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자율주행차의 아버지' 세바스찬 스런, "인간의 운전은 윤리적인지 묻는 때가 온다"

오다인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2 10: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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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트롤리 딜레마'는 극단적인 가정에 기초"
"자율주행 궤도에 오르면 인간보다 안전하다는 점 증명될 것"

몇 해 전 '하버드의 질문'으로 회자하며 주목받았던 '트롤리 딜레마'는 트롤리(열차) 운전자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살인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고의로 죽여도 좋은가. 선로를 바꾸어서 1명을 죽게 하고 5명을 살릴 것인가. 육교 위 1명을 떨어뜨려서 달려오는 기차로부터 선로 위 5명을 살게 할 것인가.

도로 위 선택에 관한 이런 윤리적 질문은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또다시 부각하고 있다. 트롤리 운전자가 인간이 아닌 트롤리 자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자율주행차는 주행할 곳을 스스로 선택하는데 위험한 상황에서 차량에 탄 사람과 도로 위 행인 사이, 또는 다른 차량에 탄 사람과의 가치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52)은 "트롤리 딜레마는 극단적인 가정에 기초한 것으로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인간이 운전하는 차보다 안전하다는 점이 증명되면, '인간이 운전하는 것은 윤리적인가'로 질문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스런은 독일 출신의 혁신가 겸 교육자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 인간적인 실수(휴먼 에러)를 제거한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글 내 비밀 연구조직 '구글X'을 설립하고 이끌면서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구글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2년 무크(MOOC·온라인 대중 공개 강좌) 사이트 '유다시티'를 공동 설립한 후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데, 비행 택시를 개발하는 '키티호크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도 겸임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와 조지아공대의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

▲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바스찬 스런 유다시티 회장. [세바스찬 스런 제공]


UPI뉴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런으로부터 자율주행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생각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스런과의 일문일답.


- 한국은 지난 4월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런 성과가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자율주행차는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다. 5G 데이터 네트워크가 잘 깔려 있으면(ubiquitous) 이 현실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머신러닝은 자율주행차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이고, 5G는 (머신러닝을 위한) 데이터 수집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4차 산업혁명은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다(in full swing). 기업들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유다시티는 나노디그리(Nanodegree·짧은 기간에 특정 과목을 수료한 후 받는 학위)를 발급하는데, 나는 이걸 '4차 학위(fourth degree)'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수여해 온 세 가지 학위(학사, 석사, 박사)는 600년도 더 된 것이다. 이런 학위는 학생의 커리어에 강력한 기반이지만, 현실에선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 배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최고의 상태에 있으려면 계속해서 자신의 기술을 새롭게 연마해야 하고(refresh), 자신의 영역에 있는 최신 기술들을 배워야 한다."

- 당신이 초창기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던 데서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나는 미래를 이렇게 상상한다. 차량에 오른 뒤 하늘을 날고, 조금도 돌아가는 길 없이 목적지로 곧바로 휭 날아가는 것이다. 고속도로 위에 교통체증으로 갇혀있는 미래는 피하고 싶다. 내 꿈은 아마존이 주문한 지 5분 안에 내 음식을 공중에서 배달해주는 것이다. 하늘은 막힘 없이 자유롭고 땅보다 광대하다. 이는 반드시 현실이 돼야 한다."

- 최근 서울에서 열린 자율주행 행사에선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 한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태운 채로 러버콘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침범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3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인간이 모는 자동차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전 세계적으로는 100만 명이 넘는다. 모든 교통사고의 90%는 전방주시 태만, 판단력 실수 등에 의해 일어난다고 집계된다. 미래에는 자율주행차가 수많은 생명을 살릴 것이며 우리는 결과적으로 더 안전한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 자율주행차에 관한 윤리적 이슈에 관해 묻고 싶다.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탑승자와 그 밖의 사람 중 가치 판단을 해야 할 때, 누구를 살릴 것이라고 보는가?

"철학자들이 자율주행차의 윤리를 놓고 토론하는 것은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나는 윤리적 문제 대부분이 매우 극단적인 가정에 기초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컨대 '트롤리 문제' 같은 경우다. 이는 매우 드물면서 현실과도 별 연관성이 없는 부차적인 사례(fringe case)다. 트롤리 문제는 차량이 고장 났다는 걸 전제하면서 위기상황에 놓인 인간이 두 가지 나쁜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의존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율주행차 기술자들은 이런 가정을 뛰어넘어 주행의 모든 단계에서 안전성을 내장(embed)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애초부터 고장을 막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만약 우리가 자율주행차 기술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50%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다면, 매년 전 세계에서 총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하는 셈이다. 나는 자율주행차가 일단 상용화되고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증명되면, 이 같은 윤리적 질문이 다음과 같이 바뀔 거로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 운전하는 것은 윤리적인가?'"

- 4차 산업혁명 시대 자율주행 전문가를 만들기 위해 유다시티가 특별히 보유한 커리큘럼이 있다면?

"자율주행차 공학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건 2016년 유다시티가 처음이었다. 이후 120개국에서 2만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많은 졸업생이 아우디, BMW, 보쉬, 재규어 랜드로버, 리프트(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엔비디아,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이들 회사는 현재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해 유다시티와 직접 협업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공학 나노디그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율주행차 테스트 공간도 여기에 포함된다.

- 이 시대 인력 양성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는 학생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커리어를 연마하고 배우는 미래를 꿈꾼다.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누구도 이에 관한 배움을 끝낼 수는 없다. 유다시티의 미션은 교육을 통해 커리어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의 커리어에 튼튼한 기초를 마련해줌으로써 계속해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하고 또 자신의 영역에서 최신 기술을 갈고 닦을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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