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획②] 금융 현장 파고드는 지구적 신뢰시스템 블록체인

오다인 기자 / 기사승인 : 2019-07-22 1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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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변조 불가 블록체인 특성 기반 인증 사업 주류
금융 업무 직접 대체는 성능·규제 문제 남아 무리

중개인은 왜 필요한가. 타인과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개인은 나와 제삼자의 거래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신뢰 비즈니스를 한다. 이런 중개인이 거래에 많이 필요할수록 거래의 비용도 늘고 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만약 중개인이 없어도 거래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거래의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개인 간(P2P) 직접적인 거래의 형태가 무궁무진하게 나타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혁명성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4차 산업혁명을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기반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정의한다면 블록체인은 이 혁명의 집약체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세간의 높은 관심과 함께 부상했지만,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암호화폐에만 머물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거래의 신뢰를 보증하면서 중개인을 없애는 금융 실험에 다양한 모습으로 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 이력을 중앙기관이 독점하지 않고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데이터(거래기록)는 위·변조가 원천봉쇄된다. 정보를 감추기보다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보안성을 높인 역발상의 신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미들맨’(중개자) 없이 서로를 알지도, 믿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거래와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 “거래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미들맨의 역할을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보다 안전하게 하는 세상이 온 것”(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이다.

주식 대차 거래부터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관리까지

금융은 자산을 다루기 때문에 가장 보수적인 분야로 꼽힌다. 신뢰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블록체인 실험 중 아직 일반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성과를 낸 곳은 없지만, 블록체인의 혁신성에 주목한 다양한 시도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된 블록체인 사업이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이 규제에 가로막혀 발전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핀테크 업체 디렉셔널의 ‘블록체인 기반 개인투자자 간 주식 대차 플랫폼’, 스타트업 카사코리아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부동산 수익 증권 유통 플랫폼’, 코스콤의 ‘블록체인 기반의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및 거래 활성화 플랫폼’ 등 모두 3건의 사업이 금융위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돼 있다.

이들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 대여와 차입 기회를 확대 제공하고 부동산 유동화 수익 증권에 대한 간접투자 기회도 확대하면서 현재 PC에서 엑셀 등 수기 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비상장기업의 주주명부 관리도 혁신할 전망이다. 거래의 보안성, 투명성, 효율성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는 것이다.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7개사가 개발 중인 '모바일 전자증명' 앱의 시연 화면. [KT 제공]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자금이체’ 실험

LG CNS는 지난해 6월 한국조폐공사의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개인의 휴대용 기기에 디지털 지갑을 생성한 후 여기에 디지털 상품권을 제공하는 ‘지역화폐’ 서비스다. 지자체와 연계해 청년수당, 양육수당을 골목상권, 전통시장 같은 곳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LG CNS는 특히 R3의 ‘코다(Corda)’를 활용해 국내외 은행 20여 개사와 함께 글로벌 자금 이체 파일럿 프로젝트 ‘아전트’에 참여하면서 한국은행의 자금 이체 업무와 관련해 모의 테스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은행들도 블록체인 관련 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거나 전문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업무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서비스는 간편결제부터 인증, 해외송금, 자산 수탁 등을 아우른다.

지난 7월 14일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 7개사가 ICT와 금융 간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공동 구축과 이를 토대로 한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의 출범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참여사 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토대로 개인의 신원을 확인·증명하고 본인이 개인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기주권 신원지갑’ 서비스를 적용한 게 핵심이다. 전국 대학의 졸업·성적 등 각종 증명서 발행을 비롯해 유통, 코스콤의 스타트업 대상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에 우선 적용되며 조기 확산을 위해 SK, KT, LG 그룹사의 신입·경력 사원 채용 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초기 제약 조건들로 적용까진 시간 걸릴 듯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아직 시범사업 격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의 혁신성에는 주목하더라도 암호화폐가 포함된 사업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 업체 ‘모인’은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속도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열어줄 것을 신청했지만,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6개월 동안 심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하다가 지난 7월 11일에야 심의 대상에 선정됐다. 그간 과기정통부는 “금융위와 협의 문제가 남아 추후 재상정할 것”이라면서 심의를 미뤄왔다.

블록체인의 성능상 한계도 금융 현장에서 블록체인이 아직 활발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다. 앞서 LG CNS의 자금 이체 모의 테스트는 2017년 당시에도 오랜 시간이 투입된 프로젝트였지만, 테스트 이후에도 충분한 성능이 나오지 않아 현재로선 잠정 중단된 상태다. 대부분 블록체인의 성능 문제는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해당 거래를 처리하는 네트워크의 성능도 따라줘야 하는데, 이에 관한 대안을 마땅히 마련하지 못해 발생한다.

블록체인 관련 협회 중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최초로 설립 승인을 받은 블록체인경영협회에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을 암호화폐와 직결하는 인식으로 인해 블록체인은 금융 분야에도 아직 충분히 도입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규제 샌드박스 시행을 기점으로 차츰 더 많은 블록체인 사업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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