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이제부터 소설가로 살겠다"

이성봉 기자 / 기사승인 : 2019-01-08 0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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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정상급 정치인에서 신예 작가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출간
발칸반도 배경 현대사 격랑 속 개인 삶 그려

변호사로 4선 국회의원이자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신기남 대통령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장이 이번엔 신예 소설가 '신영'이 되어 나타났다.

 

신기남 위원장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식당 달개비에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솔출판사)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가로서의 새 삶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사전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신 위원장의 변신(?)을 알게된 기자들이 이 자리에 대거 참석해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한 마디로 "정치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신기남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여 년 정치 인생에 대해 ‘너무 오래했다’면서 좀 더 일찍 글을 쓰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정병혁 기자]


그는 "최근 2년 동안 정계와 단절하겠다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정치권에서 연락이 이어졌지만 어떤 제의도 고사하고 무보수 명예직인 도서관정책정보위원장만 수락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오로지 글을 쓰고 자료를 모으고 답사를 하며 그동안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문학청년을 꿈꾸었던 학창 시절의 꿈을 실현하는 그의 첫걸음은 역사와 정치, 로맨스가 한데 어우러진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의 출간이었다.

 

이 소설은 일종의 로드무비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방식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카메라기법'으로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를 배경으로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 소설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발칸반도의 잔혹한 현대사를 녹여냄으로써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서고 있다. 신영 작가는 지난 2016년 당시 발칸반도를 차로 여행을 하며 소설을 구상했다. [솔 출판사 제공]


작가는 영국 유학 중에 역사‧지리‧민족적으로 복잡한 사연을 지닌 발칸지역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이후 국회의원 시절 한국-세르비아 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를 직접 돌아보고 유고내전 전범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서 관련 내용의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는 이번 소설에 대해 "기존 작가들은 모두 다 틀에 박힌 스타일로 소설을 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형식이 신선하다.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풀어 가는 탐색소설의 좋은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 교수는 또 "첫 소설인데도 간결하고 부드러운 문체가 독자를 끌어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미 한 권 안에서 조화로운 문체를 보여준다. 인물의 묘사와 대사 등에서도 작가로서 자기 작품 세계를 성공적으로 일궈냈다"며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 신기남 전 의원(필명 ‘신영’)의 첫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기자간담회. 가운데 왼쪽부터 사회자 방민호 교수, 신 작가, 임우기 솔 출판사 대표. [정병혁 기자]


또한 크로아티아 초대 상주대사(2007~2010)를 지낸 변대호 전 대사는 "자신은 개인적으로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소설은 역사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크로아티아에 대한 아주 민감한 역사와 정치적인 주제를 이 소설에 잘 녹여냈다. 유고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며 “이렇게 치밀하고 균형있게 해당 지역 역사를 서술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이 소설을 읽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책 표지. [솔 출판사 제공, 오필민 디자인]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달마티안 해변에 있는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던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유고전범재판소에서 근무를 마친 '준선'과 무대미술가 '유지'. 예사롭지 않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발칸의 뼈아픈 역사와 개인사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면서 이야기로 풀려 나온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다층적 시선으로 발칸전쟁을 탐구하고 해석했다. 유고전범 재판을 파헤치며 죄와 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또 다른 사유의 경지로 독자를 끌어간다.
 

▲ 문학평론가 방민호 교수는 “신영 작가의 소설은 전형적인 '로망스' 소설이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소설적인 환타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형식면에서도 아주 신선하고, 탐색소설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고 평했다. [정병혁 기자]   


작가는 고대 로마, 르네상스시대, 나폴레옹 시대, 유고 독립전쟁 역사에 족적을 남긴 여러 인물에 대한 지식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버무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史實)들을 소설로 끌어들였다. 특별히 미술 작품에 대한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외에도 조르조네라는 걸출한 베네치아 회화의 거장을 소개한다.

방민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소설을 이야기 할 때 리얼리즘 소설이 소설의 전형이라고 생각하는데, 서구적인 의미에서 '소설(Novel)'은 '로망스'에 가깝다. 신영 작가의 소설도 전형적인 '로망스'이며,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소설적인 환타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직업'으로 작가를 선택했다는 신기남 위원장은 "두브로브니크성이 그 바닷가에 서 있었다. 손으로 성벽을 쓰다듬자 돌이 말을 걸어왔다. 성벽을 쌓고 성벽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것은 절규였다. 그들이 남긴 영광과 좌절, 희열과 비탄의 자국을 따라가는 순례지였다"며 소설을 쓰게 된 감회를 밝혔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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