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기관장은 전문성이 자격"

이성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2-23 02: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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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직격 인터뷰
국공립문화예술기관장 파행 인사 논란 확산
"전문성 논의 와중 결정권자 직권으로 낙하산"

지역 문화재단 및 국공립문화예술기관장의 인사 문제가 최근 문화계의 입방아가 되고 있다. 무늬만 공모였다는 평가를 받은 용인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임용은 이 중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3번 연임 중인 전임 대표이사에게 지난 해 7월 사표를 요구해 8월에 물러나게 한 것부터 문제를 야기했다.

이어서 열린 대표이사 공개경쟁 채용 과정에서는 1차에서 공모 최종 후보에 오른 2명 중 1명의 평가점수가 미달되면서 지난해 11월초 재공모를 진행했다. 재공모 과정에서 기존 임원추천위원을 전면 교체해 새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평가기준과 평가방식을 전과 동일하게 적용했지만 위원회는 지난 1차 채용에서 순위에 들지 못하고 탈락한 응시자를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결정했고, 이를 시장이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임명된 대표이사가 전직 용인시 국장 출신의 공무원이었다는 것에서 보듯 전문가를 뽑겠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인천문화재단의 경우도 1년이나 남은 전임 대표이사를 지난해 10월 퇴임시켰다. 대표 추천위원회에서 지난달 24일 2명의 최종 후보를 추천했으나 선출과정의 공정성, 투명성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개혁 혁신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최근 전격 보류했다. 시민단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밀실 담합 의혹에 대해 정보 공개를 하라고 나섰다.

최근 임명된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인사를 두고서는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극에 달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신임 윤범모 관장은 관장 임명을 위해 진행한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에서 탈락했지만 재평가를 통해 역량평가를 통과한 후 지난 1일자로 관장으로 최종 임명되었다.

문화연대에서도 지난 15일, 19일 연달아 논평을 내고 이런 인사 참사에 일침을 가했다. (20일자 본지 기사 : 문화예술기관의 잇단 인사참사 비판)

 

▲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이성봉 기자]


UPI뉴스는 오병권(63) 대전 예술의전당 관장을 만나 공공예술기관의 인사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오 관장은 1984년 세종문화회관 전문직 공무원으로 출발해 1989년부터 서울시향의 기획자로 일했고, 2005년 서울시향의 재단법인화 작업에도 관여했다. 현재는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으로 임기 4년째를 맞고 있다.

그는 대전 예술의전당 공연장 운영실태에 대해 “지난해 공연장 활용률 98%와 관객 동원 20만 명을 넘겨 개관 이래 현재까지 전국 최고수준의 활용률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자체 기획공연은 76건 132회였으며 유료객석 점유율은 평균 76.5%였다”며 공연계 실정에 비춰볼 때 유례없는 실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시의회 행정감사에서는 “자체 제작한 연극 ‘백치’에서 주역을 지역 배우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것, 민간단체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파가니니’(대전에 이어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의 저작권과 저작소유권을 민간제작사가 갖는다는 점, 그리고 유료객석 점유율이 80%나 되지만 수익률은 40%도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잘못된 운영으로 지적을 받았다. 그 결과 공연기획 예산은 5억 원이나 삭감되었다.

 

▲ 현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파가니니’는 지역 극장인 대전예술의전당이 공연기획사 HJ컬쳐와 협력해 만든 뮤지컬이다. 오병권 관장은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은 총 76건 132회의 기획공연을 했다고 밝혔다. [HJ 컬쳐 제공]


지역 예술기관에서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그 지역 예술인의 참여 문제다. 오 관장은 “지역 공연기관에서 제작하는 연극이나 오페라 등에 그 지역의 배우나 성악가가 주역으로 캐스팅되지 않았을 때 흔히 문제가 된다”면서 “감상자 입장에서 지역 예술가의 수준이 만족할 만하지 않다고 여길 때는 전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방안이 먼저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문화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예술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기관장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전문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결정권자 등의 인맥을 내세워 자그마한 활동 경력으로도 기관장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은 데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임명된 기관장이 제대로 업무를 해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오 관장은 문화예술기관의 기관장은 “분야별 전공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전문적 식견과 함께 행정력과 지도력을 갖춘 경험자여야 한다”고 오 관장은 강조했다.

공공예술기관의 운영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오면 기관장은 자신을 비롯해 동료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사실 자체 기획한 공연의 표가 팔리지 않아도 민간 회사처럼 망하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으며, 실패해도 문화 복지라는 방패 뒤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운영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가끔 직원들이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 아쉽다. 조직이 커지고 오래되면서 직원들이 관료화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오 관장은 어려움을 토로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세를 지적했다. 

“기관장과 직원 모두는 공공예술기관의 성격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바를 읽어내고, 기관의 정책에 대해 설득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공공예술기관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 같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자체장은 결국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공연 제작에 지역인사 출연을 노골적으로 요청하기도 하고, 기관장 임명시마다 지역의 눈치를 보거나,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나 선거 캠프 내 보은인사를 하는 등 무리수를 두게 되고 여론의 질타를 받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감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중앙부처에서도 표를 의식하고 자기 캠프의 인사를 심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극장의 운영이 예술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무료공연이나 원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선심성 공연을 남발해 공연장 생태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또한 문화 복지를 가장한 반문화적 구태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립적이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예술기관장이 온갖 해괴한 논리로 결정권자의 자기편이나 누가 봐도 비전문가나 전문성이라고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인사로 채워진다면 우리 문화의 발전은 물론이고 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오병권 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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