 청나라로 가는 길, 무악재 넘어가는 의주로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딜쿠샤 앞에 있었다는 은행나무도 단서가 됐다. 김 교수는 지도를 보다가 '행촌동'이라는 지명을 발견하고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은행나무가 있는 큰 집이 있느냐 물었더니 사직터널 위에 하나가 있다고 하더군요. 구 가옥이 많이 있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고요."
 

▲ 3·1 독립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UPI 초기 통신원 앨버트 테일러의 거처 '딜쿠샤' [문재원 기자]

 

그때까지도 그 집이 딜쿠샤일 거라 확신치 못했다고 김익상 교수는 회상했다. "도착해서 입구의 장독대를 치워보니 '딜쿠샤 1923'이라는 표시가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어 브루스에게 보여주니 '내가 살던 그 집이 맞다'고 했습니다."
 

▲ '딜쿠샤' 입구에 '딜쿠샤 1923'이라는 건축 연도와 함께 '시편 127장 1절'을 뜻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문재원 기자]

 

딜쿠샤 입구에는 '딜쿠샤 1923 시편 127장 1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1923은 세워진 연도를, 시편 127장 1절은 '여호와가 집을 세우지 않으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가 집을 지키지 않으면 파수꾼이 깨어있어도 헛되다'는 성서 구절이다.

김익상 교수는 "딜쿠샤 이야기가 꼭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좋은 감독이 나타난다면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할 겁니다. 딜쿠샤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13년째 못 지키고 있습니다. 테일러 일가와의 약속을 꼭 지켰으면 합니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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