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너부리'는 너구리가 아니었다

김혜란 기자 / 기사승인 : 2019-01-08 14: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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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과 너구리의 진실

겨울마다 털 채취 때문에 고통받는 각종 동물들. 라쿤도 예외가 아니다. 흔히들 '라쿤털=너구리털'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라쿤과 너구리는 종 자체가 다르다 


▲ 너구리(왼쪽)와 라쿤, 너무나도 닮은 둘이다. [뉴시스]


많은 사람들이 라쿤을 너구리와 같은 동물이라고 알고 있지만 생김새만 비슷할 뿐 실제로 전혀 다른 동물이다. 라쿤은 '라쿤과', 너구리는 '개과'로 염연히 다른 종.

라쿤(raccoon)은 너구리와 비슷한 외모탓에 한국서 '아메리카너구리'로 불리고 영어권에서는 반대로 너구리를 라쿤과 닮은 개라는 의미로 '라쿤 도그(raccoon dog)'라고 부른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명칭도 헷갈리니 번역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라쿤을 너구리로 번역한다면 그것은 오역. 

라쿤의 습성

 

너구리의 학명은 'Nyctereutes procyonoides'로 '밤에 돌아다니는 작은 개'라는 뜻이다.   

▲ 라쿤의 습성 때문에 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애니멀 터레인 유튜브]

반면 라쿤의 학명은 'Procyon loto'로 '씻는 곰'이라는 뜻. 라쿤이 물건을 물에 담그는 행동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라쿤이 먹이를 물에 씻어먹는 건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는 습성에서 나온다.  

 

▲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서 너부리(가운데)로 알려진 이 캐릭터의 본명은 일어로 라쿤을 뜻하는 '아라이구마'다. [애니메이션 보노보노 캡처]

 

인기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의 '너부리'는 '너구리'가 아닌 '라쿤'이었다. 극중에서도 너부리는 라쿤을 그대로 닮았다. 너부리 역시 빨간 열매를 물에 씻어서 먹는다. 

 

▲ 일본 애니메이션 보노보노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극중 라쿤 캐릭터가 너구리에 가깝게 해석됐다. [애니메이션 보노보노 캡처]

 

'너부리'의 '너구리설(?)'은 번역에 따른 오해라 할 수 있다. 보노보노 원작 "난 응가너구리가 아니야, 라쿤이야!(おれは ウンコタヌキじゃない。アライグマだ!)"라는 대사를 국내 더빙판에서는 "난 응가너구리가 아니야, 내 이름은 너부리다!"로 바꾼 것이다.


라쿤과 너구리, 자세히 보면 다르다

비슷한 외모의 라쿤과 너구리. 하지만 너구리가 더 유명한 탓에(?) 라쿤을 라쿤이라 부르지 못하게 된 촌극이 벌어진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너부리와 라쿤. 꼬리와 발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 라쿤의 꼬리는 길고 줄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라면 너구리의 꼬리는 라쿤에 비해 짧고 뭉툭하다. [픽사베이]

라쿤의 꼬리에는 5~10개 정도의 줄무늬가 선명하게 있지만 너구리는 무늬가 없고 꼬리 끝이 뭉툭하다.

 

▲ 라쿤의 발은 사람의 손처럼 다섯 개의 발가락이 아주 잘 발달해서 사람이 손을 펴고 있는 것 같다. [강혜영 기자]

 

발 역시 라쿤은 사람의 손처럼 다섯 개의 발가락이 아주 잘 발달해서 사람이 손을 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너구리는 발가락이 4개고 개처럼 둥근 모양의 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라쿤처럼 정교한 발놀림이 불가능하고 두 발로 일어설 수가 없다.

야생동물 카페서 라쿤이 방문객을 할퀴고, 머리카락을 잡아채는 등 사람과의 충돌이 빈번한 것도 바로 라쿤의 민감한 손 감각 때문. 무려 사람의 10배다. 그러니 애먼 라쿤을 공격적이라 욕할 것이 없다. 약한 자극에도 강한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라쿤의 처지를 생각해보자.

라쿤 카페를 가게 된다면 귀엽다고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좋을 터. 하지만 더 좋은 것은 라쿤을 카페서 만나기보단 보노보노의 '너부리'로 야생에서의 '씻는 곰'으로만 기억하고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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